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용인시가 120조원이 투입될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 단일 후보지로 선정됐다.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 조성을 위해 설립된 SK하이닉스의 특수목적회사(SPC)인 (주)용인일반산업단지가 20일 용인시에 448만㎡(약 135만 평)를 사업지로 해달라는 투자의향서를 제출했다.

SK하이닉스가 심사숙고 끝에 용인을 후보지로 요청한 것은 이만 한 입지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첨단 기술 경쟁이 치열한 반도체 업계에서는 우수 인력 확보가 기업 운명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문제다. 연구개발 시설과 생산시설, 협력업체와의 연계성도 중요하고 전기·용수·도로 등 인프라 확보도 관건이다. 용인이 고급 인력을 구할 수 있는 ‘수도권 마지노선’인 데다 각종 인프라가 잘 갖춰진 서울·수도권에 반도체 업체의 약 85%가 몰려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용인 이외의 다른 대안을 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SK하이닉스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공사가 끝나는 2022년 이후 12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SK그룹은 유치경쟁을 벌였던 경기 이천시, 충북 청주, 경북 구미에도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기로 했다. 향후 5년간 그룹 투자의 60%(22조원)를 비(非)수도권에 집중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SK가 경제성에 입각해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를 요청하고, 경쟁 탈락지역에 적극적인 투자책을 내놓은 만큼 더 이상의 논쟁은 기업과 국가 경쟁력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이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반도체산업 경쟁력 지원에 집중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주력산업의 상당수가 중국의 거센 추격으로 흔들리고 있다. 마지막 경제 버팀목인 반도체도 고급 인력 싹쓸이 전략을 앞세운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위기를 맞고 있다. 반도체산업이 살아남으려면 대규모 선제 투자를 통해 기술 ‘초(超)격차’를 유지하는 길밖에 없다.

그러려면 정부가 반도체 클러스터 최종 후보지를 조속히 확정하고, 공단 조성 인허가를 앞당겨야 할 것이다. 농식품부, 환경부, 문화재청 등 10개 정부 부처를 거쳐 환경·교통·문화재 등의 각종 영향을 평가하려면 정부 목표인 2022년 부지 조성이 빠듯하다. 반도체 클러스터가 국책사업인 만큼 범(汎)정부 차원의 신속한 후속조치가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