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업계 세대교체…전기레인지 올해 주방 '주인공'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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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보다 화력 세고 안전”
올해 전기레인지 시장 100만대로 급성장 가스보다 설치 간편한 전기건조기
‘빨래 널기’에서 해방시키며 신(新)가전 열풍 이끌어 ‘한 번에 제대로’에서 ‘틈틈이 자주’로
청소문화 바꾼 무선청소기, 지난해 유선 추월 1969년 연탄불과 석유곤로가 주류였던 주방에 ‘신개념 가전’이 등장했다. LG전자가 국내 최초로 내놓은 가스레인지 ‘PC-201’이다. 냄새 걱정이 없는 데다 연탄가스에 중독될 위험도 없었다. 같은 시기 진행된 도시화로 가옥 구조가 변화한 데다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스 인프라가 확충되면서 가스레인지는 빠른 속도로 주방 풍경을 바꿔나갔다. 50년이 지난 지금 주방이 또 한 번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안전과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가스 누출, 미세먼지 발생 걱정이 없는 전기레인지가 가스레인지를 대체하고 있다.
◆가스 ‘화력(火力)’ 추월한 전기
22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전기레인지 판매량이 100만 대를 넘어서며 가스레인지를 밀어낼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부산의 A아파트 1400가구, 올해 2월엔 서울의 B아파트 700가구에 전기레인지를 납품했다. 주로 선택옵션으로만 들어가던 전기레인지가 기본옵션이 되는 추세다. ‘전기레인지는 화력이 약해 불 맛을 느낄 수 없다’는 편견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의미다. 최근 출시되고 있는 3000W 고화력 인덕션 전기레인지는 일반 가정용 가스레인지보다 두 배 이상 화력이 세다. 3000W 출력의 전기레인지의 경우 1L 물을 섭씨 100도로 끓이는 데 2분20초가 걸리는 데 비해 가스레인지는 5분 이상 소요된다. 동급 가스레인지와 비교해 조리 속도도 두 배가량 빠르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LG전자 관계자는 “1~2년 전만 해도 전기레인지를 설치하는 가정에서는 센 불이 필요하거나 장시간 요리해야 하는 곰국 등을 위해 다용도실에 가스레인지를 추가 설치하곤 했다”며 “전체 화력을 하나의 인덕션 버너에 집중시키는 터보 기능과 긴 시간 요리에 유용한 타이머 기능 등이 더해지면서 가스레인지를 설치할 이유가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지난해 11월부터 가스레인지는 해외에서 생산하고, 경남 창원 공장에서는 전기레인지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세대교체’로 신시장 개척
전기가 가스의 ‘힘’을 추월한 분야는 또 있다. 건조기다. 2000년대 초반 가스건조기가 시장에 출시됐지만 주로 가게, 빌딩 등 기업 대 기업(B2B) 제품으로 판매됐다. 가스 건조기를 설치하려면 가스 밸브가 꼭 필요해 설치 장소가 제한됐기 때문이다. 건조기가 가정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게 된 시기는 2016년 LG전자가 히트펌프 방식의 전기식 건조기를 선보이면서다. 집 안 어디에나 간편하게 설치할 수 있는 데다, 배수관이 없어도 건조 때 발생한 응축수를 쉽게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냉매를 압축하는 실린더가 두 개인 듀얼 인버터 히트펌프를 적용한 제품으로 옷감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건조 능력을 향상시켰다. 삼성전자는 인버터 히트펌프 방식에 ‘히터’를 결합한 제품으로 대용량 건조기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예열은 강력한 히터 열로, 본격적인 의류 건조는 뜨거운 바람을 직접 쐬지 않는 인버터 히트펌프 방식으로 해 건조 시간을 크게 단축시켰다.
무선청소기는 국내 청소 문화를 ‘한 번에, 제대로’에서 ‘틈틈이, 자주’로 바꾸며 신시장을 개척한 사례다. 다이슨이 장악했던 시장에 LG전자와 삼성전자가 강력한 모터 성능과 고성능 배터리를 무기로 한 제품을 내놓으면서 판도가 바뀌었다.
국내 시장에 특화된 제품도 잇따라 등장했다. LG전자는 지난해 ‘코드제로 A9 파워드라이브 물걸레’ 키트를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최근 물걸레 브러시를 장착한 신형 무선청소기 ‘삼성 제트’를 내놨다. 100만원이 넘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무선청소기 판매량은 유선청소기를 앞질렀다.
