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로공사 채용비리 '유죄'…김학송 前 사장 선고
조카를 산하 기간에 채용하도록 지시한 김학송 전 한국도로공사 사장(사진)과 이를 이행한 간부급 부하직원들이 유죄 선고를 받았다.

19일 수원지법 형사5단독 이재은 판사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사장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한국도로공사 본부장급 간부 최모씨와 도로교통연구원 인사담당자 심모씨에 대해 각각 징역 10개월, 징역 8개월을 선고하고 형을 2년간 유예한다고 밝혔다.

김 전 사장은 한국도로공사 사장으로 근무하던 2016년 4월 사장 사무실에서 최씨에게 자신의 조카 A씨의 연락처 등이 담긴 메모를 건네면서 "도로교통연구원에서 채용할 수 있는지 알아보라"고 지시했다.

최씨는 A씨의 이력서를 확보해 보유 자격증을 확인해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법으로 A씨를 도로교통연구원의 실무직(연구원)으로 채용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김 전 사장의 승낙을 받았다.

인사담당자 심씨는 같은해 11월 한국도로공사 연구지원인력 채용 공고와 관련해 한 실무자가 채용과는 관련없는 자격증에 서류전형 가산점을 부여하려는 데 이의를 제기하자 "윗선의 지시"라며 묵살했다. 또 내부 면접 위원들에게 A씨에게 후한 점수를 줄 것을 요구하면서 "본부장의 지시"라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다. 그 결과 A씨는 2016년 말 한국도로공사 연구지원인력 채용에서 1등으로 합격했다.

김 전 사장은 A씨가 친족이란 사실을 언급하지 않았고, 이후에도 부당한 특혜 채용에 관한 보고를 받거나 승낙한 사실이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지만, 법원은 "당시 한국도로공사는 위계질서가 엄격하고 상명하복의 문화가 강한 조직이었다"며 "그런 문화 속에서 김 피고인이 전후 사정 설명없이 특정인을 채용할 수 있는지 알아보라고 지시하는 경우 하급자로서는 그 특정인을 채용하라는 지시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판사는 "실제로 최 피고인은 사장이 지시하는 일이니 채용할 방법을 찾아서 채용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심 피고인도 그렇게 이해했다"며 김 전 사장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이 사건 범행은 한국도로공사 직원 채용 업무의 공정성을 해친 범죄로 사회적 폐해가 크다"며 "다만 구체적인 범행 방법의 불법성이 현저하다고 보기 어려운 점, A씨가 퇴사해 범행의 결과가 제거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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