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대신해 정부·국회와 소통…로펌들 때아닌 '對官업무 특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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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들어 반기업 정서 높아져…기업들 대관팀 잇단 축소·해체
로펌에 정부관련 업무 아웃소싱
로펌들 "물 들어올때 노 젓자"…고위 공무원 영입 등 대관팀 확대
김앤장, 대관 인력만 60여 명…윤장근 등 입법 전문가 영입
태평양, 허경욱 전 OECD 대사 등 40여명 GR솔루션그룹 가동
광장, 국회 환노위 간사 출신 정진섭 변호사가 그룹장
세종, 삼성그룹 법무실장 출신 송웅순 변호사가 이끌어
전직 장관들 행정사 사무실 꾸려…대정부·국회 업무 대행하기도
전문가들 "정부-기업-국회 '가교'역할…로비스트 합법화 필요"
로펌에 정부관련 업무 아웃소싱
로펌들 "물 들어올때 노 젓자"…고위 공무원 영입 등 대관팀 확대
김앤장, 대관 인력만 60여 명…윤장근 등 입법 전문가 영입
태평양, 허경욱 전 OECD 대사 등 40여명 GR솔루션그룹 가동
광장, 국회 환노위 간사 출신 정진섭 변호사가 그룹장
세종, 삼성그룹 법무실장 출신 송웅순 변호사가 이끌어
전직 장관들 행정사 사무실 꾸려…대정부·국회 업무 대행하기도
전문가들 "정부-기업-국회 '가교'역할…로비스트 합법화 필요"
대형 법률회사(로펌)들이 때아닌 대관(對官)업무 특수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기업에 대한 각종 규제가 강해지면서 기업들이 정부와 국회, 시민단체와 소통해야 할 일이 크게 늘었다. 그룹 경영기획실 해체 등으로 대관조직이 축소된 기업들이 이를 로펌에 아웃소싱(외주화)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로펌들은 ‘정부관계(GR: Government Relation)’팀을 확대 개편하며 주요 인사를 대상으로 영입 경쟁을 벌이고 있다.
로펌들, GR 조직 대폭 확대
로펌들은 최근 기존 법률 서비스의 영역을 넘어 기업 규제 관련 법안의 입법 및 유권해석 자문, 대정부 설득, 대국회 설득 등으로 업무를 넓히고 있다. 입법 자문이란 로펌이 정부와 기업 간 가교 역할을 하며 정부에 기업의 법 개정 수요를 전달하고 법 개정안에 반영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주로 법령의 미비나 모순, 기타 이익침해 상황의 해소를 위한 개정 요청이 많다. 최근엔 ‘일감몰아주기 과세’ 등 세법 개정 관련 자문 수요가 증가했다. 김앤장법률사무소는 GR 분야에서 오랜 강자다. 별도 조직은 없지만 분야별로 입법 및 행정 경험이 풍부한 60여 명의 변호사 및 고문이 관련 업무를 하고 있다고 법조계는 추산하고 있다. 노준형 전 정보통신부 장관, 진동수 전 금융위원장, 윤창번 전 청와대 미래전략수석, 이재훈 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정용석 전 산업은행 부행장 등이 김앤장에 소속돼 있다.
광장은 기존 법제컨설팅팀을 ‘RGA(규제 및 정부대응)솔루션그룹’으로 확대 개편했다. 2선 의원 출신으로 국회 국토해양위원회와 환경노동위원회 간사를 지낸 정진섭 변호사가 그룹장을 맡았고 전체 35명 규모다. 입법 전문가로는 18년동안 법제처에 근무해온 홍승진 미국변호사(행시 35회)와 방위사업청에서 법률소송담당관을 지낸 방산 전문가 김혁중 변호사가 활동하고 있다. 고위급 중에는 임채민 전 복지부 장관을 비롯해 조영제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 최금락 전 청와대 홍보수석 등이 있다.
