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자유에도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다. 참는 데도 한계가 있다.”

지난 23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5·18 광주 민주화운동 왜곡 국회의원 3인 규탄 대회에 참가한 박원순 서울시장의 발언이다. 박 시장은 “얼마 전 오스트리아에서 나치를 찬양하는 대학교수가 처벌받았다”며 “민주주의는 관용을 베풀지만 민주주의 그 자체를 훼손하고 무너뜨리는 사람, 공동체를 파괴하는 사람까지 관용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24일에는 다른 시·도지사들과 함께 5·18 역사왜곡처벌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성명서까지 냈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은 여러 차례의 진상조사를 통해 ‘국가에 의한 폭력’으로 명백히 밝혀졌다. 그럼에도 이를 “북한군이 개입한 폭동”이라고 왜곡하는 이들이 사라지지 않는 것은 개탄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이런 5·18과 관련해 ‘망언’을 했다는 이유로 형사처벌을 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과 사상의 자유를 억압하는 데 악용될 우려가 있어서다. 표현과 사상의 자유를 지키는 데 일생을 바쳐온 ‘인권변호사 박원순’은 이를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박 시장은 과거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광화문 네거리에서 ‘김일성 만세’라고 부르면 어떻게 하느냐는 우려는 헌법에 나와 있는 표현의 자유를 스스로 포기하고 이를 억압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수백만 명의 사상자가 나온 6·25전쟁을 일으켜, 나치의 아돌프 히틀러와 악명이 비견되는 김일성을 예로 든 것은 그만큼 표현의 자유가 폭넓게 해석돼야 한다는 뜻에서였을 것으로 본다.

“6·25전쟁은 남한에 의한 북침에 의해 일어났다” “천안함은 북한에 의한 ‘폭침’이 아니다”고 주장해 수많은 유가족의 눈에 피눈물이 맺히게 한 이들을 처벌하자고 박 시장이 주장하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에서였을 것이다.

그는 인권변호사 시절 썼던 책 《국가보안법 연구》에서 “기본적으로 어떠한 내용의 서적이든 이를 금압하는 것은 야만적인 짓이며 역사를 암흑으로 이끌 것이다”고 썼다. ‘김일성 만세’는 가능하고 ‘5·18 비판’은 절대 안 된다는 주장이 어떻게 양립할 수 있는지 박 시장은 한 번쯤 설명해 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