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장벽用 예산전용 막겠다" 재난기금보호법 발의
대선 기선잡기?…美민주 잠룡들 '트럼프 비상사태' 맞불 선봉
미국 민주당의 대권 주자들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예산 권한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고 의회전문매체 더힐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 국경장벽 자금 확보를 위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국가비상사태에선 현직 대통령이 의회 승인을 거치지 않고 예산을 재배정할 수 있게 된다.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재난구호에 배정된 예산을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에 전용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내용의 '재난기금 보호법'(Protecting Disaster Relief Funds Act)을 공동 발의했다.

국토안보부, 주택도시개발부, 육군 공병대 등에 할당된 구호예산이 그 대상이다.

무엇보다 2020년 대선 주자로 꼽히는 진보진영 인사들이 대거 동참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카말라 해리스(캘리포니아)·키어스틴 질리브랜드(뉴욕) 상원의원 등 민주당 여성 대권 주자들이 공동발의자로 나섰다.

해리스 상원의원은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그 우스꽝스럽고 헛된 프로젝트의 예산을 조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6년 대선에서 '진보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던 버니 샌더스(버몬트·무소속) 상원의원도 동참했다.

샌더스 의원도 2020년 대선에서 유력한 '잠룡'으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이 보수진영을 결집하고 2020년 재선 가도의 동력을 확보하는 승부수로서 '국가비상사태 카드'를 꺼내든 모양새라면, 이에 뒤질세라 야권의 대권 주자들이 일제히 방어벽을 치고 나선 셈이다.

테러·전쟁을 비롯한 갑작스러운 위기 상황에 대응하는 애초 취지와는 달리, 이번 국가비상사태 공방이 2020년 대선의 기선잡기 성격으로 흐르면서 장기화할 가능성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