태평양에선 입법 및 규제 컨설팅을 위한 GR솔루션그룹을 가동해 대관업무 베테랑인 오양호 대표변호사가 총괄하며 유욱 변호사가 그룹장을 맡고 있다. 전체 40여명 규모로 각종 인허가 특허 취득 등 행정기관 상대 대관업무와 기업 위기관리 대응도 자문하고 있다. 고위급 중에선 허경욱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 김종준 전 하나은행장, 이건춘 전 국세청장, 노태식 전 은행연합회 부회장, 한대우 전 산업은행 부행장, 정중원 전 공정위 상임위원 등이 활동하고 있다.
세종은 작년 한 해에만 입법자문그룹에 황영기 전 금융투자협회장, 김용환 전 NH금융지주 회장, 안양수 전 KDB생명 사장, 김도열 전 한국면세점협회 이사장 등 거물급 6명을 영입했다. 세종은 2009년부터 입법자문그룹을 출범해 현재 32명이 활동하고 있으며 삼성그룹 법무실장 출신 송웅순 대표변호사가 그룹을 이끌고 있다. 최근까지 공정거래법시행령 개정, 일감몰아주기 과세, 은행법·보험업법·대부업법 등 개정안에 대한 자문을 담당했다. 의약품·베이트 쌍벌제 도입 관련 법안에 대한 입법 자문도 수행했다.
화우에는 우제창 전 의원, 임승태 전 금융통화위원, 김동선 전 중소기업청장이 활동하고 있다. 한석종 변호사가 이끄는 화우 정부관계·법제팀은 17명 규모다. 그동안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개정안, 승강기 제조 및 유지 보수와 관련된 법령 개정안, 상법 및 유통산업발전법 관련 자문을 맡은 바 있다.현 정부 들어 소속 변호사들이 잇달아 요직에 등용되고 있는 지평은 정부와의 ‘소통력’을 무기로 작년 3월 ‘공공정책팀’을 발족했다.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이 자문하며, 팀장은 노무현 정부 당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대응 국장을 지낸 윤영규 변호사가 맡고 있다.
입법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대륙아주는 작년 전국경제인연합회 이승철 상근부회장을 고문으로 영입했다. 법무법인 동인은 법제컨설팅팀을 운영하며 최근 헌법재판소 연구관 및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원을 지낸 여운국 변호사를 영입했다.
기업활동에서 법률 및 유권해석 자문 등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국회사무처 출신 입법 전문가 영입도 늘고 있다. 김앤장은 이인용 전 국회사무처 차장, 광장은 진정구 전 국회사무처 입법차장, 율촌은 최준영 전 국회사무처 입법조사연구관을 영입했다.
로펌별 강점도 제각각이다. 세종은 국정감사 및 국정조사의 기업인 증인 채택 및 신문에 대응할 수 있도록 ‘국정감사·조사 자문팀’을 구성해 가동하고 있다. 율촌은 기획재정부 세법 규정 개선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이 분야에 강점을 보이고 있다. 바른은 중견기업연합회와 중견기업의 상속증여세법개편 입법컨설팅에 참여하고 있다.
퇴직공무원 행정사사무소 개소 급증
행정사사무소를 열고 활동하는 퇴직공무원도 늘고 있다. 일정기간 이상 근무한 공무원의 경우 행정사 시험 일부 과목이 면제돼 교육만 받으면 쉽게 행정사가 될 수 있다. 이선용 전 청와대 환경비서관은 2016년 한국형 로비그룹을 지향하는 ‘알프스’ 행정사사무소를 설립해 전직 장차관급을 잇달아 영입했다. 여의도와 강남, 광화문을 중심으로 최근 행정사 사무소가 급증한 이유는 전직 공무원 출신 '로비스트'에 대한 기업 수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행정사는 업무영역에 제한이 있고, 일부 대관 서비스는 변호사법 위반 소지가 있다. 한 기업 대관담당 임원은 "한국도 로비스트가 합법화돼 기업의 대관 수요를 충족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필요성 커진 대관업무
로펌들이 대관업무를 확대하는 것은 기업의 아웃소싱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삼성은 2017년 2월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을 해체했다. 한화그룹도 그해 ‘미래전략실’ 기능을 해온 경영기획실을 없앴다. 기업들이 대관 조직이나 기능을 없앤 것은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여파다.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이나 대정부, 대국회 업무를 해온 대관 조직이 각종 비리에 연루되자 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자 조직을 없애거나 축소한 것이다.
