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주도로 120조원이 투자될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산업집적지) 후보지가 경기 용인으로 결정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첫 수도권 규제 완화 조치가 이뤄질 전망이다. SK그룹은 이천, 청주, 구미 등 탈락 지역 주민을 달래기 위해 대규모 투자 보따리도 풀었다. 반도체 사업을 포함한 총 투자규모가 210조원을 웃돈다.

▶본지 2월 14일자 A1, A3면 참조
SK그룹 "반도체 클러스터 용인에 짓겠다"…비수도권 포함 210兆 투자
반도체 클러스터 용인행

SK하이닉스는 21일 용인시에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 조성을 위한 투자의향서를 제출했다고 발표했다. 투자 지역은 용인시 원삼면 일대 약 448만㎡(135만 평)다. 세계 최대 반도체 공장인 삼성전자 평택 공장(289만㎡·87만 평)보다 1.6배가량 큰 규모다.

SK하이닉스는 공장 부지 매입 및 조성이 끝나는 2022년부터 단계적으로 12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30조원짜리 반도체 라인 4기가 약 10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건설된다. 이 회사 관계자는 “세부적인 투자 규모와 시기는 반도체 시황에 따라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외 반도체 중소 협력사 50여 곳도 SK하이닉스와 동반 입주한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반경 50㎞ 안에 SK하이닉스의 청주·이천 공장과 삼성전자 평택·기흥·화성 공장이 있어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태계가 조성될 전망이다.

SK그룹 "반도체 클러스터 용인에 짓겠다"…비수도권 포함 210兆 투자
SK하이닉스의 이날 발표는 지난해 12월 산업통상자원부가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고 밝힌 뒤 두 달여 만에 나왔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장기간 협의를 거쳐 용인이 최종 낙점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 지역 공장 건설은 수도권정비계획법상 까다로운 규제를 받고 있어 정부와 교감없이 추진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최근 구미시, 이천시, 천안시, 청주시 등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에 나서면서 최종 후보지 결정이 다소 지연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인허가 신속하게 처리”

SK하이닉스는 △전력·용수·도로 등 인프라 상황 △국내외 석박사급 우수 인력 유치 가능성 △대규모 반도체 생태계 조성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용인을 투자 후보지로 선택했다. 본격적인 투자가 이뤄지면 용인~이천~청주로 이어지는 SK그룹의 반도체 삼각벨트가 구축된다.

SK하이닉스는 공장 유치전에 뛰어들었다가 탈락한 지역 주민을 위한 지원책도 내놨다. 이천 공장엔 현재 건설 중인 ‘M16’ 공장과 연구개발동(R&D) 건설 등에 10년간 20조원을 투자키로 했다. 청주 공장에도 10년간 35조원을 들여 낸드플래시 신규 라인 등을 건설할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중소 협력사와의 시너지 창출을 위해 10년간 1조220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이천은 R&D, 청주는 낸드, 용인은 D램과 차세대 메모리 생산기지로 키운다는 전략을 세웠다”고 말했다.

SK그룹도 지원 사격에 나섰다. 앞으로 5년간 △차세대 정보통신기술(ICT) △에너지 신산업 △소재 △헬스케어 △모빌리티 등 5대 중점 육성 분야에 37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그룹 관계자는 “전체 투자규모 중 60%(22조원)를 비수도권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했다.

주무부처인 산업부는 관련 인허가 절차를 최대한 빠르게 추진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반도체산업 특성상 투자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SK하이닉스의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가 들어설 용인은 수도권정비계획상 성장관리권역에 속해 있다. 이곳에 공장을 신설하려면 정부로부터 공장 건축 특별물량을 배정받아야 한다. 산업부가 해당 부지를 특별물량 부지로 신청하면 국토교통부가 수도권정비위원회를 열어 이 안건을 심의·의결한다. 이후 SK하이닉스는 산업단지 신청, 부지 매입 등 절차를 거쳐 2022년께 공장을 착공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좌동욱/조재길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