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력근로제 확대 '1박2일 협상' 불발…19일 하루 더 논의한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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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로 넘어가는 탄력근로제 확대…‘임금 삭감 없는 6개월’로 절충할듯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방안을 논의해온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결국 합의안 도출에 실패했다. 지난해 7월 주 52시간 근로제 전격 시행에 따른 산업 현장의 호소로 12월부터 뒤늦게 논의가 시작됐지만 노동계 반발을 넘어서지 못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19일 하루 더 논의를 이어간다는 계획이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아무런 성과 없이 양측 주장만 남긴 ‘반쪽짜리 사회적 대화’가 사실상 종료됨에 따라 산업 현장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는 물론 경사노위 무용론도 제기될 것으로 전망된다.
6개월 연장에는 의견 접근했지만…
경사노위 산하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는 18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어 이튿날 새벽 1시50분까지 10시간이 넘는 마라톤 협상을 벌였다. 탄력근로제는 일감이 많은 주에는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해 일하는 대신 일감이 적을 때는 근로시간을 줄여 단위 기간 내 평균 근로시간을 주 52시간으로 맞추는 제도다.
경영계에서는 특정 기간에 업무가 몰리는 계절산업이나 정기보수가 필요한 철강·화학업종은 현행 3개월로는 부족한 만큼 단위기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호소해왔다. 이 같은 요청을 받아들여 지난해 11월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는 단위기간을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쟁점은 세 가지였다. 단위기간을 얼마나 늘릴지, 도입 요건은 어느 정도로 개편할지, 임금 보전과 건강권 확보 방안은 어떻게 할지다. 지난해 12월20일 첫 회의를 시작으로 여덟 차례의 회의 끝에 의견 접근이 이뤄진 것은 ‘단위기간 6개월 확대’였다.
하지만 단서 조항을 놓고 노사가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정문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정책본부장은 이날 회의에서 “탄력근로제는 과로사 방지를 위해 근로자 보호장치가 가장 중요하다”며 “보호장치 없는 탄력근로제 확대는 살인”이라고 주장했다.
경영계는 탄력근로제가 모든 산업에 필요한 것이 아니므로 일정 부분이라도 요건을 완화하자는 주장을 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측 참석자는 “임금 삭감을 위해 탄력근로제를 확대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현행법과 어긋나는 임금보전 방안까지 명시하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며 노동계에 유연한 대응을 촉구했다.
이철수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 위원장은 회의 직후 브리핑을 열고 “8차 전체회의까지 열어 쟁점 조율을 지속했지만 당초 계획했던 시한(18일)까지는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지금까지 논의의 연장선 상에서 각 참여 단체의 책임 있는 당사자들 간 논의를 하루 더 연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19일 회의에는 이 위원장을 비롯해 김용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 이성경 한국노총 사무총장,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이 참석한다. 민주노총 ‘돌발변수’ 마지막까지 파행
이날 회의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회의장 점거로 예정시간보다 2시간30분이 지나서야 시작했다. 경사노위에 불참한 민주노총은 탄력근로제 확대 논의를 저지하겠다며 조합원 35명을 경사노위에 집결시켰다. 이들은 회의장에 미리 들어와 ‘경사노위는 탄력근로제 개악 논의 중단하라’고 적힌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항의서(탄력근로제 확대 논의에 대한 민주노총 입장)를 전달하겠다며 이 위원장이 회의장으로 들어오길 기다렸고, 이 위원장은 이를 거부하면서 회의 개시가 지연됐다. 결국 민주노총 측은 2시간가량 지나 이 위원장 대신 박태주 경사노위 상임위원에게 항의 서한을 전달하고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민주노총은 이날 경사노위에 회의 참석을 요청했다가 거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사노위 사정에 밝은 한 노동 전문가는 “민주노총 입장에선 논의 중단을 요구하는 항의서를 언론이 지켜보는 앞에서 전달하고 싶었을 것”이라며 “정작 대화에는 참여하지도 않으면서 항의서를 위원장에게 전달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이 이 위원장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국회로 공 넘어갔지만…
경사노위가 탄력근로제 확대 논의를 국회로 넘겼지만 합의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나경원 자유한국당·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정상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만났다. 그러나 여야가 김경수 경남지사와 손혜원 의원에 대한 국정조사 여부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논의는 파행으로 치달았다.