현 정부 들어 기업 환경이 녹록지 않게 돌아가자 대관 수요가 커지고 있다. 국회에서 새로운 규제 입법이 논의되고 있어 이를 파악할 ‘안테나’가 필요해진 것이다. 검찰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조사와 수사가 늘어난 영향도 컸다. 하지만 공직사회는 기업과의 직접 소통에 여러 장애물이 생겼다. 2016년 9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과 2018년 4월 퇴직공무원 접촉 사전 신고제(공무원 행동강령 개정) 등을 도입한 영향이다. 대기업 한 임원은 “기업들이 정부·국회와의 직접 소통 통로가 막히면서 대부분 대형 로펌을 통해 대관 업무를 강화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로펌들, GR 조직 대폭 확대
로펌들은 최근 기존 법률 서비스의 영역을 넘어 기업 규제 관련 법안의 입법 및 유권해석 자문, 대정부 설득, 대국회 설득 등으로 업무를 넓히고 있다. 입법 자문이란 로펌이 정부와 기업 간 가교 역할을 하며 정부에 기업의 법 개정 수요를 전달하고 법 개정안에 반영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주로 법령의 미비나 모순, 기타 이익침해 상황의 해소를 위한 개정 요청이 많다. 최근엔 ‘일감몰아주기 과세’ 등 세법 개정 관련 자문 수요가 증가했다. 김앤장법률사무소는 GR 분야에서 오랜 강자다. 별도 조직은 없지만 분야별로 입법 및 행정 경험이 풍부한 60여 명의 변호사 및 고문이 관련 업무를 하고 있다고 법조계는 추산하고 있다. 노준형 전 정보통신부 장관, 진동수 전 금융위원장, 윤창번 전 청와대 미래전략수석, 이재훈 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정용석 전 산업은행 부행장 등이 김앤장에 소속돼 있다.
광장은 기존 법제컨설팅팀을 ‘RGA(규제 및 정부대응)솔루션그룹’으로 확대 개편했다. 2선 의원 출신으로 국회 국토해양위원회와 환경노동위원회 간사를 지낸 정진섭 변호사가 그룹장을 맡았고 전체 35명 규모다. 입법 전문가로는 18년동안 법제처에 근무해온 홍승진 미국변호사(행시 35회)와 방위사업청에서 법률소송담당관을 지낸 방산 전문가 김혁중 변호사가 활동하고 있다. 고위급 중에는 임채민 전 복지부 장관을 비롯해 조영제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 최금락 전 청와대 홍보수석 등이 있다.
태평양에선 입법 및 규제 컨설팅을 위한 GR솔루션그룹을 가동해 대관업무 베테랑인 오양호 대표변호사가 총괄하며 유욱 변호사가 그룹장을 맡고 있다. 전체 40여명 규모로 각종 인허가 특허 취득 등 행정기관 상대 대관업무와 기업 위기관리 대응도 자문하고 있다. 고위급 중에선 허경욱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 김종준 전 하나은행장, 이건춘 전 국세청장, 노태식 전 은행연합회 부회장, 한대우 전 산업은행 부행장, 정중원 전 공정위 상임위원 등이 활동하고 있다.
세종은 작년 한 해에만 입법자문그룹에 황영기 전 금융투자협회장, 김용환 전 NH금융지주 회장, 안양수 전 KDB생명 사장, 김도열 전 한국면세점협회 이사장 등 거물급 6명을 영입했다. 세종은 2009년부터 입법자문그룹을 출범해 현재 32명이 활동하고 있으며 삼성그룹 법무실장 출신 송웅순 대표변호사가 그룹을 이끌고 있다. 최근까지 공정거래법시행령 개정, 일감몰아주기 과세, 은행법·보험업법·대부업법 등 개정안에 대한 자문을 담당했다. 의약품·베이트 쌍벌제 도입 관련 법안에 대한 입법 자문도 수행했다.
