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그룹이 키움증권 SK텔레콤과 손잡고 ‘제3 인터넷전문은행’에 도전장을 내민다. 금융계의 디지털 혁신을 선도하고 있는 하나금융과 온라인 증권회사 1위인 키움증권, 이동통신시장 1위인 SK텔레콤이 협력해 케이뱅크 카카오뱅크를 뛰어넘는 인터넷전문은행을 세우겠다는 계획이다.

하나금융은 19일 “디지털 시대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선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뉴정보통신기술(ICT)’ 기반 인터넷전문은행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로 3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예비인가 신청 준비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다음달 26일과 27일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을 받는다. 오는 4~5월 금융감독원 심사를 거쳐 금융위가 5월께 예비인가 여부를 의결할 예정이다. 최대주주는 키움증권이 맡는다.

SK텔레콤은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상 혁신 ICT기업 특례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인터넷전문은행 지분을 10%까지만 보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현 키움증권 사장은 “각 업권에서 지배적 사업자들이 뭉친 컨소시엄인 만큼 시너지에 강점이 있을 것”이라며 “금융을 혁신할 수 있는 핀테크(금융기술) 업체를 선별해 컨소시엄을 최종 구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키움證-SKT '제3 인터넷銀' 손잡는다
제3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을 한 달여 앞두고 하나금융그룹이 참여를 선언하면서 신한금융과 양자대결 구도가 형성됐다. 신한금융은 간편송금 앱(응용프로그램)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퍼블리카와 손잡고 예비인가 신청을 준비 중이다.

하나금융이 키움증권, SK텔레콤과 ‘제3 인터넷은행’ 추진을 위해 손잡은 이유는 3사 모두 재무적 측면에서 안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현 키움증권 사장은 “KT가 케이뱅크 증자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고 컨소시엄을 구성할 때 재무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하나금융 고위 관계자는 “토스와의 협력도 고려했지만, 지속적인 자본확충이 필요한 인터넷전문은행 대주주로 삼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인터넷전문은행 사업 모델이 통신과 금융의 결합인 만큼 업권 지배사업자들이 모여 새로운 판을 짜보자는 뜻에서 컨소시엄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하나금융은 금융계 디지털 혁신을 선도해왔다. 금융권 최초로 메신저 업체 라인과 합작한 디지털뱅크 ‘라인뱅크’, 통합멤버십 ‘하나멤버스’를 내놨다. 올해는 블록체인 기반의 글로벌 통합 결제망인 글로벌로열티네트워크(GLN)를 본격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SK텔레콤은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을 통해 고객들이 겪었던 금융 생활의 불편함을 해소한다는 복안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SK텔레콤 자회사인 11번가도 컨소시엄에 참여해 특화 상품과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키움증권은 온라인 증권사 1위로 증권업계의 패러다임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바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키움증권이 속한 다우키움그룹은 한국 1세대 정보기술(IT) 벤처기업으로 국내 보안서비스 1위인 한국정보인증, 방문자 수 1위인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하나금융 컨소시엄은 인터넷전문은행 강점을 살릴 금융, IT, 핀테크(금융기술) 등 다양한 파트너사의 제휴를 확대할 예정이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혁신 성장과 포용 성장을 주도할 수 있는 핀테크 기업들을 합류시켜 고객의 혜택을 극대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금융권에선 두 컨소시엄이 추진하는 은행 모두 출범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최대 2곳의 신규 인터넷은행을 출범시킨다는 목표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의 참여를 독려해 왔기 때문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전날 “이번에 인터넷은행 인가를 내주고 나면 당분간 신규 인가가 상당히 제약될 것”이라며 “많은 ICT 기업이 신청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나금융과 신한금융이 인터넷전문은행 참여를 본격화함에 따라 금융그룹 간 인터넷전문은행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KB금융그룹과 우리금융그룹은 이미 인터넷전문은행에 참여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카카오뱅크 지분 10%를, 우리은행은 케이뱅크 지분 13.79%, NH투자증권은 케이뱅크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다.

김순신/최만수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