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선수출신 사장·70대 봉제장인·20대 디자이너, 국가대표가 찾는 유니폼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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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스포츠 브랜드 '애플라인드'의 협업 성공 스토리
"언더아머 창업자처럼…"
사이클 선수 출신 김윤수 대표, 제작 단계부터 선수 요구 반영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70대부터 20대까지 격의없이 작업…원주 본사·전국 봉제공장 협업
"100% 메이드인코리아 제작"
땀 빠르게 흡수하는 첨단소재 개발…평창올림픽때 우수성 입증
"언더아머 창업자처럼…"
사이클 선수 출신 김윤수 대표, 제작 단계부터 선수 요구 반영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70대부터 20대까지 격의없이 작업…원주 본사·전국 봉제공장 협업
"100% 메이드인코리아 제작"
땀 빠르게 흡수하는 첨단소재 개발…평창올림픽때 우수성 입증
모태범(빙상), 양학선(체조), 기보배(양궁), 안선주(골프). 이들은 국가대표급 선수다. 모두 개인 기록을 겨루는 종목에서 활동 중이다.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국내 스포츠 브랜드인 애플라인드 옷을 입고 시합에 나선다. 애플라인드는 강원 원주에 있는 제조업체다. 매출은 100억원 정도지만 국가대표 선수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난 브랜드다.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에서 헝가리 쇼트트랙 국가대표팀도 이 회사가 만든 유니폼을 입고 금메달(남자 5000m 계주)을 땄다. 70대 봉제장인과 20대 디자이너의 협업, 운동선수 출신 사장의 경험, 국내 생산 등이 애플라인드를 글로벌 플레이어로 만든 비결이다.
“선수의 마음은 선수가 가장 잘 안다”
김윤수 대표는 2007년 애플라인드를 설립했다. 30년간 섬유 무역업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납품을 하던 김 대표를 자극한 것은 언더아머의 성공이다. 언더아머의 창업자 케빈 플랭크는 미식축구 선수였다. 선수로는 별볼일 없었다. 하지만 자신이 입으면서 느낀 운동복의 문제점을 해결한 제품을 만들어 성공적인 기업인으로 변신했다. 김 대표는 “언더아머의 성공이 애플라인드 설립 때 자극이 됐다”고 했다.
김 대표는 대학 때까지 사이클 선수로 활동했다. 그 경험과 의류사업 노하우를 살려 운동선수를 위한 브랜드를 내놓기로 했다.
제품 콘셉트는 ‘소재가 가볍고 땀이 나도 몸에 붙지 않는, 땀을 많이 흘리는 운동선수들에게 적합한 제품’이었다. 착용감 좋고, 가볍고, 땀이 잘 배출되는 제품을 개발해 직접 들고 운동장을 뛰어다니며 알렸다. 2013년에는 국내 최초로 섬유 코팅기술 ‘드라이큐브’를 개발했다. 숨구멍이 있는 얇은 기능성 원단 한 장을 코팅해 빠르게 땀을 흡수, 배출하면서도 물이 스며들지 않는다. “왕년의 사이클 선수 김윤수의 경험이 담겨 있는 기술”이라고 김 대표는 말했다.
국가대표 경기복은 그렇게 탄생했다. 지금은 봅슬레이, 스켈레톤, 스피드스케이팅, 알파인스키 등 다양한 종목의 경기복을 제작하고 있다. 현재 프로농구팀 전주KCC이지스의 유니폼도 이 회사가 만든다.
김 대표는 지금도 선수들이 입는 유니폼은 제작 단계에서 직접 입어본다. 선수들의 요구사항을 듣고 이를 일일이 반영해 경기에서 입을 옷을 만든다. 애플라인드라는 브랜드의 의미를 묻자 그는 “얇은 사과껍질은 온도와 수분을 조절해 과육을 온전히 지켜준다”며 “사람의 몸을 편안하게 해주는 옷을 만들겠다는 뜻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원주 본사를 중심으로 100% 국내 생산
애플라인드의 또 다른 강점은 ‘메이드 인 코리아’다. 2016년 9월 설립한 원주복합센터에서 연구개발(R&D), 봉제, 검품, 물류 등 생산에 필요한 모든 과정이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이뤄지는 두 가지 협업은 애플라인드만의 강점이다. 첫째는 세대 간 협업이다. 이 회사에는 70대의 봉제장인과 20대, 30대 디자이너가 함께 일한다. 김 대표는 “장인의 봉제기술과 젊은이들의 디자인 감각이 만나 혁신적 제품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봉제 가공실 최고 숙련자는 태인명 실장이다. 올해 73세인 그는 57년간 업계에 종사했다. 태 실장은 “기술 경력직을 대우해주는 회사에서 근무하는 자체가 행복하다”고 말했다.
인하대 의상디자인학과를 졸업한 윤근옥 사원은 20대다. 그는 “50년 넘는 경력의 실장님으로부터 봉제 실무를 배우며 디자인에 많은 영감을 얻고 있다”고 했다. 애플라인드는 숙련된 전문가와 기술인을 존중하는 의미로 호칭도 정했다. 재단사는 CD(Cutting Designer), 재봉사는 SD(Sewing Designer), 샘플사는 SC(Sample Coordinator) 등으로 부른다.
