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개봉한 영화 ‘아바타’(사진)의 주인공 제이크 설리(샘 워싱턴 분)는 외계 종족인 나비족의 몸을 내 몸인 것처럼 조종한다. 뇌파로 컴퓨터를 조작하는 BCI(brain-computer interface) 기술에 상상력을 보탠 설정이다.

현재의 기술로 다른 생명체를 조정하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단순 기계 조작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알파파(안정적인 상태에서 나오는 뇌파)나 베타파(집중했을 때 나오는 뇌파) 등 뇌에서 나오는 전자기파의 변화를 감지해 이를 기계의 구동 명령어로 활용하면 된다.

2012년 앤드루 슈워츠 미국 피츠버그대 교수는 전신마비 환자의 뇌에 칩을 삽입한 뒤 생각만으로 로봇팔을 움직여 초콜릿을 먹는 실험을 시연했다. 국내에도 비슷한 사례가 많다. 대구 한국뇌연구원엔 뇌파로 드론을 띄우는 체험 시설까지 마련돼 있다.

뇌파 신호의 의미를 해독해 영상으로 바꾸는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일본 뇌정보통신종합연구소는 2013년 사람들이 꿈속에서 본 이미지를 재생하는 원리를 설명한 논문을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재했다. 특정 사물을 볼 때 나타나는 뇌파와 꿈을 꿀 때 나타나는 뇌파의 패턴이 비슷하면 이 사물이 꿈속에 등장했다고 간주할 수 있다는 게 논문의 골자다.

뇌정보통신종합연구소는 꿈을 꾼 사람들을 깨운 뒤 꿈속에서 무엇을 봤는지를 물었다. 꿈을 꿀 때 측정한 뇌의 행동 패턴은 실제로 해당 사물을 봤을 때와 거의 흡사했다. 개인 간 편차 때문에 꿈을 영상이란 형식으로 재생하는 게 쉽지 않지만 대략적인 꿈의 내용은 얼마든지 파악할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잭 갈란트 미국 UC버클리 교수 연구팀이 한 연구도 주목할 만하다. 이들은 실험 참여자들이 영화를 보는 동안 뇌의 상태와 뇌파의 변화를 측정하고 이를 다시 영상으로 바꾸는 실험을 했다. 또렷한 이미지는 아니었지만 전체 영화 장면 중 75%를 맞히는 데 성공했다.

전문가들은 수십 년 뒤엔 아침에 일어나 스마트폰으로 지난밤의 꿈을 재생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술의 발달로 방대하고 생경한 ‘뇌의 언어’를 분석하는 작업이 한층 더 쉬워졌다는 설명이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