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계 리더와 교류 활발…기업경영의 영감 얻는다
“회사를 처음 시작했던 그날의 초심으로 되돌아갈 수 있었던 소중한 계기였습니다.”

한양대 최고경영자과정(AMP) 42기 출신인 박종환 김기사컴퍼니 대표는 “최고경영자과정은 기업 경영을 더 큰 눈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준 중요한 전환점이었다”며 이같이 회고했다. 2012년 AMP를 수료한 박 대표는 차량 내비게이션 프로그램인 ‘김기사’(운영회사 록앤올)를 창업해 2015년 카카오에 626억원을 받고 매각했다. 이후 공유사무실 운영회사인 김기사컴퍼니(서비스명 워크앤올)를 통해 ‘제2의 도전’에 나섰다.

막강 인맥 자랑하는 최고위과정

각 대학의 최고위과정은 각계각층의 인사들과 활발히 교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다양한 분야의 인맥 창구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평가다. 스카이(SKY)로 불리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AMP는 대학마다 동문이 5000여 명에 이른다. 최고위과정 동문은 수료 이후에도 총동문회 및 골프 동호회 등 각종 모임을 통해 끈끈한 관계를 이어나간다.

최고위과정은 숫자로 나타나는 외형적 규모보다 동문의 면면에서 그 위상이 더 잘 드러난다. 대기업 회장 및 임원 가운데 최고위과정을 거친 유명 인사가 적지 않다. 손경식 CJ그룹 회장과 이수빈 삼성경제연구소 회장은 서울대 AMP 동문이다. 장평순 교원그룹 회장은 연세대 AMP, 강신호 동아쏘시오홀딩스 명예회장은 고려대 AMP를 나왔다. 허진수 GS칼텍스 회장과 최주영 대명호텔앤리조트 대표는 각각 KAIST와 한양대 AMP를 마쳤다. 서강대도 송용덕 롯데그룹 부회장과 박종복 SC제일은행장,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수석부회장 등을 동문으로 두고 있다.

건국대에서 최고경영자과정을 마친 유재필 유진그룹 명예회장은 “AMP는 국제화되고 있는 비즈니스 환경에서 최고경영자에게 꼭 필요한 지식 습득은 물론 인적 네트워크 구축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교육과정”이라고 치켜세웠다. 유 회장과 AMP 동문인 정승봉 전 평택항만공사 사장도 “기업, 정부, 공기업 등 각계에 퍼져 있는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효율적으로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회계법인, 컨설팅업체 임원들도 잇따라 최고위과정을 찾고 있다. 명동성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는 서울대 최고지도자인문학과정, 이규용 김앤장법률사무소 상임고문은 숙명여대 최고경영자과정을 거쳤다. 행정·정책 분야 최고위과정은 정치인과 고위공무원이 많이 찾는다. 고려대 정책대학원 최고위정책과정은 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을 포함해 김무성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이 주요 동문이다.

예술 분야에서 입지가 탄탄한 홍익대 현대미술최고위과정도 남다른 인맥을 자랑한다.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변대규 휴맥스홀딩스 회장 등이 이 과정을 수료했다.

지난해 서울의 주요 사립대에서 최고위과정을 수료한 한 유통업체 임원은 “최고위과정을 수료하려면 적잖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지만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인맥을 감안할 때 절대 밑지는 장사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기부·멘토링 등 모교 환원도 활발

최고위과정 동문은 기부나 멘토링 등으로 모교 발전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서강대 최고경영자과정 동문인 홍성열 마리오아울렛 회장은 2016년 ‘남덕우경제관’ 건립기금으로 30억원을 쾌척했다. 숙명여대 호스피탈리티 경영전문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을 수료한 강옥채 연원투자개발 회장은 2015년 숙명여대에 공대신설 발전기금으로 1억원을 기부했다.

KAIST 컨버전스 최고경영자과정의 경우 전체 교육기간이 끝날 때마다 수료생들이 2000만원씩 모아 전산학부에 전달한다. 이 밖에 KAIST AMP 동문인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과 김종남 다샤인 회장, 허기호 한일시멘트 회장은 학교 발전기금으로 1억원씩 모교에 기탁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