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콜롬비아·브라질서 구호품 반입 시도…"군인 5명 탈영"
베네수엘라 국경 곳곳서 원조 반입놓고 충돌…최루탄 발포·시위
미국 등이 제공한 원조 물품의 반입에 반대하는 베네수엘라 정부와 반입을 추진하는 야권이 23일(현지시간) 콜롬비아 접경에서 충돌했다.

로이터·AP통신 등에 따르면 임시 대통령을 자처한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은 이날 오전 콜롬비아 쿠쿠타 창고에서 보관하던 구호품을 실은 트럭을 베네수엘라 접경지역으로 보냈다.

야권은 브라질 북부 국경도시인 파카라이마에 보관하던 구호품도 트럭에 실어 베네수엘라 국경 검문소로 보냈다.

과이도 의장은 이반 두케 콜롬비아 대통령 등 일부 남미 국가 대통령과 함께 쿠쿠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인도주의 원조가 지금 당장 생명을 구하기 위해 평화로운 방식으로 베네수엘라로 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과이도 의장은 트위터를 통해 구호품을 실은 일부 트럭이 브라질 국경을 통과해 베네수엘라로 반입됐다고 밝혔다.

트럭은 베네수엘라 영토에 진입했지만 세관 검문소를 통과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베네수엘라 군은 접경도시인 우레나에 있는 프란시스코 데 파울라 산탄데르 국경 다리에 몰려들어 장애물을 치우려고 시도한 야당 의원들과 야권 지지자들을 해산하기 위해 최루탄을 발포했다.

베네수엘라 제2 국경도시인 산 안토니오 델 타치라에서도 구호품 운반을 도우려고 국경을 넘으려는 시위대를 군이 최루탄 등을 쏘며 해산하자 시위대는 타이어와 군복을 태우고 돌을 던지는 등 항의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또 우레나에서 구호품 반입이 원활치 않자 버스를 탈취해 불을 지르기도 했다.

전날 구호품 반입 저지를 위해 국경이 폐쇄된 베네수엘라의 브라질 접경지역에서 군과 원주민들의 충돌로 사상자가 발생한 터라 추가 인명 피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날 충돌은 국경으로 이동하는 군 차량 행렬을 막는 원주민을 상대로 군이 고무총탄 등을 발포하면서 최소 2명이 숨지고 약 20명이 다쳤다.

폭동 진압 장비를 착용한 베네수엘라 군은 이날 동이 트기 전에 시민들에게 베네수엘라와 콜롬비아 국경을 연결하는 다리에 접근하지 말 것을 지시하는 등 양국을 잇는 3개의 국경 다리를 폐쇄했다.

구호품을 둘러싼 충돌을 앞두고 일부 군인이 탈영하기도 했다.

콜롬비아 이민 당국은 시몬 볼리바르 국경 다리에 있는 초소를 지키던 군인 5명이 탈영해 도움을 요청했다고 밝혔다고 콜롬비아 RCN 방송이 전했다.

작년에 치러진 대선이 불법이라는 이유로 지난달 23일 임시 대통령 선언을 한 과이도 의장은 선언 한 달째인 이날 구호 물품을 육로와 해상을 통해 반입하겠다며 마두로 정권과 정면 대결을 예고했다.

거의 200t에 달하는 원조 물품은 베네수엘라 정부의 반입 차단으로 지난 7일 이후 베네수엘라와 국경이 접한 콜롬비아 쿠쿠타와 브라질 북부, 카리브해의 네덜란드령 쿠라사우 섬 등의 창고에 보관됐다.

과이도 의장을 비롯한 야권은 많은 국민이 식품과 의약품, 기초 생필품 부족 등으로 고통받는 만큼 외국의 원조를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과 야권은 표면적으로 경제난에 따른 베네수엘라 국민의 고통을 덜기 위한 명분을 내세웠지만 원조를 통해 마두로 정권에 대한 민심 이반과 군부 이탈을 내심 바라고 있다.

반면 마두로 정권은 인도주의 위기가 존재하지 않는 데다 미국 등 외세의 개입을 초래할 수 있다며 구호 물품 반입을 막고 있다.

마두로 정권은 특히 미국이 각종 제재로 베네수엘라에 300억 달러(약 33조8천억원)가 넘는 손실을 안겨놓고선 소량의 인도주의 원조를 보내는 것은 이중적이며 '정치적인 싸구려 쇼'라고 비판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