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서 2차 核담판…'본격 비핵화'·'교착상태 지속' 갈림길
北美 모두 성과 절실…하노이선언에 '영변 폐기-제재 완화·종전선언' 담길지 주목

※편집자주= 오는 20일이면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옵니다.

국가기간통신사인 연합뉴스는 한반도 정세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이번 회담의 역사적 의미, 예상되는 의제 및 의전, 배석 인물, 부대 행사, 준비 상황 등을 소개하는 총 12건의 기사를 송고합니다.
[북미회담 1주앞]①김정은·트럼프, 완전한 비핵화 기로에 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로 향하는 여정에서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양 정상이 오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2차 정상회담에서 어떤 합의를 하느냐에 따라 비핵화 속도에 탄력이 붙을지, 또 다시 지리한 교착상태가 이어질지 판가름날 전망이다.

성과가 있다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논의에도 속도가 붙으면서 화해·평화의 흐름이 확고하게 뿌리내리겠지만, 반대라면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면서 협상 동력도 크게 떨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전세계가 하노이 담판에 주목하는 이유다.

작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첫 정상회담은 북미 적대관계 청산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역사적 의미와는 별개로 비핵화 조치에 있어 구체성이 부족했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8개월여 만에 열리는 이번 회담은 달라야 한다는 점을 미국도 잘 알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지난 13일(현지시간) 미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진짜 진전을 이뤄내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라고 강조한 것도 '레토릭'(수사)만으로는 여론을 설득하기 힘들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일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올해 말이면 사실상 대선 국면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이번에 확실한 진전이 이뤄지지 않으면 앞으로는 성과를 내기가 더 어려워진다는 전망도 있다.

김정은 위원장도 성과가 절실하기는 마찬가지다.

내년이 노동당 창건 75주년이자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마무리하는 해이기 때문에 올해는 어떻게든 제재 완화를 통해 경제 성장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19일 "정세의 대전환은 일어났지만 북미 모두 손에 잡히는 성과물은 부족한 상황"이라며 "이번에 물꼬를 트지 못하면 집중력도 떨어지고 추동력도 잃어버릴 게 확실시되니 구체적인 조치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북미회담 1주앞]①김정은·트럼프, 완전한 비핵화 기로에 서다
북미는 이번 회담에서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완전한 비핵화 등 1차 회담 합의사항을 구체화해 '하노이 선언'에 담을 계획이다.

'하노이 선언'을 어떻게 채울지는 상당 부분 조만간 진행될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 간의 실무협상 결과에 달렸다.

이 3가지 항목은 서로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는 평가다.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조치에 나서는 데 따라 미국이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및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조치를 취하는 모양새가 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예상이다.

한미는 북한 비핵화를 '영변 핵시설 폐기와 검증→핵무기·핵분열 물질 및 영변외 시설 등에 대한 포괄적 신고→완전한 핵폐기' 순서로 진행한다는 큰 그림을 그려놓고 있다.

최소한 그 첫 단계인 '영변 핵시설 폐기'에 대한 구체적인 이행계획이 이번에는 나와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 상응 조치로 미국은 연락사무소 개설과 종전선언 또는 불가침 선언이나 평화선언 등을 통해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및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작업에 착수할 구상이라는 분석이 많다.

폼페이오 장관은 "우리는 한반도에 안보 메커니즘, 평화 메커니즘을 창설하는 것에 관해서도 얘기했다"(14일 폭스뉴스 인터뷰)고 밝혀 평화체제를 논의할 별도의 틀이 만들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 정도만 현실화해도 한반도는 30년 가까운 북핵 협상 역사에서 한 번도 나아가지 못했던 미답의 영역으로 들어서게 된다.

그러나 북한은 제재 완화 없이는 '영변 핵시설 전면 폐기'와 같은 중대한 비핵화 조처를 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다.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미국이 '제재 완화'에 대해서도 유연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제재 완화의 대가로 좋은 결과를 얻어내는 것이 우리의 전적인 의도"(13일 CBS 인터뷰)라고 말했는데, 미국이 그간 '제재 완화'에 대해 비핵화 이전까지는 안 된다고 선을 그어왔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전향적인 발언이다.

제재 완화 대상으로는 남북철도·도로연결 사업을 비롯해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등 현행 대북 제재와 충돌 소지가 있는 남북 경협사업들의 예외적 허용,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에 따라 '연간 50만 배럴'로 제한된 대북 정유제품 공급 상한선 제고 등이 거론된다.

일각에서는 영변 핵시설 폐기와 종전선언 등이 1단계 조치로 구체적 시한과 함께 합의문에 담기고, 제재 완화는 그 이후 단계의 비핵화 조치와 맞물려 언급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영변 핵시설 폐기 이후의 비핵화 조치로는 '영변 외 핵시설 폐기'나 '핵무기·핵분열물질을 포함한 전체 핵프로그램에 대한 포괄적 신고' 등이 꼽힌다.
[북미회담 1주앞]①김정은·트럼프, 완전한 비핵화 기로에 서다
그러나 이런 구체적인 내용이 합의문에 담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북미는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 및 상응 조치에 대한 '주고받기'는 고사하고, '완전한 비핵화'의 정의에 대해서도 아직 합의하지 않은 상태다.

한미는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또는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의 의미로 여기지만, '조선반도 비핵화'를 주장해온 북한은 한미동맹의 주요 요소 중 하나인 미국의 '핵우산'까지 사라져야 한다는 의미로 생각할 수 있다.

이처럼 조율해야 할 현안은 많은 반면 시간은 턱없이 부족해 이번에도 시한이 명기된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와 상응조치가 합의문에 담기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서두를 게 없다"면서 "우리는 단지 실험을 원하지 않는다"(15일)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미국이 '핵동결'에 만족하는 것 아니냐는 시나리오까지 제기된다.

하지만 북미 모두 서로의 '카드'에 대해선 충분히 숙지하고 있으니 의지만 있다면 이를 조합할 절대적인 시간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결국 일주일 남짓 시간동안, 영변 중심의 구체적 1단계 비핵화 조치 및 상응 조치의 목록, 시한 등과 함께, '완전한 비핵화'의 일치된 정의를 '하노이 선언'에 담는데 북미가 합의할지가 최대의 관심사로 부상한 형국이다.

시한을 포함한 구체적 1단계 조치의 명기도 중요하지만 핵무기와 핵물질 등 이른바 '보유핵'의 전면 폐기를 포함하는 완전한 비핵화와 북미수교, 평화협정 체결 등 '최종단계' 목표를 담을 수 있느냐가 그것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서로의 안은 충분히 알고 있으니 수뇌부의 위임만 있다면 실무협상에서 충분히 조합을 맞춰볼 시간은 있다"면서 "미국이 제재완화를 한다면 북한도 영변 핵시설 동결과 폐기까지는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