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오는 27일 대표와 최고위원을 뽑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벌이는 행태가 한심스럽다. 전당대회를 계기로 보수가치를 정립하고 미래비전을 보여줘도 모자랄 판에 계파 정치가 횡행하고, ‘망언 논란’과 자중지란까지 겹쳐 신뢰를 스스로 바닥에 내동댕이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전당대회를 재집권의 디딤돌로 삼기는커녕 오히려 당 이미지에 먹칠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후보들은 전당대회 초반부터 ‘박근혜 마케팅’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친박(親朴·친박근혜), 비박(非朴)에 배박(背朴·배신한 친박) 논란까지 등장했다. 이 와중에 ‘5·18 망언’ 논란을 일으키고 박 전 대통령 탄핵 문제를 후보 간 토론의 상당부분에 할애하면서 스스로를 여론의 조롱거리로 깎아내렸다. 정부여당을 견제하고 정책대안과 비전을 제시하는 성숙한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당내에서조차 “보수 가치와 당의 비전을 다시 세워야 할 전당대회가 과격분자의 놀이터가 됐다”는 탄식이 나올 정도다.

나라 경제·안보가 위기 상황이고, 여당의 사법부 공격 행태가 위험 수위를 넘고 있는데도 제1 야당다운 면모를 보여주기는커녕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한 게 한국당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 한국당은 총선과 대선, 지방선거에 잇따라 참패한 뒤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혁신에 나섰다. 그러나 반성과 각오에 대한 다짐은 어느새 사라진 느낌이다. 한국당이 이제라도 구태를 떨쳐내고 대오각성하지 않는다면 ‘전당대회 효과’는커녕 설 자리 자체가 사라질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