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는 둘 중의 하나 선택하라지만 김정은은 核·경제 둘 다 원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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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북미 정상회담…전문가들 엇갈린 전망
정 박 美브루킹스硏 수석연구원
북한이 정말 경제발전 원하면 정보 유통과 외국인 투자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해야
정 박 美브루킹스硏 수석연구원
북한이 정말 경제발전 원하면 정보 유통과 외국인 투자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해야
2차 미·북 정상회담 전망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180도 갈린다. 성공이냐 실패냐를 가르는 기준은 북한의 핵폐기 의지와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하노이 선언’에 담기느냐 여부다. 제재 완화를 포함한 미국의 상응 조치도 여기에 달려 있다.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회담을 앞두고 여전히 기대와 비관이 엇갈리는 가운데 북핵 전문가들의 상반된 견해를 들어봤다.
미국 정보당국 출신 북핵 전문가인 정 박(한국명 박정현)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박 수석연구원은 지난 14일과 21일 두 차례에 걸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핵이냐 경제냐,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핵과 경제 둘 다’를 원할 것”이라며 이같이 전망했다.
박 수석연구원은 미 국가정보국(DNI) 동아시아 담당 부정보관과 중앙정보국(CIA) 동아시아·태평양미션센터 국장을 거쳐 2017년 9월부터 미국 유명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의 2대 한국석좌(Korea Chair)를 맡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서두를 것 없다’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비핵화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걸 아는 게 중요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그렇게 말하는 건 잘못된 메시지를 보내는 겁니다. 미 대통령이 ‘서두를 것 없다’고 하면 도대체 김정은이 비핵화를 서둘러야 할 이유가 뭡니까.”
▶북한이 비핵화를 하면 경제 발전을 지원하겠다는 게 미국 입장인데요.
“미국은 ‘핵이냐 경제냐 선택하라’고 하지만 김정은은 둘 다 가지려고 할 겁니다. 김정은 머릿속엔 하나가 없으면 다른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 있을 겁니다.”
▶왜 그렇게 보는지요.
“김정은이 북한 경제를 발전시키려면 자유로운 정보 유통을 허용하고 외국인 투자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하지만 북한이 그렇게 하겠다는 신호를 본 적이 없습니다.”
▶북한도 베트남이나 중국처럼 개방을 통해 경제 발전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북한은 베트남이나 중국과는 상황이 다릅니다. 베트남과 중국엔 남베트남과 남중국이 없지만 북한엔 남한이 있습니다. 북한이 경제개방을 해서 한국 기업이 북한에 진출하면 북한 기업과 엘리트들은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월급을 주는 사장 말을 듣지, 김정은의 말을 들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김정은도 ‘개방하면 북한 체제가 끝장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을 겁니다. 그래서 (전면)개방 대신 북한 정권이 확실히 통제할 수 있는 개성공단 같은 경제특구와 금강산 등 관광에 매달리는 겁니다.”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재개는 안 된다는 건가요.
“진짜로 북한 정권이 아니라 북한 주민에게 돈이 지급되는 메커니즘이 있다면 문제가 없지만, 그런 방법이 있을까요. 북한 정권도 ‘그렇게 할 순 없다’고 할 겁니다.”
▶북한은 2차 정상회담에서 강하게 제재 완화를 요구할 것으로 보입니다.
“제재 완화는 미국이 북한에 ‘핵을 포기하라’고 압박할 수 있는 유일한 지렛대입니다. 섣불리 제재 완화를 하면 거기서 나오는 돈이 북한 정권과 핵 프로그램으로 흘러들어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종전선언이나 연락사무소 개설은 어떻게 봅니까.
“미국은 북한에 핵무기가 없을 때도 60년 넘게 그들을 공격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으로선 굳이 종전선언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게다가 북한 정권은 자신의 존재를 정당화하기 위한 적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북한은 미국과 접촉하고 싶을 때 어떻게 접촉할 수 있는지 알기 때문에 연락사무소도 별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영변핵시설 폐기가 의제에 오를 것이라는 얘기가 많습니다.
“제재 완화가 없다면 북한이 영변핵시설을 폐기할 가능성이 매우 낮습니다. 북한은 미국의 상응 조치를 전제로 영변핵시설을 폐기하겠다고 했는데, 종전선언이나 연락사무소 개설은 영변핵시설 폐기와 등가가 아니라고 생각할 겁니다. ”
▶이번 회담이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기 위해선 최소한 어떤 성과를 내야 합니까.
“비핵화 정의부터 확실히 합의해야 합니다. 목표를 이루려면 개념 정의가 확실해야 합니다. 그리고 ‘비핵화 로드맵을 만들겠다’는 막연한 말 대신 구체적인 시간표와 로드맵 이행을 위한 실무협상 약속을 김정은으로부터 공개적으로 받아내야 합니다.”
▶하노이 정상회담이 성공할까요.
