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썬' 오픈 준비에 나선 승리/사진=MBC '나 혼자 산다' 영상 캡처
'버닝썬' 오픈 준비에 나선 승리/사진=MBC '나 혼자 산다' 영상 캡처
전 현직 직원들이 줄줄이 경찰 조사를 받고, 구속 되는 상황에서 승리는 콘서트를 마무리했다. 정말 승리는 '버닝썬' 범죄 의혹과 무관할까. 사임 전까지 운영 일선에 나섰던 사내이사로서의 책임은 없는 것일까.

18일 클럽 버닝썬 직원 A 씨가 마약류 투약 혐의로 구속됐다. 버닝썬 내에서 마약을 유통했다는 전직 버닝썬 MD 중국인 여성 애나 씨는 출국정지 조처가 내려졌다. 이들이 경찰 조사를 받았던 지난 16일과 17일, "버닝썬 홍보를 담당하며 이사직에 있었던" 승리는 서울시 송파구 올림픽 핸드볼경기장에서 솔로 콘서트를 진행했다. 승리는 공연을 시작하기 앞서 "다시 한 번 죄송하다"고 했다. 사과의 포인트는 "팬들에게 걱정을 끼쳤다"는 것에 한정했다.

승리는 이어 "제가 언급했던 장소에서 '그런' 일이 발생했는데,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자책도 했다. 하지만 버닝썬에서 불거진 여러 논란에 대해선 함구했다. 앞서 "버닝썬의 홍보만 담당했을 뿐 운영엔 관여하지 않았다"며 선을 그었던 승리다. 승리의 주장에 "그를 믿는다"는 팬들과 "정말 아무 연관도 없냐"는 대중들의 의혹이 여전히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 사건의 시작, "승리 클럽에서 폭행을 당했습니다"

버닝썬은 지난해 초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한 호텔에 문을 열었다. 하지만 오픈 전부터 승리 덕분에 '승리 클럽', '1억 원짜리 만수르 세트를 파는 클럽' 등으로 알려지면서 곧 바로 '핫'한 클럽으로 떠올랐다.

버닝썬이 논란의 장소가 된 건 지난해 1월 한 폭행사건이 알려지면서 부터다. 지난해 11월 버닝썬을 찾았던 김모 씨는 폭행 사건에 휘말렸고, 김 씨는 "내가 직접 경찰에 폭행 피해 신고를 했는데,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뀐채 조사를 받았고, 경찰 조사 과정에서 추가 폭행이 있었다"고 온라인 커뮤니티, 청와대 국민청원 등을 통해 억울함을 토로했다.

김 씨는 글을 작성할 때부터 버닝썬을 '승리 클럽'이라고 지칭했다. 승리가 여러 방송, 인터뷰를 통해 "내가 직접 운영한다"고 밝혔던 장소인 만큼 버닝썬이란 간판 이름보다 '승리 클럽'이란 명칭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김 씨의 예상대로 해당 사건은 '승리 클럽 폭행사건'으로 폭발적인 관심을 받게 됐다.

◆ "유착 뿐 아니라 물뽕, 성폭행도"…김 씨의 추가 폭로

김 씨는 경찰과 버닝썬 관계자들의 유착 관계는 물론, '물뽕'이라 불리는 마약을 이용해 버닝썬 VIP룸에서 여성 고객들에 대한 성폭행이 이뤄졌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버닝썬 측에선 "김 씨가 먼저 여성 고객을 성추행 했고, 쌍방 폭행이 이뤄진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논란과 의혹은 잡히지 않았다.

여기에 실제로 버닝썬 VIP 룸에서 촬영된 성폭행 동영상까지 온라인을 통해 빠르게 유포됐다. 버닝썬 전현직 직원들의 양심 선언, 술에 취한 여성 손님을 '골뱅이'라고 비하하던 대화록도 공개됐다. 이 사건이 영국 BBC에 보도되면서 "한국의 정력제로 골뱅이가 떠오르고 있다"고 잘못 해석되는 해프닝이 발생하기도 했다.

김 씨는 버닝썬에서 발생한 2건의 성추행 사건 피의자로 경찰에 출석하면서 증언의 신뢰도에 금이 가는 듯 했지만, 고발자 중 1명이 버닝썬 내부 관계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 큰 충격을 안겼다. 이 사람이 마약 유통 혐의로 출국정지 된 '애나'였다. 승리가 애나와 함께 찍은 사진도 등장했다. 애나는 해당 사진을 SNS에 공개할 당시 승리를 "대표님"이라고 칭했다.

경찰 과정에서 애나가 이미 마약 전력으로 있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제대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까지 알려지면서 유착 의혹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결국 김 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하고, 김 씨를 폭행한 의혹을 빚었던 역삼지구대는 지난 14일 버닝썬과 함께 압수수색을 받는 치욕까지 겪었다.

