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하천이 대개 동쪽으로 흐르는 현상은 중국에서 뚜렷하다. 중국 대륙은 서쪽이 높고 동쪽이 낮은 서고동저(西高東低) 지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황하(黃河)와 장강(長江)을 비롯한 중국 주요 하천은 대부분 서에서 동으로 흐른다.

특히 서북(西北)이 높고, 동남(東南)이 낮아 하천에서 물이 넘치면 동남쪽이 먼저 잠긴다. 그래서 보통 강을 기준으로 남쪽은 축축하게 잘 젖는 陰(음), 북쪽은 마르고 건조해서 陽(양)으로 표기한다.

산은 그 반대다. 지구 북반구는 산의 남쪽에 볕이 잘 든다. 산의 북녘은 응달이 짙다. 따라서 산을 기준으로 할 때는 산의 남쪽이 陽(양)이고, 북쪽이 陰(음)이다. 화산(華山)의 남쪽을 지칭한 화양(華陽)이라는 지명이 대표적이다.

조선 이전부터 서울을 한양(漢陽)으로 부르기도 했다. 한강의 북쪽이라는 뜻이다. 북한산을 기준으로 본다면 그 산의 남쪽을 지칭했던 셈이다. 그러나 한강의 경우는 억지다. 한반도의 수계(水系)는 대개 동쪽에서 서쪽으로 흐르며 동남쪽이 낮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인들은 동쪽으로 변치 않고 흐르는 강을 보며 특별한 감회에 젖는다. 우리 국회의장이 미국에 가서 붓글씨로 써 미 하원의장에게 건넸다는 만절필동(萬折必東)이 대표적이다.

너무 잘 알려져 풀이는 생략한다. 그러나 우리 환경, 정서에는 전혀 맞지 않는 성어다. 더구나 중국인의 역대 정서는 강의 동류(東流)를 보며 회한(悔恨)에 젖는 경우가 많아 우리와 퍽 다르다. 더구나 황제를 향한 일편단심에 강의 흐름을 덧대는 정서의 강조는 옛 왕조 질서에 복종하려는 구태의 반복이고, 중국인 아닌 다른 사람이 이런 성어를 사용하면 중국인이 내세웠던 지나친 자기중심적 세계관인 중화주의(中華主義)에 납작 엎드리는 굴욕이다.

그럼에도 과거에 우리가 서울을 한양으로 부른 이유는 전장(典章)과 제도(制度)의 대부분을 중국에서 들여와야 했기 때문이었을 테다. 지금은 더 넓고 풍부한 선택사양이 있음에도 우리 정치인들은 이런 오류를 반복한다. 어설프게 알아 오히려 잘못을 저지르는 식자우환(識字憂患) 아닌지 돌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