“솔직히 비관적입니다. 사실 2차 정상회담이 열리는 것부터가 지난해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너무 모호하고 성과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싱가포르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예약 티켓부터 끊어놓고(날짜부터 못박아두고) 실무협상을 벌이는 바람에 정작 중요한 의제 협상을 할 시간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정상회담 장소를 하노이로 하느냐, 다낭으로 하느냐를 정하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시간을 끌면 유리한 건 북한입니다. 김정은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자신이 불리한 위치가 아니라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면서 회담장으로 들어갈 겁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박 수석연구원은 지난 14일과 21일 두 차례에 걸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핵이냐 경제냐,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핵과 경제 둘 다’를 원할 것”이라며 이같이 전망했다.
박 수석연구원은 미 국가정보국(DNI) 동아시아 담당 부정보관과 중앙정보국(CIA) 동아시아·태평양미션센터 국장을 거쳐 2017년 9월부터 미국 유명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의 2대 한국석좌(Korea Chair)를 맡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서두를 것 없다’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비핵화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걸 아는 게 중요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그렇게 말하는 건 잘못된 메시지를 보내는 겁니다. 미 대통령이 ‘서두를 것 없다’고 하면 도대체 김정은이 비핵화를 서둘러야 할 이유가 뭡니까.”
▶북한이 비핵화를 하면 경제 발전을 지원하겠다는 게 미국 입장인데요.
“미국은 ‘핵이냐 경제냐 선택하라’고 하지만 김정은은 둘 다 가지려고 할 겁니다. 김정은 머릿속엔 하나가 없으면 다른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 있을 겁니다.”
▶왜 그렇게 보는지요.
“김정은이 북한 경제를 발전시키려면 자유로운 정보 유통을 허용하고 외국인 투자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하지만 북한이 그렇게 하겠다는 신호를 본 적이 없습니다.”
▶북한도 베트남이나 중국처럼 개방을 통해 경제 발전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북한은 베트남이나 중국과는 상황이 다릅니다. 베트남과 중국엔 남베트남과 남중국이 없지만 북한엔 남한이 있습니다. 북한이 경제개방을 해서 한국 기업이 북한에 진출하면 북한 기업과 엘리트들은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월급을 주는 사장 말을 듣지, 김정은의 말을 들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김정은도 ‘개방하면 북한 체제가 끝장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을 겁니다. 그래서 (전면)개방 대신 북한 정권이 확실히 통제할 수 있는 개성공단 같은 경제특구와 금강산 등 관광에 매달리는 겁니다.”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재개는 안 된다는 건가요.
“진짜로 북한 정권이 아니라 북한 주민에게 돈이 지급되는 메커니즘이 있다면 문제가 없지만, 그런 방법이 있을까요. 북한 정권도 ‘그렇게 할 순 없다’고 할 겁니다.”
▶북한은 2차 정상회담에서 강하게 제재 완화를 요구할 것으로 보입니다.
“제재 완화는 미국이 북한에 ‘핵을 포기하라’고 압박할 수 있는 유일한 지렛대입니다. 섣불리 제재 완화를 하면 거기서 나오는 돈이 북한 정권과 핵 프로그램으로 흘러들어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종전선언이나 연락사무소 개설은 어떻게 봅니까.
“미국은 북한에 핵무기가 없을 때도 60년 넘게 그들을 공격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으로선 굳이 종전선언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게다가 북한 정권은 자신의 존재를 정당화하기 위한 적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북한은 미국과 접촉하고 싶을 때 어떻게 접촉할 수 있는지 알기 때문에 연락사무소도 별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영변핵시설 폐기가 의제에 오를 것이라는 얘기가 많습니다.
“제재 완화가 없다면 북한이 영변핵시설을 폐기할 가능성이 매우 낮습니다. 북한은 미국의 상응 조치를 전제로 영변핵시설을 폐기하겠다고 했는데, 종전선언이나 연락사무소 개설은 영변핵시설 폐기와 등가가 아니라고 생각할 겁니다. ”
▶이번 회담이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기 위해선 최소한 어떤 성과를 내야 합니까.
“비핵화 정의부터 확실히 합의해야 합니다. 목표를 이루려면 개념 정의가 확실해야 합니다. 그리고 ‘비핵화 로드맵을 만들겠다’는 막연한 말 대신 구체적인 시간표와 로드맵 이행을 위한 실무협상 약속을 김정은으로부터 공개적으로 받아내야 합니다.”
▶하노이 정상회담이 성공할까요.
“솔직히 비관적입니다. 사실 2차 정상회담이 열리는 것부터가 지난해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너무 모호하고 성과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싱가포르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예약 티켓부터 끊어놓고(날짜부터 못박아두고) 실무협상을 벌이는 바람에 정작 중요한 의제 협상을 할 시간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정상회담 장소를 하노이로 하느냐, 다낭으로 하느냐를 정하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시간을 끌면 유리한 건 북한입니다. 김정은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자신이 불리한 위치가 아니라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면서 회담장으로 들어갈 겁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