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사진)이 21일(현지시간) “북한의 비핵화가 1989년 독일 베를린 장벽 붕괴처럼 누구도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 비핵화에 대한 회의론을 불식시키기 위한 발언으로 보이지만 ‘사회주의 몰락’의 상징인 베를린 장벽 얘기를 꺼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미국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이 당장 비핵화를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1989년에 나는 동독 국경을 순찰하는 젊은 군인이었다”고 운을 뗀 뒤 “어느 누구도 그날 (베를린) 장벽이 무너질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어 “아무도 북한이 이 조치(비핵화)를 취할 것이라 기대하지 않지만 여기에서도 세계가 그런 날을 맞이하길 희망한다”고 했다. 또 “언젠가 모두 잠에서 깨어나 세계가 1989년과 같은 순간을 맞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은 오는 27~28일 2차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북핵 협상이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우려하는 미 언론과 의회 등의 비판을 불식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서두를 것 없다는 발언이 북핵 협상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고 있는 것이냐’는 질문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어 “우리가 어디에서 이것을 시작했는지 기억해야 한다”며 “우리는 미사일과 핵무기 실험이 이뤄지고 있을 때 들어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지금 1년 넘게 그런 유형의 어떤 시스템도 실험하지 않았고 우리는 미국인의 유해를 돌려받았다”고 말했다.

백악관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북한이 플루토늄과 우라늄 농축시설 해체를 약속했다’는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언급을 상기시키며 북한에 ‘약속 이행’을 촉구했다. 비건 대표는 지난달 스탠퍼드대 강연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지난해 10월 북한을 방문했을 때 김정은은 미국의 상응조치를 조건으로 플루토늄과 우라늄 농축시설 전체의 폐기를 약속했다고 밝혔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