포화 상태에 이른 가전 시장에서 ‘세대 교체’를 통해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내는 전략으로 수익성도 끌어올렸다. LG전자 백색가전 부문인 H&A사업본부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역대 최고치인 7.9%를 기록하며 글로벌 1위를 기록했다. 월풀의 영업이익률이 1.3%, 일렉트로룩스가 4.3%로 전년 대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올해 전기레인지 시장 100만대로 급성장 가스보다 설치 간편한 전기건조기
‘빨래 널기’에서 해방시키며 신(新)가전 열풍 이끌어 ‘한 번에 제대로’에서 ‘틈틈이 자주’로
청소문화 바꾼 무선청소기, 지난해 유선 추월 1969년 연탄불과 석유곤로가 주류였던 주방에 ‘신개념 가전’이 등장했다. LG전자가 국내 최초로 내놓은 가스레인지 ‘PC-201’이다. 냄새 걱정이 없는 데다 연탄가스에 중독될 위험도 없었다. 같은 시기 진행된 도시화로 가옥 구조가 변화한 데다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스 인프라가 확충되면서 가스레인지는 빠른 속도로 주방 풍경을 바꿔나갔다. 50년이 지난 지금 주방이 또 한 번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안전과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가스 누출, 미세먼지 발생 걱정이 없는 전기레인지가 가스레인지를 대체하고 있다.
◆가스 ‘화력(火力)’ 추월한 전기
22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전기레인지 판매량이 100만 대를 넘어서며 가스레인지를 밀어낼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부산의 A아파트 1400가구, 올해 2월엔 서울의 B아파트 700가구에 전기레인지를 납품했다. 주로 선택옵션으로만 들어가던 전기레인지가 기본옵션이 되는 추세다. ‘전기레인지는 화력이 약해 불 맛을 느낄 수 없다’는 편견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의미다. 최근 출시되고 있는 3000W 고화력 인덕션 전기레인지는 일반 가정용 가스레인지보다 두 배 이상 화력이 세다. 3000W 출력의 전기레인지의 경우 1L 물을 섭씨 100도로 끓이는 데 2분20초가 걸리는 데 비해 가스레인지는 5분 이상 소요된다. 동급 가스레인지와 비교해 조리 속도도 두 배가량 빠르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LG전자 관계자는 “1~2년 전만 해도 전기레인지를 설치하는 가정에서는 센 불이 필요하거나 장시간 요리해야 하는 곰국 등을 위해 다용도실에 가스레인지를 추가 설치하곤 했다”며 “전체 화력을 하나의 인덕션 버너에 집중시키는 터보 기능과 긴 시간 요리에 유용한 타이머 기능 등이 더해지면서 가스레인지를 설치할 이유가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지난해 11월부터 가스레인지는 해외에서 생산하고, 경남 창원 공장에서는 전기레인지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세대교체’로 신시장 개척
전기가 가스의 ‘힘’을 추월한 분야는 또 있다. 건조기다. 2000년대 초반 가스건조기가 시장에 출시됐지만 주로 가게, 빌딩 등 기업 대 기업(B2B) 제품으로 판매됐다. 가스 건조기를 설치하려면 가스 밸브가 꼭 필요해 설치 장소가 제한됐기 때문이다. 건조기가 가정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게 된 시기는 2016년 LG전자가 히트펌프 방식의 전기식 건조기를 선보이면서다. 집 안 어디에나 간편하게 설치할 수 있는 데다, 배수관이 없어도 건조 때 발생한 응축수를 쉽게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냉매를 압축하는 실린더가 두 개인 듀얼 인버터 히트펌프를 적용한 제품으로 옷감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건조 능력을 향상시켰다. 삼성전자는 인버터 히트펌프 방식에 ‘히터’를 결합한 제품으로 대용량 건조기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예열은 강력한 히터 열로, 본격적인 의류 건조는 뜨거운 바람을 직접 쐬지 않는 인버터 히트펌프 방식으로 해 건조 시간을 크게 단축시켰다.
무선청소기는 국내 청소 문화를 ‘한 번에, 제대로’에서 ‘틈틈이, 자주’로 바꾸며 신시장을 개척한 사례다. 다이슨이 장악했던 시장에 LG전자와 삼성전자가 강력한 모터 성능과 고성능 배터리를 무기로 한 제품을 내놓으면서 판도가 바뀌었다.
국내 시장에 특화된 제품도 잇따라 등장했다. LG전자는 지난해 ‘코드제로 A9 파워드라이브 물걸레’ 키트를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최근 물걸레 브러시를 장착한 신형 무선청소기 ‘삼성 제트’를 내놨다. 100만원이 넘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무선청소기 판매량은 유선청소기를 앞질렀다.
포화 상태에 이른 가전 시장에서 ‘세대 교체’를 통해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내는 전략으로 수익성도 끌어올렸다. LG전자 백색가전 부문인 H&A사업본부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역대 최고치인 7.9%를 기록하며 글로벌 1위를 기록했다. 월풀의 영업이익률이 1.3%, 일렉트로룩스가 4.3%로 전년 대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