두 번째 협업은 전국 봉제 공장들과 하고 있다. 애플라인드는 30여 개가 넘는 아이템별로 서울 화곡동과 면목동, 인천, 경기 의정부 등에 있는 봉제공장과 연합 생산 시스템을 구축했다. 해외 생산보다 속도는 3배 빠르고, 생산비도 적게 든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5000만 중국 빙상 시장 공략
애플라인드는 지난해 네덜란드 스케이트날 회사 메이플을 인수했다. 네덜란드 헤렌벤에 있는 공장을 원주로 이전하고 서울대와 함께 국내 철강 기술을 메이플 스케이트날에 적용할 계획이다. 빙상의 기본인 스케이트날로 인정받고, 동계 스포츠 의류 시장까지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2020년 베이징동계올림픽을 개최하는 중국에는 빙상 인구가 5000만 명에 달한다. 이를 공략하기 위해 올해부터 중국 수출을 시작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빙상 종목에서 가장 민감한 스케이트날 시장부터 공략할 생각”이라며 “올해 안에 홍콩 플래그십 스토어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원주=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
“선수의 마음은 선수가 가장 잘 안다”
김윤수 대표는 2007년 애플라인드를 설립했다. 30년간 섬유 무역업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납품을 하던 김 대표를 자극한 것은 언더아머의 성공이다. 언더아머의 창업자 케빈 플랭크는 미식축구 선수였다. 선수로는 별볼일 없었다. 하지만 자신이 입으면서 느낀 운동복의 문제점을 해결한 제품을 만들어 성공적인 기업인으로 변신했다. 김 대표는 “언더아머의 성공이 애플라인드 설립 때 자극이 됐다”고 했다.
김 대표는 대학 때까지 사이클 선수로 활동했다. 그 경험과 의류사업 노하우를 살려 운동선수를 위한 브랜드를 내놓기로 했다.
제품 콘셉트는 ‘소재가 가볍고 땀이 나도 몸에 붙지 않는, 땀을 많이 흘리는 운동선수들에게 적합한 제품’이었다. 착용감 좋고, 가볍고, 땀이 잘 배출되는 제품을 개발해 직접 들고 운동장을 뛰어다니며 알렸다. 2013년에는 국내 최초로 섬유 코팅기술 ‘드라이큐브’를 개발했다. 숨구멍이 있는 얇은 기능성 원단 한 장을 코팅해 빠르게 땀을 흡수, 배출하면서도 물이 스며들지 않는다. “왕년의 사이클 선수 김윤수의 경험이 담겨 있는 기술”이라고 김 대표는 말했다.
국가대표 경기복은 그렇게 탄생했다. 지금은 봅슬레이, 스켈레톤, 스피드스케이팅, 알파인스키 등 다양한 종목의 경기복을 제작하고 있다. 현재 프로농구팀 전주KCC이지스의 유니폼도 이 회사가 만든다.
김 대표는 지금도 선수들이 입는 유니폼은 제작 단계에서 직접 입어본다. 선수들의 요구사항을 듣고 이를 일일이 반영해 경기에서 입을 옷을 만든다. 애플라인드라는 브랜드의 의미를 묻자 그는 “얇은 사과껍질은 온도와 수분을 조절해 과육을 온전히 지켜준다”며 “사람의 몸을 편안하게 해주는 옷을 만들겠다는 뜻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원주 본사를 중심으로 100% 국내 생산
애플라인드의 또 다른 강점은 ‘메이드 인 코리아’다. 2016년 9월 설립한 원주복합센터에서 연구개발(R&D), 봉제, 검품, 물류 등 생산에 필요한 모든 과정이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이뤄지는 두 가지 협업은 애플라인드만의 강점이다. 첫째는 세대 간 협업이다. 이 회사에는 70대의 봉제장인과 20대, 30대 디자이너가 함께 일한다. 김 대표는 “장인의 봉제기술과 젊은이들의 디자인 감각이 만나 혁신적 제품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봉제 가공실 최고 숙련자는 태인명 실장이다. 올해 73세인 그는 57년간 업계에 종사했다. 태 실장은 “기술 경력직을 대우해주는 회사에서 근무하는 자체가 행복하다”고 말했다.
인하대 의상디자인학과를 졸업한 윤근옥 사원은 20대다. 그는 “50년 넘는 경력의 실장님으로부터 봉제 실무를 배우며 디자인에 많은 영감을 얻고 있다”고 했다. 애플라인드는 숙련된 전문가와 기술인을 존중하는 의미로 호칭도 정했다. 재단사는 CD(Cutting Designer), 재봉사는 SD(Sewing Designer), 샘플사는 SC(Sample Coordinator) 등으로 부른다.
두 번째 협업은 전국 봉제 공장들과 하고 있다. 애플라인드는 30여 개가 넘는 아이템별로 서울 화곡동과 면목동, 인천, 경기 의정부 등에 있는 봉제공장과 연합 생산 시스템을 구축했다. 해외 생산보다 속도는 3배 빠르고, 생산비도 적게 든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5000만 중국 빙상 시장 공략
애플라인드는 지난해 네덜란드 스케이트날 회사 메이플을 인수했다. 네덜란드 헤렌벤에 있는 공장을 원주로 이전하고 서울대와 함께 국내 철강 기술을 메이플 스케이트날에 적용할 계획이다. 빙상의 기본인 스케이트날로 인정받고, 동계 스포츠 의류 시장까지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2020년 베이징동계올림픽을 개최하는 중국에는 빙상 인구가 5000만 명에 달한다. 이를 공략하기 위해 올해부터 중국 수출을 시작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빙상 종목에서 가장 민감한 스케이트날 시장부터 공략할 생각”이라며 “올해 안에 홍콩 플래그십 스토어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원주=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