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약용의 '찰물 정신' 필요한 현장 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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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신속확인제도' 도입한 만큼
책상머리 벗어나 현장 소리 듣고
시민·기업 애로 해결하는 행정 절실
김희겸 < 경기도 행정1부지사 >
책상머리 벗어나 현장 소리 듣고
시민·기업 애로 해결하는 행정 절실
김희겸 < 경기도 행정1부지사 >
행정이나 공무원의 부정적 행태를 비판하는 용어 중에 ‘탁상행정’이란 말이 있다. ‘탁상 위에서만 하는 행정’이란 뜻으로 현실적이지 못한 행정을 비유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최근만 보더라도 자전거 헬멧 착용 의무화, 공사 현장에서의 사다리 퇴출, 대중교통 영유아 카시트 착용 의무화 등이 탁상행정 논란에 직면한 적이 있다.
이런 논란의 이면에는 이해관계 상충에 따른 비판이 주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하고, 정부 정책이 국민 개개인의 모든 사정을 다 헤아리기 힘들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경우 목적과 취지가 좋다는 이유로 현장과의 충분한 소통 없이 정책을 일방적으로 결정하거나, 정책의 효과성과 현실적합성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한 데 그 원인이 있다고 하겠다.
지난해 경기도에서는 도정의 주요과제에 관한 도민과 공무원의 인식조사를 한 적이 있다. ‘도정에 도민 의견이 잘 반영되고 있느냐’는 질문에 도 공무원의 71%가 그렇다고 답한 데 비해 도민은 41%만이 그렇다고 응답했다. 정책을 결정하고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공무원은 스스로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데 비해 고객인 도민은 별로 만족하지 못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과연 공무원이 하는 일은 국민이 바라는 것과 얼마나 일치하는가. 공무원은 최선을 다한다고 믿고 있으나 국민은 공무원이 하라는 일은 제대로 하지 않고 하지 말라는 일에 더 많이 신경쓰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현실일지도 모르겠다. 국민과 공무원 사이의 이런 인식 차이를 줄이려면 현장 행정, 적극 행정, 고객만족 행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돼왔다.
경기도에서도 오랫동안 ‘현장에 답이 있다’는 슬로건을 걸고 현장답사를 적극 추진했다. 하지만 현장만 열심히 방문했을 뿐 정작 도민 관점에서 문제를 도출하고 개선안을 마련하는 후속조치는 미흡했다. 이를 보완해 경기도에서는 지난해 8월부터 10월까지 정책 수혜자, 관련 단체, 전문가와 함께 현장소통 간담회 등을 열어 58건의 정책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우선 시행이 가능하거나 타당성 검토가 필요한 30건을 채택해 ‘장애인 편의시설 관련 데이터베이스(DB) 구축’ 등 19건에는 38억원의 예산까지 책정했다. 단순히 현장 의견 수렴에 그치지 않고 고객 관점에서 구체적인 실행 방안까지 마련해 온전한 정책으로 실현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최근 정부는 ‘규제 샌드박스’를 시행하고, ‘규제 신속확인 제도’를 도입했다. 기업의 신청에 정부가 30일 내 회신하지 않으면 관련 규제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도록 한 것이다. 앞으로는 규제 존치 필요의 입증 책임을 공무원이 지며 적극 행정을 하라는 취지라고 하겠다.
다산 정약용은 공직자가 갖춰야 할 덕목 가운데 하나로 ‘찰물(察物)’을 강조했다. 글자 그대로 ‘물정을 살핀다’는 뜻으로, 관리는 현장을 돌아다니며 백성의 고충과 애로를 해결해줘야 한다는 의미다. 공직자는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현장에 적합한 행정을 해야 한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국민 입장에서 조금씩이라도 개선해나간다면, 이런 변화를 바탕으로 행정서비스를 바라보는 도민과 공무원 사이의 간극도 줄어들게 돼 탁상행정이란 말도 점차 사라질 것이다. 찰물 정신이 모든 정부기관에 확산되길 기대해본다.
이런 논란의 이면에는 이해관계 상충에 따른 비판이 주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하고, 정부 정책이 국민 개개인의 모든 사정을 다 헤아리기 힘들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경우 목적과 취지가 좋다는 이유로 현장과의 충분한 소통 없이 정책을 일방적으로 결정하거나, 정책의 효과성과 현실적합성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한 데 그 원인이 있다고 하겠다.
지난해 경기도에서는 도정의 주요과제에 관한 도민과 공무원의 인식조사를 한 적이 있다. ‘도정에 도민 의견이 잘 반영되고 있느냐’는 질문에 도 공무원의 71%가 그렇다고 답한 데 비해 도민은 41%만이 그렇다고 응답했다. 정책을 결정하고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공무원은 스스로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데 비해 고객인 도민은 별로 만족하지 못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과연 공무원이 하는 일은 국민이 바라는 것과 얼마나 일치하는가. 공무원은 최선을 다한다고 믿고 있으나 국민은 공무원이 하라는 일은 제대로 하지 않고 하지 말라는 일에 더 많이 신경쓰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현실일지도 모르겠다. 국민과 공무원 사이의 이런 인식 차이를 줄이려면 현장 행정, 적극 행정, 고객만족 행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돼왔다.
경기도에서도 오랫동안 ‘현장에 답이 있다’는 슬로건을 걸고 현장답사를 적극 추진했다. 하지만 현장만 열심히 방문했을 뿐 정작 도민 관점에서 문제를 도출하고 개선안을 마련하는 후속조치는 미흡했다. 이를 보완해 경기도에서는 지난해 8월부터 10월까지 정책 수혜자, 관련 단체, 전문가와 함께 현장소통 간담회 등을 열어 58건의 정책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우선 시행이 가능하거나 타당성 검토가 필요한 30건을 채택해 ‘장애인 편의시설 관련 데이터베이스(DB) 구축’ 등 19건에는 38억원의 예산까지 책정했다. 단순히 현장 의견 수렴에 그치지 않고 고객 관점에서 구체적인 실행 방안까지 마련해 온전한 정책으로 실현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최근 정부는 ‘규제 샌드박스’를 시행하고, ‘규제 신속확인 제도’를 도입했다. 기업의 신청에 정부가 30일 내 회신하지 않으면 관련 규제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도록 한 것이다. 앞으로는 규제 존치 필요의 입증 책임을 공무원이 지며 적극 행정을 하라는 취지라고 하겠다.
다산 정약용은 공직자가 갖춰야 할 덕목 가운데 하나로 ‘찰물(察物)’을 강조했다. 글자 그대로 ‘물정을 살핀다’는 뜻으로, 관리는 현장을 돌아다니며 백성의 고충과 애로를 해결해줘야 한다는 의미다. 공직자는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현장에 적합한 행정을 해야 한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국민 입장에서 조금씩이라도 개선해나간다면, 이런 변화를 바탕으로 행정서비스를 바라보는 도민과 공무원 사이의 간극도 줄어들게 돼 탁상행정이란 말도 점차 사라질 것이다. 찰물 정신이 모든 정부기관에 확산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