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구속된 직후 구속적부심을 포기했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보석 청구’ 카드를 꺼내 들었다. 검찰 수사를 받는 ‘피의자’가 아니라 재판을 받는 ‘피고인’으로서 정당한 방어권 행사가 필요하다는 점을 앞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판사 박남천)에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게 해달라”며 보석(보증금 등 조건을 내건 석방)을 청구했다. 지난달 24일 구속영장이 발부된 직후의 대응과는 차이가 감지된다. 구속영장 발부 직후 양 전 대법원장 측은 구속적부심을 청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법원의 구속 결정에 곧장 불복하지 않았던 양 전 대법원장이 약 한 달이 지나 보석을 청구하면서 구속 재판의 부당성을 다투게 된 배경을 두고 궁금증이 일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구속적부심과 보석의 개념이 다르고, 상황과 시점이 달라진 만큼 양 전 대법원장이 법원의 판단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봤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구속적부심은 구속영장이 발부된 뒤 기소되기 전까지 피의자 신분일 때 구속이 합당한지를 다시 판단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보석은 기소가 이뤄진 뒤 피고인 신분일 때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게 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