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이 원하는 '대가'는 美와의 수교…양측 '실천 가능한 딜' 나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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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북미 정상회담…전문가들 엇갈린 전망
이관세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장
김정은, 경직된 통치 한계 깨달아
주민 생존·경제건설에 우선 순위
이관세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장
김정은, 경직된 통치 한계 깨달아
주민 생존·경제건설에 우선 순위
2차 미·북 정상회담 전망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180도 갈린다. 성공이냐 실패냐를 가르는 기준은 북한의 핵폐기 의지와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하노이 선언’에 담기느냐 여부다. 제재 완화를 포함한 미국의 상응 조치도 여기에 달려 있다.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회담을 앞두고 여전히 기대와 비관이 엇갈리는 가운데 북핵 전문가들의 상반된 견해를 들어봤다.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정말 원하는 게 무엇이냐고요? 간단합니다. 수교입니다.”
이관세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장은 “이번 회담에선 ‘실천 가능한 딜’이 어느 정도 나올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더 이상 경직된 방식의 통치가 통하지 않음을 알고 있는 만큼 경제 재건을 위해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미·북 양측의 신뢰가 예전보다 커졌다”며 “구체적인 비핵화 로드맵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이 소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통일부 차관을 지냈다. 2007년 10월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평양 정상회담 당시 회담 준비접촉 수석대표 및 선발대 단장을 맡았다. 인터뷰는 지난 22일 서울 삼청동 극동문제연구소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 1차 회담 때보다 구체적인 성과가 나올까요.
“1차 회담이 큰 틀의 합의였다면, 이번 회담에선 ‘실천 가능한 비핵화 로드맵’이 어느 정도는 나올 것이라고 봅니다. 합의문 자체에 일일이 나열되진 않는다 해도 후속 실무협상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리라 예상합니다.”
▶낙관적으로 전망하는 것 같습니다.
“양측의 신뢰가 예전보다 커진 상황이니까요. 이번엔 양측의 최고지도자가 두 번째로 머리를 맞댑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상당히 뛰어난 전략가입니다. 앞으로도 얼마든지 ‘미친 척하는 전략’을 쓰며 김정은과 톱다운 외교를 해나가리라 봅니다.”
▶이번엔 다르다고 보는 이유는 뭔가요.
“과거엔 미국과 북한의 실무진이 서로 억지로 마주앉았을 뿐이었습니다. 비핵화와 관련해 ‘어떤 조치를 내놓아도 결국 상대방이 배신할 것’이란 관념이 깔려 있었어요. 지금은 그때와 다릅니다.”
▶김정은의 북한이 변했다고 봅니까.
“많이 달라졌어요. 김일성 시대의 북한은 수령 통치 체제 아래서 남한과 체제 경쟁을 벌였어요. 김정일에게 가장 중요한 건 체제 유지였죠. 김정은은 경직된 방식으로는 더 이상 통치할 수 없다는 걸 이미 깨달았다고 봐요.”
▶구체적인 증거가 있습니까.
“김정은이 지난해 4월에 핵·경제 병진노선에서 경제 건설에 총집중하는 노선으로 변경한 게 대표적이죠. 내부 압박도 있습니다. 북한엔 500여 개의 장마당이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돈줄을 뚫지 못하면 정상적인 지도자로 인정받지 못하죠.”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보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제거에 초점을 둘 것이란 전망도 있습니다.
“미국이 한국을 비롯한 동북아시아 역내 동맹국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눈앞의 이익만 앞세우면서 북한과 제한된 비핵화 협상을 하진 않으리라 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구호가 ‘미국 우선주의’ 아닙니까.
“미국 의회가 그렇게 두지 않을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자신이 직접 김정은과 회담하고 있다는 사실을 과시하며 중국을 견제하고 있습니다. 동북아 질서의 주도권을 두고 계속 경쟁해왔으니까요.”
▶북한이 정말 원하는 건 뭘까요.
“미국과의 수교입니다. 북한은 1994년 제네바 합의 시절부터 줄곧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희망해왔습니다. 이번 하노이 회담에서도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를 가장 강력히 촉구할 것이라 봅니다.”
▶이번 회담의 구도를 비핵화와 상응 조치로 보는 분석과는 다릅니다.
“북·미 수교라는 주제 안에 비핵화와 제재 완화가 다 포함돼 있으니까요. 북한으로선 미국과의 70여 년 적대 관계를 해소하고 체제안전 보장과 경제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면 핵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보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수교는 너무 빠른 얘기 아닌가요.
“비핵화를 놓고 미국과 북한의 접근 방식이 완전히 반대입니다. 북한은 관계 개선을 우선순위에 놓고, 미국은 비핵화 약속부터 받길 원하죠. 하지만 미국도 북한이 수교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연락사무소 카드를 세게 밀고 있죠.”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에 매달리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생존과 안정을 얻기 위해서입니다. 예전의 북한이라면 이를 공개적으로 인정하지 않았을 겁니다. 지금의 북한은 급박한 상황에 처해 있어요. 그만큼 두려워한다는 방증입니다.”
