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집단 사망 사건이 발생한 이대목동병원 의료진이 지난 21일 1심에서 전원 무죄 판결을 받아 논란이 일었습니다. 조사 결과 신생아들은 시트로박터 프룬디균 감염에 의한 패혈증으로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는데요. 이 균은 강력한 항생제도 듣지 않는 ‘슈퍼 박테리아급’ 세균입니다. 이대목동병원 사태를 계기로 슈퍼 박테리아로 불리는 다제내성균의 심각성이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다제내성균은 신생아나 환자 등 면역력이 취약한 사람이 감염되면 합병증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는 무서운 균입니다. 항생제에 대항해 진화를 거듭한 균이어서 마땅한 치료 방법이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항생제 오남용으로 다제내성균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주로 외국인 환자들로부터 전파돼 병원에서 감염되는 사례가 많습니다.

이렇다 보니 국제적으로도 다제내성균 치료제 개발에 힘을 쏟고 있는데요. 2000년대 이후 11개의 슈퍼 항생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았습니다. 달바반신, 테디졸리드, 오리타반신, 세프톨로잔-타조박탐, 세프타지딤-아비박탐, 메로페넴-버보박탐 등입니다. 그런데 이 중 국내에서 허가를 받은 제품은 두 개뿐입니다. 가격이 비싸거나 수익성이 없다고 판단해 다국적 제약사들이 국내에 들여오지 않고 있어서입니다. 동아에스티가 2015년 개발한 항생제 ‘시벡스트로’는 국내 허가를 받았음에도 정부와 약가 협상에서 원하는 가격을 받지 못해 출시가 지연되고 있죠.

피해를 보는 건 국내 환자들입니다. 해외에서는 이미 슈퍼 항생제의 특허가 만료돼 가격을 낮춘 제네릭(복제약)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슈퍼 박테리아의 확산을 막기 위해 최소한의 ‘무기’를 달라고 의료계가 요구하는 이유입니다. 올해부터는 상황이 조금 나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슈퍼 항생제 복제약이 국내에 출시될 것이란 희소식이 전해졌는데요. 건일제약이 ‘큐비신(성분명 답토마이신)’ 제네릭의 국내 허가를 받아 오는 4월 출시할 예정입니다. 건일약품 외에 영진약품도 유럽 제약사가 개발한 큐비신 제네릭의 국내 발매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큐비신(사진)은 복합성 피부 및 연조직 감염, 메티실린 감수성 균주, 내성 균주에 의한 심내막염을 포함하는 황색포도상구균 균혈증 치료에 사용하는 약물로 연간 1조원가량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2003년 미국계 제약사 큐비스트가 개발했는데 시장성을 알아본 MSD가 2014년 큐비스트를 9조5000억원에 인수합병(M&A)하면서 큐비신 판권도 가져갔죠. 미국에서는 2016년부터 복제약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제약업계는 큐비신 제네릭으로 국내 다제내성균 치료제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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