◆ 승리도 부인하고, 버닝썬 관계자들도 부인하고

버닝썬은 지난 17일 영업을 완전히 중단했다. 승리의 첫 솔로 투어 서울 공연이 마무리된 날이다.

버닝썬 측은 공식적으로 처음 사건이 세상에 알려졌을 당시부터 "내외부 CCTV 원본 영상"이라 김 씨를 찍힌 CCTV 동영상을 공식 SNS에 게재하고, "영상을 보고 진실을 판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지난 13일에는 "버닝썬 이렇게 바뀝니다"라면서 VIP룸 폐쇄, 가드팀 바디캠 운용, 순찰 강화, CCTV 증설 및 보존 기간 확대, 고객의 소리함 운영 등을 약속했다. 그러면서 "필요 개선 사항을 모아 안전하고 깨끗한 버닝썬을 약속한다"고 광고했다.

승리는 버닝썬과 관련성을 지우려 노력했다. 지난해 3월 MBC '나혼자 산다'에 출연해 버닝썬 오픈을 준비하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연예인 사업이니까, 얼굴과 이름만 빌려주는 줄 아는데, 저는 진짜로 한다. 저는 제가 직접 다한다"고 말했던 것과는 정면으로 대치되는 해명이었다.

이후에도 승리는 버닝썬의 크리스마스 이브 파티 무대에 직접 오르는가 하면, 소녀시대 효연 등 유명 DJ들이 공연을 오면 직접 인사를 돌기도 했다. 라면 브랜드 사업의 성공과 함께 클럽은 승리의 사업가의 면모를 보여주는 활동 증 하나였다.

그럼에도 승리는 버닝썬이 폐쇄되는 현재까지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했다", "실망을 끼쳐 죄송하다"고 했지만 앞서 '운영자'라고 자청했던 것에서 한발 물러선 "내 이름으로 홍보를 한 곳에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는 해명에는 내부에서 발생한 범죄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의도가 엿보였다.
'폭행·마약 의혹' 버닝썬 영업 중단... 사라진 간판 (사진=연합뉴스)
'폭행·마약 의혹' 버닝썬 영업 중단... 사라진 간판 (사진=연합뉴스)
◆ 버닝썬-경찰 유착인가, 마약 조사 강남 클럽으로 확대

경찰은 '버닝썬' 직원들에게 폭행당했다고 주장한 김 씨가 클럽 내에서 여성들을 성추행한 정황이 추가로 발견했다고 18일 밝혀 사건이 다시금 전환점을 맞았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버닝썬 내부의) 영상을 분석하던 중 클럽 내에서 김모 씨의 추가 추행 행위로 보이는 장면이 있어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확인하고 있다"면서 "이달 1일 김씨를 소환한 뒤 범죄 사실별로 진술과 증거들을 분석해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경찰의 한 수사책임자는 버닝썬 클럽 내 마약 유통 의혹에 관해 "상식적으로 몇십억씩 돈을 버는 클럽에서 마약을 유통하겠느냐"라며 경찰 스스로 클럽에서 조직적인 마약 유통이 없었다고 예단하는 듯한 발언을 입에 담아 도마 위에 올랐다.

'버닝썬' 클럽에서 불거진 마약 관련 수사는 서울 강남 일대 클럽 전반으로 확대되는 계기가 됐다.

경찰이 '버닝썬' 마약 유통의 핵심 관련자로 지목된 애나를 조사하면서 수사도 급물살을 타고 있는 상황이다.

◆ 승리 경찰 소환은? "아직 미정"

현재 승리가 '바지 사장'인지, 진짜 '이 대표'였는지 여부는 아직 수사 대상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승리에 대한 조사 여부 역시 결정되지 않았지만, 경찰은 필요하다면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승리의 버닝썬 관여 여부를 명확히 밝혀 달라는 목소리 역시 커져가는 상황이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18일 오후 4시 30분 기준 '승리가 실질적인 버닝썬 대표인지, 각종 의혹에 개입했는지 수사해 달라'는 취지의 글은 총 7개 게재됐다. 청원자들은 "승리가 앞으로 해외 활동을 하지 못하게 출국 정지를 하고, 경찰 조사부터 받아야 한다"는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승리는 서울 공연을 마친 후 오는 23일 싱가포르, 3월 9~10일 오사카, 3월 17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월드투어를 마무리 한다. 3월까지 콘서트를 진행한 후엔 군에 입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갖은 논란에도 승리를 응원하는 팬들은 콘서트장을 찾아 "승리의 말을 믿는다"며 지지를 아끼지 않았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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