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갈등 우려…내달 회의때 '조치' 나올 수도
유럽경제도 '먹구름'…ECB "경기둔화 더 깊고 넓다" 비관
유럽 통화정책 입안자들이 내다본 경제전망이 상당히 비관적인 것으로 확인됐다.

유럽중앙은행(ECB)이 21일(현지시간) 공개한 지난달(1월 24일 개최) 통화정책회의 의사록을 보면 통화정책 위원들은 무역분쟁 때문에 경기가 더 오래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했다.

위원들은 글로벌 경제 전망과 관련해 보호주의 무역의 충격이 증가하고 통상갈등이 악화할 것으로 우려했다.

작년부터 세계 경제에는 무역분쟁이 거대 악재로 자리를 지켜왔다.

미국과 중국은 고율 관세를 주고받는 무역전쟁을 잠시 멈추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수입 자동차에 고율 관세를 물리는 방안을 검토, 유럽연합(EU)으로부터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최근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세계 경제에 '폭풍'을 촉발할 요소로 통상갈등을 지목했다.

ECB 통화정책위는 의사록에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제와 관련해 "관측된 경기둔화가 예전에 내다본 것보다 더 깊고 광범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모멘텀이 약화한다는 점, 성장에 대한 리스크의 균형이 부정적인 쪽으로 변화한다는 점을 인정하는 데 있어 통화정책위의 의견은 만장일치였다"고 밝혔다.

통화정책위는 2조6천억 유로(약 3천318조원) 규모의 자산매입 계획이 성장을 견인하고 디플레이션을 피하는 데 제 역할을 했다고 진단했다.

ECB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 부양을 위해 가계, 기업 실물경제에 유동성을 확대 공급하는 정책을 작년 말까지 시행해왔다.

이런 양적 완화와 함께 ECB는 역사적으로 최저 수준의 기준금리를 유지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유로존의 지난 1월 물가상승률은 1.4%로 ECB가 목표로 삼은 2%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AFP통신은 ECB가 오는 3월 7일 예정된 통화정책 회의에서 성장과 물가상승에 대한 새로운 전망을 제시하고 더욱 엄중한 향후 조치를 시사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브누아 쾨레 ECB 이사는 통화정책위가 상환 기간이 길고 금리가 낮은 대출을 은행들에 제공하는 장기특정대출프로그램(TLTRO)의 운용을 고려할 수 있다고 지난 15일 밝혔다.

ECB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 속에서 유동성을 확대해 경제성장을 북돋우려고 TLTRO를 사용한 적이 있는데 이 대출은 이제 만기가 가까워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긴축 기조로 돌아서려던 유로존의 통화정책이 급선회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네덜란드 ING은행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ECB가 다음 달에 통화정책을 급격히 바꿀 정도로 유로존 경제가 심각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