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력근로제 오남용 방지' 접점 못 찾아…'답정너' 논의도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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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 단위기간 확대 방침 정해놓고 경사노위에 논의 넘겨
노동자 건강권 보호·임금 감소 방지 장치 두고 경영계-노동계 이견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19일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문제에 관한 마라톤 회의에서도 끝내 접점을 찾지 못한 것은 이 문제에 관한 노·사의 대립이 얼마나 첨예한지 잘 보여준다.
경사노위 산하 의제별 위원회인 노동시간 개선위는 작년 12월 발족해 약 2개월 동안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문제에 관한 사회적 대화를 진행했다.
이번 회의까지 포함해 8차례 전체회의를 했으나 노·사의 합의점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마지막 전체회의를 하루 앞둔 지난 17일에도 늦은 밤까지 간사회의를 하며 막판 조율을 시도했으나 입장차를 못 좁혔다.
이번 회의도 당초 1∼2시간 걸릴 전망이었으나 10시간 동안 계속돼 이날 새벽에야 끝났다.
탄력근로제는 일정 단위 기간 중 일이 많은 주의 노동시간을 늘리는 대신, 다른 주의 노동시간을 줄여 평균치를 법정 한도 내로 맞추는 것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2주 이내 혹은 3개월 이내로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업주가 단위 기간 2주 이내의 탄력근로제를 도입할 경우 취업규칙 변경만으로 가능하지만, 단위 기간이 그 이상이면 노동자 대표와 서면 합의가 필요하다.
탄력근로제는 작년 7월 3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노동시간 단축에 들어간 것을 계기로 노·사관계와 노·정관계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경영계가 주 52시간제를 지키려면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를 들고나온 것이다.
특히, 경영계는 정유·화학과 ICT(정보통신기술) 등 일정 기간 집중 노동을 해야 하는 업종은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늘리지 않으면 경영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주 52시간제의 현장 안착을 위해서라도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최장 1년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게 경영계의 입장이다.
경영계는 탄력근로제 도입 요건도 완화할 것을 요구했다.
노동자 대표와의 서면 합의 대신 '협의'만으로 탄력근로제 도입이 가능하도록 하고 취업규칙 변경으로 도입할 때도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법에 명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취업규칙 변경은 노동자 의견 청취만으로 가능하지만, 노동자에게 불리한 변경은 동의를 받아야 한다.
경영계는 탄력근로제를 도입할 경우 노동일과 노동시간을 미리 정하도록 한 것도 탄력근로제 운영의 경직성을 초래할 수 있다며 노동자와 큰 틀의 기본계획을 협의하는 것으로 대체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노동계는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로 노동자 건강권 침해와 임금 감소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반발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으로도 단위 기간 3개월의 탄력근로제를 도입하면 노동자는 1주에 연장근로(12시간)를 포함해 최장 64시간 근무할 수 있게 된다.
이론적으로는 3개월의 절반인 한 달 반 동안 1주 64시간 근무를 연속으로 할 수 있어 과로 위험이 커진다. 3개월짜리 탄력근로제를 도입하면 연장근로를 제외한 1주 법정 노동시간 한도가 40시간에서 52시간으로 늘어 법정 노동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로 인정되는 노동시간이 줄어들 수 있다.
연장근로에 대해 지급하는 가산 수당을 그만큼 못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노총은 작년 11월 탄력근로제를 도입하면 노동자 임금이 7% 감소한다는 분석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노동시간 개선위에서 노·사는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6개월로 확대하는 데는 큰 틀의 공감대를 이뤘으나 노동자 건강권 침해와 임금 감소를 막을 장치에 관한 노동계의 요구를 두고 접점을 못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익위원이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6개월로 늘리더라도 고용노동부의 만성 과로 기준(12주 연속 평균 60시간 혹은 4주 연속 평균 64시간)을 초과하는 노동은 막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으나 경영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여부는 일찍부터 노·사관계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라 힘겨루기 양상이 전개되면서 타협의 여지가 별로 없었다.
정부 여당이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을 추진한 방식도 문제로 지적된다.
정부 여당은 경영계 요구를 수용해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확대한다는 방침을 사실상 정해 놓고 논의를 경사노위에 맡겼다.
이 때문에 노동계에서는 '답정너'(답은 정해놨으니 너는 대답만 해)' 식의 사회적 대화를 강요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노동계가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문제에 대해 양보할 경우 정부 방침의 '거수기'로 비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진 셈이다.
노동계를 대표해 경사노위에 참여하는 한국노총의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었다.
한국노총이 유연한 협상 전술을 펼치기도 그만큼 어려웠다.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을 양보할 경우 노동계 내부의 비판을 한 몸에 받는 상황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사노위에 불참하는 민주노총은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저지라는 선명한 구호를 내세우며 투쟁에 나서 장외에서 압박 강도를 높였다.
