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전략도 占으로?…'학종 사주'까지 등장
경기 고양시 일산에 사는 주부 김명선 씨(53)는 며칠 전 딸아이의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서울 강남의 한 사주 컨설팅업체를 찾았다. 당장 새 학기부터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을 준비해야 하는데 아이가 아직 진로를 정하지 못해서다.

김씨는 “학종으로 대학에 가려면 1학년 때부터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들었는데, 아직 아무것도 정한 게 없어 불안했다”며 “사주 업체에서 명확한 답을 제시해줘 속이 시원하다”고 말했다.

입학 시즌을 앞두고 서울 강남 일대에서 자녀의 진로와 관련된 운세를 봐주는 ‘학종 사주’가 인기를 끌고 있다. 사업운, 연애운 등은 일절 보지 않고 중·고등학생만을 상대로 전문적인 컨설팅을 제공하는 업체는 상담비가 회당 수십만원에 달하는데도 예약을 잡기 어려울 지경이다.

태어난 연월일시 등 사주팔자(四柱八字)만 입력하면 타고난 재능과 적성, 운세에 가장 적합한 진로를 찾아준다는 게 업체 관계자의 설명이다. 1~2시간 정도의 상담을 통해 창의력, 수리력, 기억력 등 타고난 공부 역량이 어느 정도인지 그래프를 그려 알려주고 평생 운세에 맞춰 적합한 직업과 대학, 학과 등을 제시해준다. 서울 잠실의 한 역술원에서 둘째 아들의 진로 상담을 받았다는 신모씨(57)는 “창의력이 없는 대신 수리력이 뛰어나고 주위에 금붙이가 있어야 길할 운세라고 하더라”며 “기계공학과에 진학하되 대운이 40대부터 열리니 공직으로 가는 게 좋을 사주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일부 역술인은 교육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땄다거나 수십 년의 학생 지도 노하우를 갖췄다며 진로 상담 전문가를 자처하기도 한다. 대치동의 한 철학원은 “역술인이 30년간 학원에서 상담실장을 했다”며 “지금까지 3000명을 대학에 보낸 베테랑”이라고 홍보한다. 이 철학원 관계자는 “사주명리 풀이에다 교육심리테스트까지 종합해 진로 상담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학종 사주가 역술인의 신종 돈벌이로 등장한 건 최근 입시에서 학종의 비중이 커진 것과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한 20년차 역술인은 “예전에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있는 가을철에만 학부모가 몰렸다”며 “최근엔 ‘학종 전략을 어떻게 짜야 하느냐’는 문의가 계절을 가리지 않고 들어온다”고 전했다.

학종은 자기소개서와 수상경력, 독서활동 등을 포함한 학교생활기록부를 바탕으로 각 대학의 입학사정관이 합격자를 선발하는 제도다.

입학사정관들은 “중간에 학생의 희망 진로가 바뀌어도 그 이유가 설득력 있으면 그 자체로 스토리가 된다”며 이 같은 학종 사주에 회의적인 반응이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여전히 불안감을 호소한다.

한 학부모는 “학교 성적이 나쁜데도 생활기록부만 잘 관리해 서울 주요 대학에 입학하는 사례가 많지 않으냐”며 “잘사는 집에서는 컨설팅 학원에 몇천만원씩 주고 ‘학생부 이력관리’도 받는다던데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어떻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조아란 기자 ar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