베트남 '도이머이' 모방해 경제발전 꾀할 거라는 관측 나와
전문가들 "성장동력 얻으려면 법치주의와 민간자율 보장해야"
"北, 베트남식 경제발전 하려면 통제체제 완화해야"
북한이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지인 베트남식 모델을 좇아 경제발전을 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이를 위해서는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북한 통제체제의 완화가 필요하다는 진단이 제기됐다.

1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오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앞으로 추구할 경제발전 모델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북한의 경제발전 모델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은 바로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지인 베트남식 모델이다.

1986년 베트남 공산당 제6차 대회에서 개혁개방 정책인 '도이머이'(doimoi)를 채택한 베트남은 이후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루는 데 성공했다.

도이머이는 베트남어로 '변경한다'는 뜻의 도이(doi)와 '새롭게'라는 의미의 머이(moi)가 합쳐진 용어로 '쇄신'을 뜻한다.

토지의 국가 소유와 공산당 일당 지배체제를 유지하면서 시장경제를 도입, 경제발전을 도모한 정책이다.

도이머이 정책 도입 이후 베트남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5배 증가해 지난해 2천587달러에 이르렀으며, 작년 경제성장률은 7%를 넘어섰다.

공산당의 일당 지배를 유지하면서도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일 경제발전을 이루길 원하는 북한으로서는 베트남의 도이머이 정책에 큰 매력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베트남의 경제발전 모델이 북한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이고 엄격한 북한의 통제체제를 완화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경제발전에 성공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 북한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미 외교정책연구소(FPRI)의 연구원 벤저민 카체프 실버스타인은 "북한 정권은 항상 정치적 안정과 권력 유지를 최우선으로 여겼다"며 "만약 변화가 사회적, 정치적 안정을 해칠 것으로 우려한다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베트남은 도이머이 정책을 추진하면서 국가 배급체제, 가격 통제, 생산 목표제 등을 해체하고 외국인의 투자에 경제를 개방했다.

그 결과 현재 베트남에는 60만 개에 육박하는 민간 기업이 활동한다.

이러한 변화의 수용 여부가 북한 경제발전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는 얘기다.

싱가포르의 베트남 전문가 부밍강은 "도이머이 정책은 공산당의 권력 독점을 유지하면서도 국가 통제를 전반적으로 완화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베트남인들은 이제 자유롭게 나라의 문제점과 그 개선 방향을 얘기하고, 삶을 더 낫게 만들 기회를 추구하고, 기업을 세워 글로벌하게 활동한다"고 말했다.

실버스타인 연구원은 "북한 체제는 비교 가능한 어느 체제보다 더 낡고 완고하다"며 "북한이 베트남의 경제발전을 재현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번창할 수 있도록 사법 시스템과 소유 구조를 개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