노동시간 개선위 이철수 위원장은 "노·사가 정말 매우 성숙한 자세로 합의에 도달하려고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며 낮은 수준의 합의라도 도출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연합뉴스
노동자 건강권 보호·임금 감소 방지 장치 두고 경영계-노동계 이견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19일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문제에 관한 마라톤 회의에서도 끝내 접점을 찾지 못한 것은 이 문제에 관한 노·사의 대립이 얼마나 첨예한지 잘 보여준다.
경사노위 산하 의제별 위원회인 노동시간 개선위는 작년 12월 발족해 약 2개월 동안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문제에 관한 사회적 대화를 진행했다.
이번 회의까지 포함해 8차례 전체회의를 했으나 노·사의 합의점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마지막 전체회의를 하루 앞둔 지난 17일에도 늦은 밤까지 간사회의를 하며 막판 조율을 시도했으나 입장차를 못 좁혔다.
이번 회의도 당초 1∼2시간 걸릴 전망이었으나 10시간 동안 계속돼 이날 새벽에야 끝났다.
탄력근로제는 일정 단위 기간 중 일이 많은 주의 노동시간을 늘리는 대신, 다른 주의 노동시간을 줄여 평균치를 법정 한도 내로 맞추는 것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2주 이내 혹은 3개월 이내로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업주가 단위 기간 2주 이내의 탄력근로제를 도입할 경우 취업규칙 변경만으로 가능하지만, 단위 기간이 그 이상이면 노동자 대표와 서면 합의가 필요하다.
탄력근로제는 작년 7월 3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노동시간 단축에 들어간 것을 계기로 노·사관계와 노·정관계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경영계가 주 52시간제를 지키려면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를 들고나온 것이다.
특히, 경영계는 정유·화학과 ICT(정보통신기술) 등 일정 기간 집중 노동을 해야 하는 업종은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늘리지 않으면 경영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주 52시간제의 현장 안착을 위해서라도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최장 1년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게 경영계의 입장이다.
경영계는 탄력근로제 도입 요건도 완화할 것을 요구했다.
노동자 대표와의 서면 합의 대신 '협의'만으로 탄력근로제 도입이 가능하도록 하고 취업규칙 변경으로 도입할 때도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법에 명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취업규칙 변경은 노동자 의견 청취만으로 가능하지만, 노동자에게 불리한 변경은 동의를 받아야 한다.
경영계는 탄력근로제를 도입할 경우 노동일과 노동시간을 미리 정하도록 한 것도 탄력근로제 운영의 경직성을 초래할 수 있다며 노동자와 큰 틀의 기본계획을 협의하는 것으로 대체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노동계는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로 노동자 건강권 침해와 임금 감소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반발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으로도 단위 기간 3개월의 탄력근로제를 도입하면 노동자는 1주에 연장근로(12시간)를 포함해 최장 64시간 근무할 수 있게 된다.
이론적으로는 3개월의 절반인 한 달 반 동안 1주 64시간 근무를 연속으로 할 수 있어 과로 위험이 커진다. 3개월짜리 탄력근로제를 도입하면 연장근로를 제외한 1주 법정 노동시간 한도가 40시간에서 52시간으로 늘어 법정 노동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로 인정되는 노동시간이 줄어들 수 있다.
연장근로에 대해 지급하는 가산 수당을 그만큼 못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노총은 작년 11월 탄력근로제를 도입하면 노동자 임금이 7% 감소한다는 분석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노동시간 개선위에서 노·사는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6개월로 확대하는 데는 큰 틀의 공감대를 이뤘으나 노동자 건강권 침해와 임금 감소를 막을 장치에 관한 노동계의 요구를 두고 접점을 못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익위원이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6개월로 늘리더라도 고용노동부의 만성 과로 기준(12주 연속 평균 60시간 혹은 4주 연속 평균 64시간)을 초과하는 노동은 막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으나 경영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여부는 일찍부터 노·사관계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라 힘겨루기 양상이 전개되면서 타협의 여지가 별로 없었다.
정부 여당이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을 추진한 방식도 문제로 지적된다.
정부 여당은 경영계 요구를 수용해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확대한다는 방침을 사실상 정해 놓고 논의를 경사노위에 맡겼다.
이 때문에 노동계에서는 '답정너'(답은 정해놨으니 너는 대답만 해)' 식의 사회적 대화를 강요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노동계가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문제에 대해 양보할 경우 정부 방침의 '거수기'로 비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진 셈이다.
노동계를 대표해 경사노위에 참여하는 한국노총의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었다.
한국노총이 유연한 협상 전술을 펼치기도 그만큼 어려웠다.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을 양보할 경우 노동계 내부의 비판을 한 몸에 받는 상황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사노위에 불참하는 민주노총은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저지라는 선명한 구호를 내세우며 투쟁에 나서 장외에서 압박 강도를 높였다.
노동시간 개선위 이철수 위원장은 "노·사가 정말 매우 성숙한 자세로 합의에 도달하려고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며 낮은 수준의 합의라도 도출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