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우여곡절 끝에 ‘탄력근로 기간 확대’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냈다. 국회가 ‘주 52시간 근로제’를 지난해 2월 전격 통과시키면서 탄력근로제 보완입법을 약속한 지 1년 만의 일이다. 경사노위에서 첫 합의가 나온 것은 평가할 만하지만 ‘미봉’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단위기간 확대(3개월→6개월), 임금저하 방지, 근로자 휴식 보장 등의 합의안은 노동계의 요구를 대폭 수용한 것이다. 탄력근로제를 운용하려면 임금을 깎지 않고, 충분한 휴식을 보장하며, 노조 동의까지 얻어야 해 강성노조가 많은 현실에선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경영자 측의 거의 유일한 소득인 ‘단위기간 확대’는 거론된 6개월~1년의 최하한선에서 결정됐다. 건설회사들의 시공, 벤처기업들의 신제품·신사업 연구개발 등 6개월 이상 특별근무가 불가피함을 호소해 온 기업들 요구는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미국 프랑스 일본 등 대부분 선진국에선 탄력근로 단위 기간이 1년이다. 독일은 6개월이지만, 노사합의 시 6개월 이상 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내달 입법을 끝내야 하는 국회가 경사노위 합의를 존중하면서도 ‘운용의 묘’를 살릴 방안으로 참고할 만하다.

합의문 곳곳에 독소조항도 많다. 천재지변, 기계고장, 업무량 급증 등 불가피한 사정 발생 시 노동자 대표와 협의해 주별 노동시간을 늘릴 수 있게 했지만, 노측이 협의에 불응하면 분쟁이 불거질 수도 있다. ‘불가피한 사정이냐, 아니냐’를 둘러싼 논란도 예고하고 있다. 임금 보전에 대한 각론 역시 구체적이지 않다. 협상 시한에 쫓겨 손 못 댄 조항도 많다. 정해진 총 근로시간 내에서 업무 시작·종료 시각, 1일 근로시간을 근로자가 자율결정하는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신사업 분야에서 필수적이지만 적용기간이 1개월로 묶여 있다.

탄력근로제를 둘러싸고 몇 달간 몸살을 앓았지만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다는 점도 짚을 필요가 있다. 여야는 ‘주 52시간제’ 도입 이후 산업현장의 어려움을 도외시한 채 정쟁으로 시간을 보내다 거대노조의 세 과시에 밀리고 말았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작년 11월 연내 처리에 합의하고도 청와대의 일방적 연기 요청에 휘둘리며 2개월을 허송세월했다.

‘시장경제 지킴이’를 자처하는 자유한국당은 더 무능을 드러냈다.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까지 맡고 있으면서도 매번 끌려다니다 졸속 합의안을 받아들고 말았다. 경사노위 합의안을 받아든 김학용 환노위원장은 “경사노위의 거수기 역할은 옳지 못하다”고 말했다. ‘시장경제 지킴이’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잘 살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