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26일 회의 검토했다가 취소…"3월 개최도 장담 어려워"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부당대출' 사건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 심의가 지연되고 있다.

이번 사안도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의 분식회계 건처럼 장기전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지는 양상이다.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오는 28일 제재심의위원회(이하 제재심)가 열리지만 한국투자증권의 자본시장법 위반 안건은 상정되지 않는다.

금감원은 그에 앞서 26일 별도로 제재심을 한 차례 더 열고 해당 안건을 심의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결국 취소했다.

앞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5일 공정거래위원회와 공시 업무 분야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 체결식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한국투자증권 제재심이 2월 안에 열리는 것으로 안다"고 말한 바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20일과 올해 1월 10일 제재심에서 두 차례 해당 사항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어 지난달 24일 제재심에도 안건을 상정하지 않아 최소한 이번 달 안에는 심의가 재개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금감원이 또다시 '연기 카드'를 택한 것은 제재를 위한 논리를 뒷받침할 법률 검토 작업을 좀 더 세밀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심의위원들을 설득할 논리를 더 보강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한국투자증권 종합검사 당시 발행어음 자금이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흘러 들어간 것은 자본시장법을 어긴 개인대출이라고 판단했다.

자본시장법은 초대형 IB가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영업 시 개인대출을 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한국투자증권에 기관경고와 임원해임 권고, 일부 영업정지 등의 중징계 조치안을 사전 통지했다.

하지만 한국투자증권은 제재심 논의 과정에서 발행어음 자금을 최 회장이 아니라 SPC라는 법인에 대출해준 것이라며 이는 개인대출이 아닌 법인대출이라고 반발했다.

일부 심의위원은 그동안 SPC를 통한 대출이 관행적으로 이뤄져 왔던 만큼 중징계는 다소 과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재심은 법정처럼 금감원 조사 부서와 제재 대상자가 함께 출석해 의견을 제시하는 대심제(對審制)로 운용되므로 금감원 입장에서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이번 사례가 발행어음 사업자에 대한 첫 제재인 만큼 시장에 미칠 영향 등을 다각도로 검토할 필요도 있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현재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이 초대형 IB로서 발행어음 사업을 하고 있고 KB증권도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인가를 받기 위해 준비 중이다.

우선은 발행어음 관련 사안이 부각되기는 했지만 지난해 한국투자증권 종합검사에서는 대주주 계열사 신용공여 위반 등의 적발 사항들도 있어 제재심이 열리더라도 심의가 길어질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발행어음이 가장 큰 쟁점이지만 대주주 신용공여 등 다른 지적 사항도 함께 심의가 필요한데 아직 충분히 논의되지 않아 제재 결정까지 시간이 상당히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아직 다음 제재심 일정을 잡지 못한 상태다.

법률검토 작업이 얼마나 걸리느냐에 따라 다음 제재심 일정이 달라질 것으로 보이지만 다음달 제재심 개최도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금감원의 또 다른 관계자는 "아직 다음 제재심 날짜를 못 박아 말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다음달 개최도 지금으로선 확실하게 말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이 제재심을 열어 제재를 의결해도 이것이 최종 결정은 아니다.

향후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원회 심의를 더 거쳐야 하므로 최종 제재 결정 때까지는 더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다.

지난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처럼 증선위 심의 과정에서 금감원과 이견이 생기면 제재 결정이 더 늦어질 수도 있다.

지난해 증선위는 금감원에 제재를 위한 논리 보강을 위해 재감리를 명령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