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의 ‘웨강아오 대만구’ 개발이 가속화하고 있다. 선전을 비롯해 광저우, 주하이, 포산, 중산, 둥관, 후이저우, 장먼, 자오칭 등 광둥성 9개 도시와 홍콩, 마카오를 하나로 묶어 거대 광역 경제권으로 조성하기 위한 프로젝트다.

웨강아오의 웨(粤)는 광둥성, 강(港)은 홍콩, 아오(澳)는 마카오를 뜻하며 대만구(大灣區)는 대형 연안 지역이라는 의미다. 아시아 최대 단일 경제권 구축이 목표다. 개발이 완료되면 미국 뉴욕베이와 샌프란시스코베이, 일본 도쿄베이 등 세계 3대 베이(연안)에 버금가는 경제권이 탄생하게 된다.

중국 국무원은 웨강아오 대만구 발전계획 청사진을 지난 18일 발표했다. 국무원은 광둥성과 홍콩, 마카오와의 협력 체제를 강화하고 주장(珠江)삼각주 지역 9개 도시의 투자와 사업 환경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려 2035년까지 새로운 개방형 경제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
中, 광둥~홍콩~마카오 묶는 '메가시티' 급물살…亞 최대 경제권 야심
핵심 내용은 △글로벌 기술허브 조성 △인프라 연계 가속화 △홍콩과 중국 본토 금융시스템 연계 △광둥성과 홍콩·마카오 협력 강화 등이다. 이를 위해 차세대 정보기술(IT)과 바이오 기술, 첨단 제조 장비와 신소재, 신형 디스플레이, 5세대(5G) 이동통신 등을 중점 산업으로 육성하고 산업단지를 조성하기로 했다. 중국 국무원은 “웨강아오 대만구를 미국 실리콘밸리에 필적하는 첨단기술 산업 중심지로 발전시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웨강아오 대만구 개발 계획은 2017년 3월 리커창 총리가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처음 공개했다. 이 지역은 세계 3대 항만 경제권에 필적할 만한 자원, 경제 규모, 입지적 강점을 모두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총면적은 5만6500㎢, 인구 6800여 만 명,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1600조원에 달한다.

지역 GDP를 기준으로 하면 러시아를 넘어서고 한국과 비슷한 세계 11위 수준이다. 세계 3위와 5위, 7위 항구인 선전항과 홍콩항, 광저우항이 자리잡고 있고 국제공항 인프라 등 물류 여건도 최상이다. 이 지역의 항공 여객수는 연간 1억1000만 명에 이른다. 첨단 제조업 분야 입지경쟁력에서 한국과 대만 등을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10월 개통한 홍콩~주하이(광둥성)~마카오를 잇는 세계 최장 해상대교인 강주아오대교(港珠澳大橋)와 광저우와 홍콩을 연결하는 고속철도는 웨강아오 대만구의 핵심 사업이다. 바다 위 다리와 고속철도 완공으로 이 지역 도시는 이미 일일 생활권에 들어섰다. 주장삼각주 9개 도시를 잇는 경전철도 건설 중이다.

광저우는 대만구의 내륙 중심 도시로, 선전은 혁신기술의 특별경제구역으로 조성된다. 홍콩은 국제금융·무역·물류·항공의 중심 도시로, 마카오는 관광 허브이자 브라질 등 포르투갈어 경제권과의 교류 중심으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이들 도시의 연계 강화를 위해 ‘대만구 국제상업은행’을 설립하고 광저우 난사(南沙)신구를 자유무역시험구로 개발할 예정이다. 홍콩과 마카오 주민이 중국 본토에 취업할 경우 교육, 의료, 노후 대비, 주택, 교통 지원 등에서 본토 주민과 같은 혜택을 누리게 된다.

웨강아오 대만구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사업의 핵심 지역이기도 하다. 동남아시아와 남아시아, 중동, 유럽으로 향하는 필수 경로 지점에 있다. 중국은 웨강아오 대만구 개발을 통해 일대일로 구축을 더욱 공고히 한다는 구상이다.

중국 정부는 웨강아오 대만구 조성이 일국양제(一國兩制) 발전을 위한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중국이 홍콩과 마카오에 대한 정치적, 사회적 통제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두 지역의 자율권과 차별성이 약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홍콩 야당인 민주당은 “중국 본토 도시와 경쟁하며 발전해온 홍콩이 대만구 계획으로 협력에만 치중한다면 본토 도시들은 발전할 수 있을지 몰라도 홍콩의 장기적인 이익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지역에는 실리콘밸리와 같은 혁신 경제권에 비해 연구개발(R&D) 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광둥성에는 미국 스탠퍼드대와 캘리포니아공대 등과 같은 명문대가 없다. 미국과의 무역전쟁도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선전에는 화웨이, 텐센트, ZTE, DJI, BYD 등 중국을 대표하는 혁신기업이 몰려 있지만 이들 기업은 미국의 집중적인 견제를 받고 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