▶‘코리아 패싱’ 지적은 어떻게 봅니까.
“전혀 사실에 맞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1차 미·북 정상회담 때만 해도 우리 정부가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하지 않았습니까. 이번 하노이 회담 성사 과정에서도 우리 정부가 적지 않은 노력을 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일부에서 진영 논리의 잣대로 안보 논쟁을 벌이기도 하지만 정말 잘못된 태도입니다.”
글=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이관세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장은 “이번 회담에선 ‘실천 가능한 딜’이 어느 정도 나올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더 이상 경직된 방식의 통치가 통하지 않음을 알고 있는 만큼 경제 재건을 위해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미·북 양측의 신뢰가 예전보다 커졌다”며 “구체적인 비핵화 로드맵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이 소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통일부 차관을 지냈다. 2007년 10월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평양 정상회담 당시 회담 준비접촉 수석대표 및 선발대 단장을 맡았다. 인터뷰는 지난 22일 서울 삼청동 극동문제연구소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 1차 회담 때보다 구체적인 성과가 나올까요.
“1차 회담이 큰 틀의 합의였다면, 이번 회담에선 ‘실천 가능한 비핵화 로드맵’이 어느 정도는 나올 것이라고 봅니다. 합의문 자체에 일일이 나열되진 않는다 해도 후속 실무협상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리라 예상합니다.”
▶낙관적으로 전망하는 것 같습니다.
“양측의 신뢰가 예전보다 커진 상황이니까요. 이번엔 양측의 최고지도자가 두 번째로 머리를 맞댑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상당히 뛰어난 전략가입니다. 앞으로도 얼마든지 ‘미친 척하는 전략’을 쓰며 김정은과 톱다운 외교를 해나가리라 봅니다.”
▶이번엔 다르다고 보는 이유는 뭔가요.
“과거엔 미국과 북한의 실무진이 서로 억지로 마주앉았을 뿐이었습니다. 비핵화와 관련해 ‘어떤 조치를 내놓아도 결국 상대방이 배신할 것’이란 관념이 깔려 있었어요. 지금은 그때와 다릅니다.”
▶김정은의 북한이 변했다고 봅니까.
“많이 달라졌어요. 김일성 시대의 북한은 수령 통치 체제 아래서 남한과 체제 경쟁을 벌였어요. 김정일에게 가장 중요한 건 체제 유지였죠. 김정은은 경직된 방식으로는 더 이상 통치할 수 없다는 걸 이미 깨달았다고 봐요.”
▶구체적인 증거가 있습니까.
“김정은이 지난해 4월에 핵·경제 병진노선에서 경제 건설에 총집중하는 노선으로 변경한 게 대표적이죠. 내부 압박도 있습니다. 북한엔 500여 개의 장마당이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돈줄을 뚫지 못하면 정상적인 지도자로 인정받지 못하죠.”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보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제거에 초점을 둘 것이란 전망도 있습니다.
“미국이 한국을 비롯한 동북아시아 역내 동맹국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눈앞의 이익만 앞세우면서 북한과 제한된 비핵화 협상을 하진 않으리라 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구호가 ‘미국 우선주의’ 아닙니까.
“미국 의회가 그렇게 두지 않을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자신이 직접 김정은과 회담하고 있다는 사실을 과시하며 중국을 견제하고 있습니다. 동북아 질서의 주도권을 두고 계속 경쟁해왔으니까요.”
▶북한이 정말 원하는 건 뭘까요.
“미국과의 수교입니다. 북한은 1994년 제네바 합의 시절부터 줄곧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희망해왔습니다. 이번 하노이 회담에서도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를 가장 강력히 촉구할 것이라 봅니다.”
▶이번 회담의 구도를 비핵화와 상응 조치로 보는 분석과는 다릅니다.
“북·미 수교라는 주제 안에 비핵화와 제재 완화가 다 포함돼 있으니까요. 북한으로선 미국과의 70여 년 적대 관계를 해소하고 체제안전 보장과 경제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면 핵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보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수교는 너무 빠른 얘기 아닌가요.
“비핵화를 놓고 미국과 북한의 접근 방식이 완전히 반대입니다. 북한은 관계 개선을 우선순위에 놓고, 미국은 비핵화 약속부터 받길 원하죠. 하지만 미국도 북한이 수교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연락사무소 카드를 세게 밀고 있죠.”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에 매달리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생존과 안정을 얻기 위해서입니다. 예전의 북한이라면 이를 공개적으로 인정하지 않았을 겁니다. 지금의 북한은 급박한 상황에 처해 있어요. 그만큼 두려워한다는 방증입니다.”
▶‘코리아 패싱’ 지적은 어떻게 봅니까.
“전혀 사실에 맞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1차 미·북 정상회담 때만 해도 우리 정부가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하지 않았습니까. 이번 하노이 회담 성사 과정에서도 우리 정부가 적지 않은 노력을 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일부에서 진영 논리의 잣대로 안보 논쟁을 벌이기도 하지만 정말 잘못된 태도입니다.”
글=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