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루 김 전 CIA 코리아미션센터장(빨간 원). 지난해 5월9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오른쪽 끝)의 방북을 수행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맞은편 가운데)과 면담하는 모습. 사진은 다음날 북한조선중앙TV가 공개한 영상 일부. /사진=연합뉴스
앤드루 김 전 CIA 코리아미션센터장(빨간 원). 지난해 5월9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오른쪽 끝)의 방북을 수행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맞은편 가운데)과 면담하는 모습. 사진은 다음날 북한조선중앙TV가 공개한 영상 일부. /사진=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4월초 북한을 찾은 당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현 미 국무장관)에게 “내 아이들이 핵을 지닌채 평생 살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앤드루 김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은 22일(현지시간)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 강연에서 이같이 밝혔다. 김 전 센터장은 당시 폼페이오 장관의 1차 방북 때(3월31일~4월1일) 때 동행해 김정은과 면담에 배석했다.

김 전 센터장은 “(당시 방북의)주요 목적은 한국 특사단이 우리에게 전한 부분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이 지난해 3월 북한 방문 뒤 미국을 찾아 ‘김 위원장이 비핵화 의지가 있다’고 한 말을 확인하기 위해서란 설명이다. 그는 “우리는 동맹을 신뢰하지만, 그것과 별도로 확인하고 검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당시 폼페이오 장관은 김 위원장에게 “당신은 비핵화를 할 의향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김 위원장은 “나는 아버지이자 남편이다. 내게는 아이들이 있다”며 “나는 내 아이들이 핵을 지닌 채 평생 살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김 전 센터장은 전했다. 김 전 센터장은 “김 위원장은 면담 동안 비핵화하겠다는 의도를 확인했을 뿐 아니라 북미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욕구도 강력히 강조했다”고 전했다.

김 전 센터장은 미국과 북한의 막후협상 과정에서 ‘키맨’ 역할을 해왔다. 지난해 폼페이오 장관의 네차례 방북에 모두 동행했다. 지난해 12월20일 공직에서 물러난 뒤 이 연구소의 방문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연구소는 미·북 실무협상의 미국측 책임자인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북핵 협상 과정에서 조언을 구하는 핵심 창구로 알려져 있다.

김 전 센터장이 공개강연을 한 건 현직에 있을 때를 포함해 이번이 처음이다. 미 정보기관 고위당국자 출신이 공개강연에 나선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김 전 센터장은 이날 강연에서 “오늘 내가 이야기하려는 것은 단지 개인적인 견해로, 미국 정부의 공식적 입장과는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오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제2차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어 미 정부가 북한에 ‘비핵화 약속을 이행하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비건 대표도 지난달 31일 취임 5개월만에 첫 공개강연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해 10월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때 북한 전체의 플루토늄과 우라늄 농축시설 폐기를 약속했다”고 밝혔었다. 비건 대표는 이후 서울을 거쳐 평양으로 들어가 북한측 카운터파트인 김혁철 북한 대미특별대표와 ‘하노이 회담’ 의제 등을 둘러싸고 2월3일간 실무협상을 벌였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