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靑 외교안보특보
"최상 시나리오는 비핵화 로드맵 만들고 실무 그룹 구성되는 것"
문 특보는 20일(현지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듀크대 강연과 사전 간담회에서 ‘2차 미·북 정상회담의 최악의 시나리오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 같은 의견을 밝혔다. 최상의 시나리오를 묻는 질문엔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기와 함께 비핵화 로드맵 및 시간표가 마련되고 (로드맵 이행을 위한) 실무그룹이 구성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오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2차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포괄적 핵 신고에 합의할 가능성은 낮게 봤다. 문 특보는 “과거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을 만났을 때 그는 ‘ICBM 몇 개, 핵물질 얼마, 핵탄두 몇 개 식으로 리스트를 작성해 폐기하겠다고 적대국(미국)에 신고할 수 있겠나. 신뢰가 쌓이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미국도 이전에 비해 포괄적 핵신고 얘기를 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특보는 “2000년이나 2007년 햇볕정책 때보다 현재 북한을 다루는 문제가 수백만 배 더 어려운 상황”이라며 “당시 북한은 핵이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미국과 북한이 하노이 회담에서 어떤 식으로든 성과를 내려 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북한은 선군(先軍·군부 우선)정치에서 선경(先經·경제 우선)정치로 선회했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핵 포기 대가를 북한 군부와 주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2020년 재선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선 “과거 북한은 핵 관련 논의 자체를 거부했지만 지금은 아니다”며 “김정은이 비핵화 의지가 있다”고 했다.
반면 수미 테리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미국이 북한과 비핵화 협정을 맺는 게 아니라 그들을 핵보유국으로 합법화해주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날 CBS 방송 인터뷰에서 “북한과 김정은은 제대로 된 어떤 것도 하지 않았는데 마치 더 합법적으로 보인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테리 연구원은 “지난해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모호한 성명 이상의 결과를 내지 못했고 그 뒤 김정은은 노후화된 (동창리)미사일 시험장 폐기 및 핵실험 중단 등 허울뿐인 조치만 취했다”고 말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더럼=문혜정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