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 수소충전소, 병원 안 가고 유전자 검사…'규제 샌드박스' 덕에 가능해졌죠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임현우 기자의 키워드로 읽는 시사경제 - 규제 샌드박스
혁신제품 개발 시도하는 기업에
일정 기간·지역 내 규제 면제
정부, 수소충전소 등 7건 인가
신산업 발전 앞당기려는 취지
규제 첩첩 속 ‘임시방편’ 지적
근본적으로 규제 폐지해야
혁신제품 개발 시도하는 기업에
일정 기간·지역 내 규제 면제
정부, 수소충전소 등 7건 인가
신산업 발전 앞당기려는 취지
규제 첩첩 속 ‘임시방편’ 지적
근본적으로 규제 폐지해야
어린 시절 놀이터나 해수욕장에서 모래놀이를 해본 경험이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모래 위에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탑을 쌓아보기도 하며 마음껏 뛰어논다. 최근 신문 기사에 자주 보이는 ‘규제 샌드박스(sandbox)’는 바로 이 모래밭에서 유래한 용어다.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려는 기업은 이런저런 규제 탓에 어려움을 겪게 마련인데, 정부 심사를 거쳐 일정 범위에서는 이런 규제를 적용받지 않도록 면제하는 제도다. 창의적인 연구개발(R&D) 시도가 규제에 발목 잡히지 않도록 해 신산업 발전을 앞당기자는 취지에서 고안됐다.
실증특례·임시허가·신속처리 등 방식
규제 샌드박스는 ‘실증특례’ ‘임시허가’ ‘신속처리’ 등의 절차로 이뤄진다. 실증특례란 제품과 서비스를 검증하는 동안 제한된 구역에서 규제를 없애는 조치이고, 임시허가는 시장 출시를 일시적으로 허용하는 제도다. 신속처리는 기업들이 규제 존재 여부를 정부에 문의할 때 30일 안에 답하지 않으면 규제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정부 부처들은 기업들이 낸 규제 샌드박스 신청을 심의해 이달 들어 일곱 건을 처음 허용했다. 대표적 사례로는 현대자동차가 요청한 수소충전소 설치 사업이 꼽힌다. 수소충전소는 그동안 갖가지 규제와 민원 탓에 설립이 쉽지 않았다. 이번에 실증특례를 부여받아 서울 여의도 국회와 양재동, 탄천 물재생센터 등에 설치할 수 있게 됐다.
민간업체를 통한 유전자 검사의 폭도 한층 넓어졌다. 지금까지 소비자가 직접 의뢰하는 DTC(direct to consumer) 방식의 유전자 검사는 혈당, 혈압, 체질량지수 등 12개 항목뿐이었다. 마크로젠이라는 기업이 신청한 실증특례가 받아들여져 고혈압, 뇌졸중, 대장암, 위암, 파킨슨병 등 13개 질환이 추가됐다.
손목시계 모양의 심전도 장치를 활용한 건강관리 서비스, 임상시험 참여 희망자를 모집하는 온라인 중개 서비스 등도 국내 출시 길이 열렸다. 원격 건강관리는 한국 업체들의 뛰어난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의료 규제로 인해 상용화가 더뎠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임시 방편’적 성격…“근본적 규제완화 필요” 지적도
카카오톡이나 문자메시지로 각종 행정·공공기관 고지서를 받아볼 수 있는 ‘모바일 전자고지 서비스’, LED(발광다이오드)와 LCD(액정표시장치) 장비를 활용한 ‘스마트 버스광고’ 등도 규제 샌드박스에 힘입어 출시가 허용됐다.
앞서 영국 일본 싱가포르 등이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해 소기의 성과를 거둔 바 있어 국내 산업계에도 새로운 ‘돌파구’가 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하는 기업이 줄을 이어 적용 대상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는 “유연한 규제 적용으로 혁신 창업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소비자의 선택권도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규제 샌드박스는 ‘임시 방편’에 가까운 만큼 규제체계 전반을 개혁하는 ‘근본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한국의 규제는 ‘사전규제’는 강하고 ‘사후규제’는 약한 구조다. 미국 등 선진국이 사전규제는 약하게, 사후규제는 깐깐하게 설계하는 것과 정반대다.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tardis@hankyung.com
실증특례·임시허가·신속처리 등 방식
규제 샌드박스는 ‘실증특례’ ‘임시허가’ ‘신속처리’ 등의 절차로 이뤄진다. 실증특례란 제품과 서비스를 검증하는 동안 제한된 구역에서 규제를 없애는 조치이고, 임시허가는 시장 출시를 일시적으로 허용하는 제도다. 신속처리는 기업들이 규제 존재 여부를 정부에 문의할 때 30일 안에 답하지 않으면 규제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정부 부처들은 기업들이 낸 규제 샌드박스 신청을 심의해 이달 들어 일곱 건을 처음 허용했다. 대표적 사례로는 현대자동차가 요청한 수소충전소 설치 사업이 꼽힌다. 수소충전소는 그동안 갖가지 규제와 민원 탓에 설립이 쉽지 않았다. 이번에 실증특례를 부여받아 서울 여의도 국회와 양재동, 탄천 물재생센터 등에 설치할 수 있게 됐다.
민간업체를 통한 유전자 검사의 폭도 한층 넓어졌다. 지금까지 소비자가 직접 의뢰하는 DTC(direct to consumer) 방식의 유전자 검사는 혈당, 혈압, 체질량지수 등 12개 항목뿐이었다. 마크로젠이라는 기업이 신청한 실증특례가 받아들여져 고혈압, 뇌졸중, 대장암, 위암, 파킨슨병 등 13개 질환이 추가됐다.
손목시계 모양의 심전도 장치를 활용한 건강관리 서비스, 임상시험 참여 희망자를 모집하는 온라인 중개 서비스 등도 국내 출시 길이 열렸다. 원격 건강관리는 한국 업체들의 뛰어난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의료 규제로 인해 상용화가 더뎠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임시 방편’적 성격…“근본적 규제완화 필요” 지적도
카카오톡이나 문자메시지로 각종 행정·공공기관 고지서를 받아볼 수 있는 ‘모바일 전자고지 서비스’, LED(발광다이오드)와 LCD(액정표시장치) 장비를 활용한 ‘스마트 버스광고’ 등도 규제 샌드박스에 힘입어 출시가 허용됐다.
앞서 영국 일본 싱가포르 등이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해 소기의 성과를 거둔 바 있어 국내 산업계에도 새로운 ‘돌파구’가 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하는 기업이 줄을 이어 적용 대상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는 “유연한 규제 적용으로 혁신 창업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소비자의 선택권도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규제 샌드박스는 ‘임시 방편’에 가까운 만큼 규제체계 전반을 개혁하는 ‘근본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한국의 규제는 ‘사전규제’는 강하고 ‘사후규제’는 약한 구조다. 미국 등 선진국이 사전규제는 약하게, 사후규제는 깐깐하게 설계하는 것과 정반대다.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