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식 대덕전자 회장(오른쪽)과 오세정 서울대 총장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서울대 제공
김정식 대덕전자 회장(오른쪽)과 오세정 서울대 총장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서울대 제공
김정식 대덕전자 회장(90)이 18일 융·복합 연구 공간인 ‘해동첨단공학기술원’(가칭) 건립을 위해 서울대에 500억원을 기부했다. 이날 쾌척한 금액을 포함해 김 회장이 지금까지 서울대에 기부한 금액은 657억원에 달한다. 서울대 개인 기부자 기준으로 사상 최대 금액이다.

김 회장은 이공계 대학의 ‘키다리 아저씨’다. 1991년 해동과학문화재단을 설립한 그는 30년 동안 이공계 대학을 위해 꾸준히 기부하고 있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전국 20개 공대에 지어진 해동도서관이 그의 기부로 탄생했다. ‘해동’은 김 회장 부친의 호에서 가져왔다. 1990년부터는 ‘해동상’을 통해 과학기술 분야 연구자 282명에게 연구비를 지원했다. 경제적 여건이 어려운 대학생에게는 장학금을 후원하는 등 후학 양성에 힘써왔다.

1956년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김 회장은 모교에 대한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1995년 해동도서관을 시작으로 해동아이디어팩토리, 해동일본기술정보센터 등 10여 곳이 김 회장의 후원을 받아 건립됐다. 차국헌 서울대 공대 학장은 “한 달에 1, 2회씩 서울대 도서관과 아이디어팩토리 등을 방문해 학생들의 고충을 직접 들을 정도로 열정적인 분”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이 500억원의 거금을 내놓기로 마음먹은 것은 지난해 11월 서울대 공대에서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갈 연구·교육 시설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다. 그는 “마침 금융회사 블랙스톤의 스티븐 슈워츠먼 회장이 미국 MIT의 인공지능 대학 건립을 위해 3억5000만달러(약 3933억원)를 냈다는 소식을 듣고 기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이 받은 서울대 공대 출신 졸업생의 편지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김 회장의 아들인 김영재 대덕전자 사장에 따르면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를 졸업한 엄정한 씨는 한국경제신문 1월 19일자 A2면에 보도된 ‘어느 90대 中企 회장의 못말리는 이공계 대학 사랑’을 읽고 ‘나의 키다리 아저씨에게’라는 제목의 편지를 보냈다. 엄씨는 “청춘들을 뒤에서 아무 말 없이 보듬어준 키다리 아저씨의 삶에 경의를 표한다”며 “제게 전해주신 ‘해동’의 정신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감사의 뜻을 밝혔다. 김 사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서울대가 모범이 돼 선도형 연구를 추진해주길 바란다”고 김 회장의 뜻을 전했다.

서울대 공대는 500억원을 기반으로 융·복합 연구를 수행하는 기술원을 건립할 계획이다. 차 학장은 “공대가 직접 나서 학과 간 장벽을 낮추고 AI·로봇·바이오 등이 포함한 융·복합 연구 공간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회장은 이날 기금 출연 협약식에서 “서울대가 새롭게 도약하는 발판으로 기부금을 활용하기를 희망한다”며 “단순히 건물을 조성하는 수준이 아니라 훌륭한 내용으로 채울 수 있도록 노력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