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무부, 백악관에 보고서 제출…업계 '안보위협 판정' 추정
세부내용은 비공개…20∼25% 완성차·부품·기술 등 타깃 거론
트럼프, 車관세폭탄 권한 확보…90일내 집행여부 결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 자동차에 고율 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확보했다.

관세가 실제로 부과될 때 자동차, 연관 산업에 가해질 타격을 우려해 미국 안팎에서 우려와 반발이 쏟아지고 있다.

로이터,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윌버 로스 미국 상무부 장관은 자동차 수입이 미국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보고서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17일(현지시간) 제출했다.

이 보고서는 수입 자동차와 부품에 대한 '관세 폭탄'의 법적 토대를 제공하는 유권해석이다.

상무부의 한 대변인은 보고서의 세부 사항을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은 이번 보고서가 국가기밀의 하나인 3급 비밀(confidential)로 유지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자동차 업계는 상무부가 수입 자동차 때문에 미국 국가안보가 훼손된다는 판정을 보고서에 담았을 것이라는 점을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앞서 AFP통신은 상무부가 국가안보 위협 판정을 내렸다고 지난 15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상무부의 보고를 토대로 수입 자동차에 조치를 취할지 90일 이내에 결정할 수 있다.

그 조치 결정에 따라 상무부가 관세부과나 수입량 제한 등 실행안을 권고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이내에 특정 선택에 대한 집행을 명령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연합(EU)·일본 등과의 자동차 교역에서 발생하는 적자를 거론하며 최대 25%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경고해왔다.

상무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작년 5월부터 수입 자동차가 국가안보를 해치는지 조사해왔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수입 때문에 미국의 통상 안보가 위협을 받을 때 긴급 조치를 취하도록 한 연방 법률이다.
트럼프, 車관세폭탄 권한 확보…90일내 집행여부 결단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관세를 부과할지, 어떤 범위로 어떤 수위의 관세를 부과할지는 미지수다.

다만 로이터는 자동차, 부품업체 관계자들을 인용해 상무부가 권고할 관세의 범위가 다양할 것으로 관측했다.

완성차나 부품에 대한 20∼25% 관세, 또는 화석연료가 아닌 에너지를 쓰는 자동차, 자율주행차, 인터넷이 연결되는 자동차 등으로 표적을 좁힌 차량에 대한 고율 관세를 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상무부의 보고서 제출을 두고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강력하게 반발했다.

미국의 자동차 부품업체를 대변하는 이익단체인 자동차·장비제조업협회는 업계가 판매 부진으로 고통받는 때에 관세 때문에 미국에 대한 투자가 더욱 위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싱크탱크인 오토모티브리서치센터는 보고서를 통해 자동차 가격 인상, 매출부진, 대량실업을 우려했다.

이 연구소는 25% 관세가 부과되는 최악 시나리오가 실현되면 미국 자동차 산업과 연관 산업에서 일자리 36만6천900개가 사라질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에서 제작된 자동차를 포함한 경량자동차의 가격은 평균 2천750달러(약 309만원) 오르고 미국 내 자동차 판매는 연간 130만대 줄어들며 소비자들은 중고차 시장으로 몰릴 것이라고 분석도 포함됐다.

EU, 일본, 한국 등 미국에 자동차를 수출하는 국가들은 미국의 동태를 초조하게 지켜보고 있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에 따르면 작년 EU가 미국에 수출한 자동차는 120여만대로 그 가운데 63만대에 달하는 고급차 판매의 90%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트럼프, 車관세폭탄 권한 확보…90일내 집행여부 결단
트럼프 대통령과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작년 7월 정상회담에서 무역협상 중에는 서로 고율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EU 집행위는 합의 준수를 요구하면서도 자동차 관세가 부과될 경우를 대비해 200억 유로(약 25조4천억원) 규모의 맞불 관세 목록을 작성해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본 SMBC 니코 증권은 일본은 연간 170만대 정도의 자동차를 수출하고 있는데, 20% 관세가 부과되면 연간 생산비가 86억 달러(약 9조7천억원) 증가하고 이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되면 수출량이 20만대, 이익이 2.2% 감소할 것으로 작년에 추산했다.

한국은 작년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에 합의하면서 자동차 부문에서 일부 양보를 했으나 이번에 추진되는 자동차 관세에서 제외될 것이라는 확답을 받지는 못했다.

독일 Ifo 경제연구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25% 자동차 관세가 부과될 때 일본이 80억 유로(약 10조2천억원), 독일이 70억 유로(약 8조9천억원), 한국이 30억 유로(약 3조8천억원)의 부가가치 손실을 10년 이내에 보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큰 우려 속에 미국에서는 자동차 관세 계획을 무역협상 전략으로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

미국 정부는 현재 EU, 일본과 각각 양자 무역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미국 고위관리 대다수는 동맹들에 대한 자동차 고율 관세에 반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캐나다, 멕시코와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 개정 협상을 할 때도 자동차 관세를 지렛대로 삼았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자동차 관세안은 협상 전략의 성격이 짙으며 상무부 보고서의 기밀 유지도 협상력을 높이려는 전략적 선택일 수 있다고 해설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