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로거 "평범한 일을 비범하게"…디지털 시대 더 잘나가는 아날로그 연필의 비결은 혁신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Global CEO & Issue focus
9대째 이어오는 장수 가족기업 파버카스텔 다니엘 로거 CEO
258년 된 세계 최고 연필업체
최초 연필 이어 6각형 제품 개발
140여개국서 연 1조원 매출 올려
장수기업의 비결은 '혁신'
땅에 던져도 심 부러지지 않고 어린이가 연필 입에 넣어도
해롭지 않게 친환경 페인트 사용
사회적 책임 다하는 게 경영전략
19세기에 이미 직원 연금·복지 도입
30년 전부터 브라질 등에 숲 조성도
9대째 이어오는 장수 가족기업 파버카스텔 다니엘 로거 CEO
258년 된 세계 최고 연필업체
최초 연필 이어 6각형 제품 개발
140여개국서 연 1조원 매출 올려
장수기업의 비결은 '혁신'
땅에 던져도 심 부러지지 않고 어린이가 연필 입에 넣어도
해롭지 않게 친환경 페인트 사용
사회적 책임 다하는 게 경영전략
19세기에 이미 직원 연금·복지 도입
30년 전부터 브라질 등에 숲 조성도

디지털 시대에 누가 연필을 쓸까 싶지만 258년 된 이 문구회사는 놀랍게도 매년 성장 중이다. 연간 20억 자루의 연필을 생산해 세계 140개국에서 연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세계 최장수 연필 제조 기업
18세기 독일 뉘른베르크에서 시작한 이 기업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연필 생산 업체다. 카스파르 파버와 아들 안톤 빌헬름 파버가 창업했고 손자인 4대 회장 로타 폰 파버 때 그 명성이 세계적으로 알려졌다. 처음 회사 이름은 안톤 빌헬름 파버의 이름을 딴 A.W.파버였다.
현재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연필의 형태도 이때 완성됐다. 세계 연필 길이 표준은 18㎝인데 이걸 최초로 정한 것도 파버카스텔이다. 프랑스 나폴레옹 3세가 특사를 보내 이 경영 노하우를 벤치마킹했다는 얘기도 있다.
로타 폰 파버는 파버카스텔을 글로벌화하고 누구나 쓰는 연필에 브랜드를 붙여 상품화한 인물이다. 그는 뉴욕과 영국 등에도 자회사를 설립해 진출했다. 당시 필기구 시장에선 영국과 프랑스 업체가 선발주자였지만 파버카스텔은 금방 이들을 앞질렀다. 1856년에는 시베리아의 고품질 흑연 광산을 인수하면서 브랜드 이름을 널리 알리기도 했다. 세계로 영역을 확장한 결과 오늘날 판매 국가는 140개에 이른다.
연필 하나에 혁신이 가득
로거 CEO는 한국을 50여 차례 방문했다. 그는 파버카스텔이 장수기업이 된 비결로 혁신을 꼽는다. 로거 CEO는 “나무연필 만드는 데 무슨 혁신이 필요할까 싶지만 곳곳에 혁신의 결과가 담겨 있다”고 말한다. 연필을 뾰족하게 깎은 뒤 땅에 던지더라도 심이 부러지지 않도록 하는 것, 어린이가 연필을 입에 넣어도 해롭지 않게 친환경 수성페인트를 쓰는 것, 연필심을 경도에 따라 단계별로 나눈 것 등이 모두 혁신이란 설명이다.
현재 제조되는 연필의 단단함과 진함의 구분도 파버카스텔이 처음 정한 기준을 따르고 있다. 이전엔 B, H 등의 기준이 없었지만 파버카스텔이 연필심의 종류를 나누고 규격화했다.
지속가능한 나무연필 위해 숲 조성
로거 CEO가 강조하는 파버카스텔의 또 다른 경영 전략의 핵심은 직원을 존중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다. 한때 파버카스텔은 독일 공장을 체코로 이전하면 임금을 3분의 1로 줄일 수 있었지만 30년 이상 숙련된 노동자를 위해 공장을 유지했다. 장인을 존중하는 기업이라는 명성을 얻었다.
이 회사는 비스마르크가 독일을 통일하고 사회복지정책을 도입하기 이전부터 사내 건강보험, 연금제를 시행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19세기에 이미 직원을 위해 사택을 제공하고 자녀 교육도 지원했다. 1884년 직원 자녀들이 다닐 수 있게 설립한 유치원은 독일 최초의 기업 부설 유치원이다.
지속 가능한 기업이 되기 위해 사회적 책임에도 힘을 쏟고 있다. 매년 20억 자루 이상의 나무연필을 생산하면서 15만t 이상의 목재를 사용하다 보니 30년 전부터 직접 숲을 조성하고 있다. 단기 이익에 집착하기보다 20년, 30년 앞을 내다보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브라질에 조성한 100㎢ 규모의 소나무 숲은 유엔 청정개발체제 프로젝트에도 등록됐다. 콜롬비아 등에서도 산림 조성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