김 원내대표는 3당 원내대표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탄력근로제뿐 아니라 선택근로제 확대 적용도 2월 국회에서 반드시 매듭지을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여당이 이런 법안을 처리하는 데 책임감을 갖고 임해주길 촉구한다”며 “이른 시일 내 국회 정상화에 관한 협상을 매듭짓도록 바른미래당이 중재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와 관련해 민주당은 최대 6개월, 한국당은 최대 1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사실상 당론으로 정해놓고 있다. 이미 관련 입법 개정안을 각 당 의원들이 발의했다. 정부 관계자는 “단위기간은 물론 도입 요건 완화 등도 국회에서 결정될 부분이지만 한꺼번에 단위기간을 1년으로 늘리는 것은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여야 절충 과정에서 결국 여당안(임금보전을 포함해 3개월→6개월로 확대)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백승현/김소현 기자 argos@hankyung.com
6개월 연장에는 의견 접근했지만…
경사노위 산하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는 18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어 이튿날 새벽 1시50분까지 10시간이 넘는 마라톤 협상을 벌였다. 탄력근로제는 일감이 많은 주에는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해 일하는 대신 일감이 적을 때는 근로시간을 줄여 단위 기간 내 평균 근로시간을 주 52시간으로 맞추는 제도다.
경영계에서는 특정 기간에 업무가 몰리는 계절산업이나 정기보수가 필요한 철강·화학업종은 현행 3개월로는 부족한 만큼 단위기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호소해왔다. 이 같은 요청을 받아들여 지난해 11월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는 단위기간을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쟁점은 세 가지였다. 단위기간을 얼마나 늘릴지, 도입 요건은 어느 정도로 개편할지, 임금 보전과 건강권 확보 방안은 어떻게 할지다. 지난해 12월20일 첫 회의를 시작으로 여덟 차례의 회의 끝에 의견 접근이 이뤄진 것은 ‘단위기간 6개월 확대’였다.
하지만 단서 조항을 놓고 노사가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정문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정책본부장은 이날 회의에서 “탄력근로제는 과로사 방지를 위해 근로자 보호장치가 가장 중요하다”며 “보호장치 없는 탄력근로제 확대는 살인”이라고 주장했다.
경영계는 탄력근로제가 모든 산업에 필요한 것이 아니므로 일정 부분이라도 요건을 완화하자는 주장을 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측 참석자는 “임금 삭감을 위해 탄력근로제를 확대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현행법과 어긋나는 임금보전 방안까지 명시하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며 노동계에 유연한 대응을 촉구했다.
이철수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 위원장은 회의 직후 브리핑을 열고 “8차 전체회의까지 열어 쟁점 조율을 지속했지만 당초 계획했던 시한(18일)까지는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지금까지 논의의 연장선 상에서 각 참여 단체의 책임 있는 당사자들 간 논의를 하루 더 연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19일 회의에는 이 위원장을 비롯해 김용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 이성경 한국노총 사무총장,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이 참석한다. 민주노총 ‘돌발변수’ 마지막까지 파행
이날 회의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회의장 점거로 예정시간보다 2시간30분이 지나서야 시작했다. 경사노위에 불참한 민주노총은 탄력근로제 확대 논의를 저지하겠다며 조합원 35명을 경사노위에 집결시켰다. 이들은 회의장에 미리 들어와 ‘경사노위는 탄력근로제 개악 논의 중단하라’고 적힌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항의서(탄력근로제 확대 논의에 대한 민주노총 입장)를 전달하겠다며 이 위원장이 회의장으로 들어오길 기다렸고, 이 위원장은 이를 거부하면서 회의 개시가 지연됐다. 결국 민주노총 측은 2시간가량 지나 이 위원장 대신 박태주 경사노위 상임위원에게 항의 서한을 전달하고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민주노총은 이날 경사노위에 회의 참석을 요청했다가 거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사노위 사정에 밝은 한 노동 전문가는 “민주노총 입장에선 논의 중단을 요구하는 항의서를 언론이 지켜보는 앞에서 전달하고 싶었을 것”이라며 “정작 대화에는 참여하지도 않으면서 항의서를 위원장에게 전달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이 이 위원장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국회로 공 넘어갔지만…
경사노위가 탄력근로제 확대 논의를 국회로 넘겼지만 합의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나경원 자유한국당·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정상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만났다. 그러나 여야가 김경수 경남지사와 손혜원 의원에 대한 국정조사 여부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논의는 파행으로 치달았다.
김 원내대표는 3당 원내대표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탄력근로제뿐 아니라 선택근로제 확대 적용도 2월 국회에서 반드시 매듭지을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여당이 이런 법안을 처리하는 데 책임감을 갖고 임해주길 촉구한다”며 “이른 시일 내 국회 정상화에 관한 협상을 매듭짓도록 바른미래당이 중재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와 관련해 민주당은 최대 6개월, 한국당은 최대 1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사실상 당론으로 정해놓고 있다. 이미 관련 입법 개정안을 각 당 의원들이 발의했다. 정부 관계자는 “단위기간은 물론 도입 요건 완화 등도 국회에서 결정될 부분이지만 한꺼번에 단위기간을 1년으로 늘리는 것은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여야 절충 과정에서 결국 여당안(임금보전을 포함해 3개월→6개월로 확대)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백승현/김소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