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정부가 야심차게 만들어 내놓은 고속열차가 운행 하루 만에 사고가 나는 불상사를 당했다. 원인은 소였다.

18일 AFP통신에 따르면 지난 16일 인도의 첫 준고속열차인 반데 바라트 익스프레스(VBE)가 수도 뉴델리에서 193km가량 떨어진 참로라 역에서 사고로 멈춰섰다. 사고 원인은 기차가 선로에 진입한 소와 충돌했기 때문이었다. 열차는 바라나시에서 뉴델리로 갔다가 돌아오는 길이었다.

소를 신으로 숭배하는 인도에서는 소가 마음대로 활보하며 찻길을 막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기찻길이라고 예외는 없다. 자동차와 달리 중간에 멈춰서기 어려운 기차는 대부분 소와 충돌하는 일을 피하기 어렵다. AFP통신은 열차를 운행하던 기관사가 선로를 헤매던 소를 보고 당황해 급브레이크를 밟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운행 하루 만에 사고난 인도 고속철…원인은 '소'
인도 일간 인디언익스프레스에 따르면 2017년 한 해 동안 인도에서 달리는 기차와 소가 부딪히는 경우는 1만건이 넘었다. 2014년 모디 정부가 들어서면서 소 도축을 전면 금지시키자 늙거나 버려진 소들이 기찻길을 활보하는 일이 증가하고 있다고 인디언익스프레스는 전했다. 기차와 소가 부딪히는 사고가 증가하면서 자연히 시민들의 원성도 커졌다.

소 도축을 법으로 금지시킨 모디 정부가 자기 정책 때문에 곤욕을 치르는 ‘자승자박’에 걸려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모디 정부는 그간 제조업 육성정책인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정책 홍보 일환으로 VBE를 대외에 대대적으로 자랑해왔다. VBE는 인도가 사상 최초로 자국 기술을 통해 개발한 시속 180km까지 속도를 낼 수 있는 준고속열차다. 지난 15일 진행된 시범식에는 모디 총리가 직접 참석해 주목됐다. 외신들은 “제조강국을 향한 모디의 꿈이 소를 지키고자 한 그의 의지를 이기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대부분 인도인들이 믿는 힌두교에서 소는 인간보다 신성시된다. 함부로 건드릴 수도 없거니와 소를 다치게 하거나 도축하는 것은 범죄로 여겨진다. 어떤 지역에서는 소를 죽이는 사람에게 3년 이상의 징역형을 내리기도 한다. 소를 죽였다는 이유로 힌두교 신자들이 집단 린치를 가해 사람을 죽이는 사례도 종종 나온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