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는 21~27일 소비자가 전용 봉투에 천혜향을 맘껏 담아 1만원에 구입할 수 있는 행사를 연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이마트는 21~27일 소비자가 전용 봉투에 천혜향을 맘껏 담아 1만원에 구입할 수 있는 행사를 연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지난해 4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한 롯데마트가 ‘반값 경쟁’에 나섰다. 온라인과 편의점 등으로 돌아선 소비자를 잡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가격과 상품에서 밀리면 설 곳이 없다’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영업이익이 반토막 난 이마트도 할인 전쟁에 뛰어들었다. 올 들어서도 대형마트 실적이 크게 회복되지 않아 생존을 위한 몸부림은 계속될 전망이다.

대형마트 ‘반값’ 시리즈 공세

실적 위기 롯데마트…'반값 공세' 승부수
롯데마트는 20일 반값 노니주스(사진)를 내놨다. 노니는 아미노산 미네랄 폴리페놀 등 항산화 성분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건강식품이다. 100% 노니 주스는 시중에서 1L 기준 2만~3만원 안팎에 팔린다. 유기농 제품은 3만원이 훌쩍 넘는 것도 있다. 롯데마트의 노니주스는 가격이 9900원에 불과하다. 롯데칠성과 손잡고 대량 생산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몸에 좋은 슈퍼 푸드를 지속적으로 상품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마트는 이날 제주농협과 손잡고 ‘반값 천혜향’을 내놨다. 천혜향은 밀감류와 오렌지류를 교배한 품종이다. ‘향기가 천 리를 간다’는 이름처럼 향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천혜향은 감귤보다 가격이 두세 배 비싸 그동안 선물용으로 많이 팔렸다.

실적 위기 롯데마트…'반값 공세' 승부수
이마트는 2~3월 수확철을 맞아 750t을 한꺼번에 구매했다. 이렇게 사들인 천혜향을 감귤보다 싸게 판매한다. 21일부터 27일까지 이마트 매장을 방문해 전용 봉투에 천혜향을 가득 담으면 1만원 균일가에 구매할 수 있다. 전용 봉투에 넣을 수 있는 천혜향 무게는 2~2.5㎏이다. 100g당 가격이 400~500원에 불과하다. 이마트에서 판매 중인 감귤(하우스 돌빌레 감귤)이 100g에 767원인 것을 고려하면 감귤보다 30% 이상 저렴하다. 작년 이맘때와 비교하면 50%가량 내려갔다.

신선식품으로 온라인에 반격

두 대형마트가 반값 경쟁에 나선 것은 최근 실적 부진 탓이다. 이마트는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이 53.1% 감소했고, 롯데마트는 81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이에 대형마트들은 올초부터 가격을 대대적으로 낮추고 상품 차별화를 꾀했다. 온라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점이 있는 신선식품을 보강했다.

이마트는 지난달 1~9일 전복 한 마리를 파격적 가격인 990원에 내놨다. 평소 가격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이 가격을 구현하기 위해 수조로 옮기는 대신 산소 포장을 하는 등 유통과정 전반의 혁신을 꾀했다. 삼겹살 생선 등 농·수·축산물을 집중적으로 할인 판매 중이다.

롯데마트는 품질과 가격을 모두 잡겠다는 뜻에서 품질의 품과 가격의 격자를 딴 ‘품격’이란 캠페인까지 했다. 전사적으로 채소 과일 축산 수산 등 신선식품 품질을 한 단계 높이는 작업에 나섰다. 동시에 가격이 저렴한 자체상표(PB) ‘온리프라이스’ ‘요리하다’ 등을 대대적으로 확장해 가격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홈플러스는 다음달을 ‘가격 공세의 달’로 잡았다. 매년 3월 열던 행사를 이번에는 최대 규모로 한다는 계획이다. 매주 신선, 가공, 생활용품, 가전 등 상품군별로 돌아가며 초특가 행사를 펼칠 예정이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