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압박에 사퇴 결심 관측…"역전의 전기 마련할 것으로 확신"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 임기 2년 남기고 사퇴…"3월 주총서 용퇴"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이 20일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유 사장은 이날 오후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3월 말에 있을 주총에서 현대상선 사장직에서 물러나기로 결심하고, 오늘 미리 작별 인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유 사장은 "지난 2년 반 동안 현대상선 재건을 위해 함께 땀 흘린 직원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며 "새로 맞이할 CEO와 함께 힘을 모아 현대상선의 새로운 도약의 역사를 써달라"고 당부했다.

유 사장은 현대종합상사와 현대건설을 거쳐 1986년 현대상선에 입사해 20여년간 근무한 정통 '해운맨'이다.

2008∼2010년 현대상선 자회사인 해영선박 대표이사를 지냈고, 2012∼2014년 처음 현대상선 대표이사에 올랐다.

이후 2014∼2016년 인천항만공사 사장으로 일하다 현대상선으로 복귀해 2016∼2018년 다시 대표이사에 선임됐고, 작년에는 연임에 성공해 지금까지 3차례 현대상선 대표로 일했다.

유 사장의 임기는 2021년 3월이지만, 이날 결정으로 임기를 2년을 남기고 용퇴하게 됐다.

이른 용퇴 배경에는 산업은행 등 현대상선 채권단의 직간접적인 압박이 작용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현대상선은 2010년대 들어 해운업 불황 등으로 영업손실이 확대되며 위기를 맞았고, 2016년 한진해운 파산 이후에도 좀처럼 수익을 내지 못하며 2016년 8월 현대그룹 품을 떠나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관리를 받는 처지가 됐다.

작년 말 채권단은 현대상선 경영 실사보고서를 공개하며 "정부 지원이 없으면 당장 내년부터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지게 된다"고 현대상선 경영진을 압박했다.

당시 이동걸 산은 회장은 기자들을 만나 현대상선의 경영혁신을 강조하면서 "실적이 나쁘면 직원을 해고하는 고강도 경영혁신을 추진할 것이다.

안일한 임직원은 즉시 퇴출할 것"이라고 말해 유창근 사장을 겨냥한 말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기도 했다.

유 사장은 "2014년 사장직에서 물러나 회사를 떠났다가 해운업 위기를 맞아 회사로 돌아와 새로운 도약을 성취하려 도약의 기틀을 다져 왔다"며 "현대상선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지만, 역전의 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