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속도를 늦추기 위한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이 ‘반쪽짜리’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주 52시간 근로제 일괄 도입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탄력근로제 확대도 두 달 넘는 시간을 허비하며 정책 타이밍을 놓쳤다. 친(親)노동정책의 과속을 인정하고 속도 조절에 나서겠다는 정부 의지가 노동계 벽에 가로막혀 꺾일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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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애초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 반영하기로 했던 ‘기업의 지급능력’을 빼기로 했다. 임금 지급능력은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을 위한 제도 개편의 핵심 내용이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달 개편안 초안 발표 이후 노동계 반발이 거세지자 이 항목을 제외하기로 했다. 고용부는 20일 이런 내용을 담은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을 확정해 발표한다.

탄력근로제 확대 논의도 두 달 넘게 허송세월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탄력근로제 단위기간(현행 최장 3개월) 확대 등을 놓고 논의를 벌였으나 노동계 반발에 부딪쳐 경영계 요구는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사회적 대화라는 ‘명분’에 집착한 나머지 충분히 예상된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첨예한 이해관계 대립으로 해결이 어려운 난제를 사회적 대화에 맡기는 것은 위험한 낭만주의”라며 “책임행정을 강화하고 사회적 대화에 대한 기대와 거품을 빼야 한다”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