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분기 배럴당 76달러(서부텍사스원유·WTI 기준)에서 42달러대로 떨어졌던 국제유가가 작년 말 ‘바닥’을 찍고 꾸준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가 급락의 직격탄을 맞아 작년 4분기 크게 악화됐던 정유·화학기업들의 실적이 1분기에 반등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석유 및 화학제품 마진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가 반등 반기는 정유·화학株…'2015년 영광' 재현하나
18일(현지시간) WTI는 배럴당 0.36달러(0.65%) 상승한 55.95달러로 마감했다. 작년 10월 3일 장중 76.90달러를 찍고 하락세로 돌아선 WTI는 작년 12월 24일 연중 최저가인 42.36달러까지 떨어졌다. 이후 한동안 횡보하다 올 들어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진입했다. 올해 상승률은 22.41%다.

정유·화학주는 유가 회복 추세에 맞춰 올 들어 오름세를 타고 있다. 1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SK이노베이션은 1500원(0.80%) 상승한 18만8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작년 4분기 19.77% 떨어졌던 SK이노베이션은 올 들어 4.73% 반등했다.

화학업종 내에서 유가 흐름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종목으로 꼽히는 롯데케미칼도 작년 부진에서 벗어나 올 들어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9000원(2.88%) 오른 32만1500원으로 마감해 올해 16.06% 상승했다.

유가가 급락했다가 요즘과 같이 완만하게 오르는 시기에 정유 및 석유화학 기업들의 실적은 크게 개선되는 경향을 보인다. 정유기업들은 유가 하락기인 2~3개월 전 싼 가격에 구입해 둔 원유 재고 가치가 상승하면서 실적 개선 효과를 보는 게 일반적이다. 석유화학 기업들도 비슷한 시기에 싸게 사들인 원료(나프타)가 생산에 투입되면서 비용이 줄어들어 스프레드(제품가격에서 생산비용을 뺀 금액)가 확대된다.

이런 현상은 WTI가 2014년 6월 20일 107.26달러에서 2015년 3월 17일 43.46달러까지 떨어졌다가 그해 6월 10일 61.43달러로 회복된 2015년에도 나타났다. 2014년 창사 이후 첫 연간 영업손실(2312억원)을 냈던 SK이노베이션은 2015년에 1조979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롯데케미칼(2015년 영업이익 증가율 359.13%) 대한유화(287.83%) 등 석유화학 기업의 영업이익도 급증했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과 롯데케미칼 주가는 2015년 각각 51.33%, 50.41% 오를 정도로 강세를 보였다.

증권업계에선 올해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1분기 SK이노베이션과 롯데케미칼의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각각 5057억원과 4128억원이다. 이는 작년 4분기의 -2788억원과 1016억원보다 크게 늘어난 수준이다.

다만 2015년과 달리 글로벌 경기가 둔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점은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한 정유·화학주 담당 애널리스트는 “정유·화학주는 1분기 중 회복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연중 내내 강세를 나타낼 수 있을지에 대해선 확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