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장비 들어간 CCTV 1만2천대 설치하려다 보류
필리핀도 '화웨이 퇴출' 동참?…CCTV 사업, 의회서 제동
중국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華爲)의 장비 안전성 논란이 거세지자 필리핀 의회가 이와 관련한 감시 장비 도입 프로젝트를 보류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 필리핀 의회가 최근 화웨이 장비가 들어가는 4억 달러(약 4천500억원) 규모의 폐쇄회로(CC)TV 설치 사업 관련 예산안을 승인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야당 등 일부 의원들은 화웨이 장비가 들어간 CCTV를 설치할 경우 중국 정부의 염탐 활동에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은 남중국해 영유권 등을 놓고 중국과 분쟁을 빚고 있다.

랄프 렉토 상원의원은 "중국 장비와 관련해 전 세계가 염탐 문제와 데이터 보안 등을 우려하고 있다"며 감시 장비가 꼭 필요하다면 다른 나라 제품을 쓸 수 있다고 말했다.

필리핀은 지난해 11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자국을 방문했을 때 1만2천대의 중국산 CCTV를 도입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 장비는 수도 마닐라는 물론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고향인 다바오에도 설치될 예정이었다.

필리핀은 안면 인식 기능까지 갖춘 이 장비를 범죄 예방과 수사 등에 활용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 당국 관계자는 "이번 사업 비용의 80%는 중국이 대지만 나머지는 필리핀이 지원할 예정인데 이번 의회 결정으로 묶이게 됐다"며 "정상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려면 대통령이 의회 결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미국, 호주, 뉴질랜드, 일본 등은 화웨이 장비에 정보 유출을 가능케 하는 '백도어'(back door)가 숨겨져 있을 가능성을 의심하며 정부 통신장비 구매 등에서 화웨이를 배제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