화우에는 우제창 전 의원, 임승태 전 금융통화위원, 김동선 전 중소기업청장이 활동하고 있다. 한석종 변호사가 이끄는 화우 정부관계·법제팀은 17명 규모다. 그동안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개정안, 승강기 제조 및 유지 보수와 관련된 법령 개정안, 상법 및 유통산업발전법 관련 자문을 맡은 바 있다.현 정부 들어 소속 변호사들이 잇달아 요직에 등용되고 있는 지평은 정부와의 ‘소통력’을 무기로 작년 3월 ‘공공정책팀’을 발족했다.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이 자문하며, 팀장은 노무현 정부 당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대응 국장을 지낸 윤영규 변호사가 맡고 있다.
입법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대륙아주는 작년 전국경제인연합회 이승철 상근부회장을 고문으로 영입했다. 법무법인 동인은 법제컨설팅팀을 운영하며 최근 헌법재판소 연구관 및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원을 지낸 여운국 변호사를 영입했다.
기업활동에서 법률 및 유권해석 자문 등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국회사무처 출신 입법 전문가 영입도 늘고 있다. 김앤장은 이인용 전 국회사무처 차장, 광장은 진정구 전 국회사무처 입법차장, 율촌은 최준영 전 국회사무처 입법조사연구관을 영입했다.
로펌별 강점도 제각각이다. 세종은 국정감사 및 국정조사의 기업인 증인 채택 및 신문에 대응할 수 있도록 ‘국정감사·조사 자문팀’을 구성해 가동하고 있다. 율촌은 기획재정부 세법 규정 개선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이 분야에 강점을 보이고 있다. 바른은 중견기업연합회와 중견기업의 상속증여세법개편 입법컨설팅에 참여하고 있다.
퇴직공무원 행정사사무소 개소 급증
행정사사무소를 열고 활동하는 퇴직공무원도 늘고 있다. 일정기간 이상 근무한 공무원의 경우 행정사 시험 일부 과목이 면제돼 교육만 받으면 쉽게 행정사가 될 수 있다. 이선용 전 청와대 환경비서관은 2016년 한국형 로비그룹을 지향하는 ‘알프스’ 행정사사무소를 설립해 전직 장차관급을 잇달아 영입했다. 여의도와 강남, 광화문을 중심으로 최근 행정사 사무소가 급증한 이유는 전직 공무원 출신 '로비스트'에 대한 기업 수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행정사는 업무영역에 제한이 있고, 일부 대관 서비스는 변호사법 위반 소지가 있다. 한 기업 대관담당 임원은 "한국도 로비스트가 합법화돼 기업의 대관 수요를 충족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필요성 커진 대관업무
로펌들이 대관업무를 확대하는 것은 기업의 아웃소싱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삼성은 2017년 2월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을 해체했다. 한화그룹도 그해 ‘미래전략실’ 기능을 해온 경영기획실을 없앴다. 기업들이 대관 조직이나 기능을 없앤 것은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여파다.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이나 대정부, 대국회 업무를 해온 대관 조직이 각종 비리에 연루되자 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자 조직을 없애거나 축소한 것이다.
현 정부 들어 기업 환경이 녹록지 않게 돌아가자 대관 수요가 커지고 있다. 국회에서 새로운 규제 입법이 논의되고 있어 이를 파악할 ‘안테나’가 필요해진 것이다. 검찰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조사와 수사가 늘어난 영향도 컸다. 하지만 공직사회는 기업과의 직접 소통에 여러 장애물이 생겼다. 2016년 9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과 2018년 4월 퇴직공무원 접촉 사전 신고제(공무원 행동강령 개정) 등을 도입한 영향이다. 대기업 한 임원은 “기업들이 정부·국회와의 직접 소통 통로가 막히면서 대부분 대형 로펌을 통해 대관 업무를 강화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