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中企정책자금 지원, 선택과 집중 필요하다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 상실을 우려하는 경고음이 요란하다. 자동차, 철강, 조선 등 주력산업이 휘청대는 가운데, 온갖 정부규제와 기득권의 반발로 혁신이 지연되면서 경제가 장기침체 늪에 빠져들고 있다. 국내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3년째 외환위기 당시 수준인 72%대에 머물러 있고, 지난해 설비투자도 전년 대비 4.2% 줄었다고 한다. 제조업 생산능력지수는 전년 동기에 비해 1.1% 줄어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71년 이후 47년 만에 처음 하락했고 제조업 취업자수도 2016년 이후 3년째 감소세를 보였다고 한다.

특히 중소제조업체는 한계상황에 몰려 있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투자할 자금도, 인력도, 기술도 고갈돼 더 이상 버티기 힘들 정도다. 이들 중소제조업체를 좋은 일자리의 보고(寶庫)로 거듭나게 하기 위한 전방위적 지원이 절실하다.

우선, 대학은 중소기업과 유기적으로 연계해 기업이 원하는 맞춤형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 우리나라 공과대학은 이론교육에 편중돼 있다. 실험실습 설비와 기자재를 확충하고 실습시간을 대폭 늘려 실용적인 엔지니어를 배출해야 한다.

또 산학협력을 더욱 강화해 중소제조업체의 부족한 연구개발(R&D) 능력을 채워줄 수 있어야 한다. 대학은 산업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것을 찾아 채워주려고 노력해야 하고 중소기업 역시 산업현장을 학생들의 실습공간으로 제공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이렇게 해야만 대학과 기업은 좋은 일자리 창출의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정부의 정책목표가 좋은 일자리 창출을 통한 청년실업 해소에 있다면 대학의 실험·실습 관련 시설투자에 대해 재정적인 지원이나 세제혜택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 산학협력을 잘하는 대학에 대한 지원을 대폭 늘릴 필요가 있다. 지역별 산업 클러스터를 활성화하고 인근 대학들이 실용적인 엔지니어를 기업에 공급하도록 지원·관리해야 한다. 병역특례업체는 줄이기보다 더 늘리는 방향으로 검토해야 한다.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자금 지원방향도 전환하는 게 좋다. 지금은 정책자금이 가능한 한 많은 업체에 돌아갈 수 있도록 소액으로 균등하게 나눠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수박밭의 넝쿨을 가지치기하지 않으면 상품가치라고는 없는 조막만 한 수박만 잔뜩 열려 농사를 망치기 십상이다. 정책자금도 지금처럼 잘게 쪼개 많은 업체에 나눠주다 보면 일자리 창출이란 목표 달성에 도움을 줄 수 없다. 좋은 일자리를 더 많이 창출할 수 있는 우수업체를 엄선해 원하는 만큼 충분한 자금을 길게 지원해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키우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이런 방식은 특혜 시비가 일 수도 있다. 그러나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지원대상을 선정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한다면 특혜시비를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세계시장 점유율, 성장성, 수익성, 급여 수준 등 선정기준을 정하고,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을 생산할 능력을 갖추고 더 많은 보수를 부담할 수 있는 기업을 골라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 혁신을 위해 더 많은 벤처기업이 나오도록 돕는 정책도 중요하지만 우수 중소기업을 질적으로 키우는 정책이 더 필요하다.

대학과 정부 그리고 중소제조업체 간 삼각편대를 구성해 새로운 제조업 르네상스 시대를 열어야 한다. 그렇게 4차 산업혁명의 흐름에 올라탄다면 청년들을 위한 좋은 일자리를 더 넉넉히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