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충재가 필요 없는 날개박스
완충재가 필요 없는 날개박스
온라인 쇼핑은 일상이 됐다. 지난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110조원을 넘어섰다. 그 결과물인 택배박스는 항상 집안 한편을 차지하고 있다. 택배박스는 언제부터 쓰였고, 한 해에 몇 개나 사용했는지 등을 살펴봤다.

첫 번째 숫자는 25억4000만이다. 이는 지난해 국내 택배 물동량이다. 그만큼의 택배박스를 사용했다는 얘기다. 2013년 15억 개 수준이던 택배 물동량은 2016년 20억 개를 넘어선 후 계속 늘고 있다.

1871년. 택배 박스는 대부분 골판지로 만든다. 골판지는 판지(두껍고 단단하게 널빤지 모양으로 만든 종이)의 한쪽 또는 두 장의 판지 사이에 물결 모양으로 골이 진 종이를 붙인 것을 말한다. 이 골판지는 1871년 미국인 앨버트 제인스가 약병 완충재로 처음 사용했다. 물결 모양이 충격을 완화해 주고, 박스 무게도 줄여줘 이후 사용처가 확대됐다. 온라인 쇼핑 시대에 골판지 박스는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수혜자는 당연히 골판지 업체다. 수요는 급증하고 때마침 원료인 폐골판지 가격은 크게 떨어졌다. 아세아제지, 신대양제지, 태림페이퍼 등 원지(표면지, 이면지, 골심지)를 생산하는 회사 실적은 크게 좋아졌다. 원지를 결합하고 박스를 만드는 태림포장, 한국수출포장공업 등도 수혜를 누렸다. 업계에서는 국내 골판지 시장 규모를 연간 약 3조5000억원으로 보고 있다.

혁신적 박스도 등장하고 있다. 1976년부터 골판지박스만을 생산하는 창마루는 2005년 ‘박스포유’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박스포유는 224종에 달하는 택배박스를 100% 자체 생산해 자사 온라인몰에서 판매한다. 이 회사의 물류창고 두 개의 총 면적은 축구장 4.4배 크기다.

테이프가 필요 없는 택배상자를 개발한 중소기업도 있다. ‘날개박스’다. 10년 동안 택배기사 일을 한 황금찬 씨가 아이디어를 내고, 20년 넘게 금형을 제작한 동생 황규찬 씨가 개발에 참여했다. 화장품 브랜드인 록시땅과 배달의민족의 문구 브랜드 배민문방구에서 날개박스를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황규찬 날개박스 대표는 “박스를 접는 부분은 눌러져 있고, 접착 부분에는 친환경 점착제가 칠해져 종이접기하듯이 포장할 수 있다”며 “박스 통째로 재활용할 수 있는 데다 테이프를 뗄 때 발생하는 소음도 없다”고 설명했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온라인쇼핑몰 GS프레시는 보랭력을 강화한 택배박스를 최근 선보였다. 종이박스와 은박 재질을 분리해서 버려야 하는 기존 은박 박스의 불편함을 해소한 제품이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