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작 사실 증명 없다고 판단…앞서 기소된 사건은 2심서 무죄
'그림 대작(代作) 사건'으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가수 조영남(74)씨가 추가 기소된 사건에서도 무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7단독 오연수 판사는 20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조씨에게 "범죄가 증명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조씨는 2011년 '호밀밭의 파수꾼'이란 제목의 화투장 소재 그림을 자신이 직접 그린 그림인 것처럼 속여 A씨에게 팔아 800만원을 챙긴 혐의(사기)로 기소됐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그림을 조씨가 아닌 '이름을 알 수 없는 미술 전공 여자 대학생'이 그렸다는 검찰 공소사실 자체가 증명되지 않았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하는 참고인 진술은 주관적인 견해에 불과해 그것만으로 단정하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또 조씨의 검찰 진술 조서는 진정성립(사실이라고 확인하는 것)이 되지 않아 증거로 쓸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사건에 앞서 조씨는 비슷한 사건으로 먼저 기소돼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가 2심에서 무죄 판단을 받은 바 있다.

검찰은 조씨가 2011년 9월부터 2015년 1월 중순까지 대작 화가 송모씨 등에게 그림을 그리게 한 뒤 가벼운 덧칠 작업만 거쳐 17명에게 총 21점을 팔아 1억5천300여만원을 챙겼다며 2016년 사기 혐의로 기소했다.

이 사건에서는 그림을 대신 그려준 조수 등이 특정돼 있어, 실질적으로 사기에 해당하느냐가 쟁점으로 다뤄졌다.

1심은 조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송씨가 기술 보조에 불과하고, 이를 두고 범죄라고 할 수는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검찰이 상고해 이 사건은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조씨는 이날 무죄 선고를 받자 밝은 얼굴로 법정을 빠져나오며 "대법원 판결이 끝난 뒤에 (소감을)시원하게 이야기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