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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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이 자영업자를 살리기 위해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저금리 대출부터 경영컨설팅, 대출이자 환급까지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위한 금융서비스를 대폭 늘리고 있다. 자영업이 악화일로를 걷는 상황에서 은행권이 실질적 도움을 확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최근 강원도 춘천시에 위치한 강원대학교에서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세미나를 진행했다. 유명 외식업 컨설턴트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김유진 대표가 자영업자를 위한 경영 노하우, 효과적인 은행거래 방법을 전수했다. 이날 강연에는 강원도 내 자영업자 200여 명이 모였다.

신한은행은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8주간 집중교육, 맞춤형 컨설팅을 진행하는 '신한 소호(SOHO)사관학교'가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작년 9월에는 윤석현 금감원장이 이곳을 찾아 자영업자 경영지원 컨설팅을 강화해달라 당부하기도 했다.

맞춤교실과 세미나 등도 자영업자를 위한 무료 프로그램이다. 사업에 필요한 강좌를 제공하는 맞춤교실은 연간 총 48회 강좌를 개설한다. 내달 개강을 앞두고 있다. 세미나는 강원도 춘천에 이어 청주, 광주, 대구 등에서 차례로 실시할 계획이다.

자영업자를 위해 대출이자를 일부 환급해주는 대출상품도 나왔다.

우리은행이 지난달 출시한 '우리 소상공인 120 대출'은 마이너스통장 대출이다. 우리은행 계좌로 결제대금을 수납한 소상공인은 대출금 일부(최대 200만원)에서 발생한 이자를 매월 환급받을 수 있다.

대출금액은 신용보증서 승인한도 내에서 1000만원 이상 가능하며, 특판 상품으로 한도는 총 5000억원이다. 우리은행 내부등급 기준에 따라 소호(SOHO) 6등급 이상인 개인사업자면 신청 가능하다.

소상공인을 위한 1%대 초저금리 상품도 눈여겨볼 만하다.

IBK기업은행은 별도의 가산금리 없이 대출 실행시점의 기준금리만 적용하는 초저금리 특별대출을 제공한다. 기준금리는 은행간 단기기준금리인 코리보 1년물(이날 기준 1.94%)이 적용된다. 최장 3년까지 기준금리로 대출을 지원하고, 보증료도 우대한다.

지원대상은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재단중앙회에서 보증서를 발급받은 소상공인, 자영업자, 창업 7년 이내의 창업기업이다. 기업당 대출한도는 신보·기보 보증은 2억원, 신보재단 보증은 1억원이다. 올해 지원규모는 1조8000억원이다.

자금 융통이 원활할 수 있게끔 카드 대금 선지급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주말, 공휴일, 명절에도 카드매출대금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기업은행과 우리은행은 BC카드 대금 입금계좌로 해당 은행을 활용하는 가맹점에 휴일과 상관없이 BC카드 매출대금을 매출전표 매입일 이틀 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공휴일이 끼어 있으면 최대 5일이 걸렸던 대금 지급일이 2일로 단축된다.

국민은행도 자금 지원에 나섰다.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지역신용보증재단에 총 500억원을 특별출연한다. 이를 통해 약 1조6000억원의 보증 한도를 공급하고, 발급된 보증서를 담보로 총 1조7000억원의 대출을 지원하기로 했다. 지원대상은 경영 애로를 겪고 있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신기술·신산업 관련 혁신성장기업이다.

은행권이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위해 금융·비금융 지원에 두루 나선 것은 정부의 '포용적 금융'과 맥을 같이 한다. 정부 기조에 발맞춰 사회적 금융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자영업 성장·혁신 종합대책'을 내놓고 자영업 살리기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상황은 갈수록 악화되는 모습이다.

통계청의 자료를 보면 소득 하위 20%(1분위) 가구의 작년 4분기 사업소득(자영업자)은 월 20만7300원으로 1년 전보다 8.6% 줄었다.

1분위 가구주 자영업자 비중은 1년 새 13.1%에서 15.9%로 증가했고, 2분위(하위 20%~하위 40%) 가구주의 자영업 비중은 24.4%에서 19.3%로 감소했다. 소득 상황이 악화하면서 2분위에 있던 자영업자가 1분위로 내려앉은 것이라는 분석이다.

자영업계에 드리운 그늘이 짙어지면서 사회적 금융에 나선 은행들의 어깨가 무거워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영업자의 소득 수준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절실한 것은 금융 지원, 대출이다"며 "1금융권인 은행이 문턱을 낮추면 자영업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자영업자 살리기에 은행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