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멍이'가 예측주문…신선식품 폐기율 1% '기적'
궁금했다. 밤 11시에 주문한 캐나다산 랍스터와 완도산 바다전복은 어떻게 다음날 오전 7시에 꿈틀꿈틀 살아서 문 앞까지 와 있는 건지. 마켓컬리에서 1년여 동안 50여 회에 걸쳐 구매했다. 한 번도 배송이 늦거나 누락된 제품이 없었다. 2015년 국내 최초 ‘샛별배송’ 서비스를 도입한 마켓컬리의 서울 장지동 물류센터를 지난 21일 밤 찾았다. 물류센터를 둘러보고 샛별배송 현장을 동행 취재했다.

마켓컬리는 오후 11시까지 주문받은 신선식품을 다음날 오전 7시까지 문 앞에 배송해주는 온라인 유통업체다. 사업 개시 4년 차인 지난해에 매출이 약 1800억원으로 첫해보다 60배 커졌다. 샛별배송은 워킹맘들을 ‘장 보기 고통’에서 해방시켰다. 회원 수는 지난 1월 100만 명을 돌파했다. 서울·경기 지역에서 하루 평균 1만5000건 이상의 주문이 접수된다.

'멍멍이'가 예측주문…신선식품 폐기율 1% '기적'
빅데이터 ‘멍멍이’ 24시간 운영

마켓컬리는 24시간 쉬지 않는다.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전국 각지의 1만여 가지 상품이 장지동 물류창고에 모인다. 생산자가 못 보내는 상품은 본사 차량이 직접 가서 싣고 온다.

이날 물류센터 사무실에서 만난 직원들은 스마트폰에 들어 있는 앱(응용프로그램) ‘멍멍이’를 먼저 소개했다. 데이터 전문가 20여 명이 운영하는 마켓컬리의 인공지능(AI) 시스템으로 정식 명칭은 ‘데이터 물어다주는 멍멍이’다. 멍멍이는 마켓컬리의 두뇌다. 24시간 운영체제로 움직이는 멍멍이는 실시간 매출과 주문 건수, 재고량 등을 30분 단위로 전 직원에게 전송한다. 이 정보는 소중하다. △900여 개 공급사에 무엇을 얼마큼 주문할지 △오늘 몇 시에 어떤 제품을 할인할지 △오늘 물류센터에 추가 아르바이트생 몇 명이 필요할지 △배송기사를 어디에 배치할지 등을 결정한다. 마켓컬리를 빅데이터와 AI 기반의 회사라 부르는 이유다. 강성주 마켓컬리 물류운영 총괄은 “200명 직원에게 실시간 매출과 주문 건수 등을 30분 단위로 공개하는 회사는 없다”며 “산지 수확에서 집 앞 배송까지 17시간이 채 걸리지 않을 정도로 신선도가 절대적이기 때문에 빅데이터가 생명”이라고 말했다.

'멍멍이'가 예측주문…신선식품 폐기율 1% '기적'
주문받지 않은 상태에서 물건 발주

높은 신선도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예측주문’ 때문에 가능하다. 창고에 물건을 쌓아두지 않고, 주문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생산자들에게 발주한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재고로 버려지는 폐기율이 1% 미만이다. 일반 대형마트 신선식품 폐기율(2~3%)의 절반 이하다.

장지동 마켓컬리 물류센터에는 냉장·냉동·상온 등 총 2만3140㎡(약 7000평) 면적의 창고가 있다. 오후 10시가 되자 500명가량의 직원들 발걸음이 바빠졌다. 마감 한 시간 전인 오후 10시 이후 하루 주문량의 20%가 몰린다. 한쪽에선 주문서가 출력되고 직원들은 각자 맡은 상품을 큰 바구니에 1차 분류했다. 채소, 수산물, 육류, 가정간편식(HMR) 등이 나뉘어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창고 2층으로 옮겨졌다.

2층에서는 배송 지역별로 나뉜 복도마다 총 70~80개의 박스가 마련돼 있고, 3~5명이 한 조로 제품을 분류했다. 배송 거리에 따라 김포와 용인행은 노란색, 먼저 출고해야 하는 것은 보라색 바구니 등에 담겼다. 제품의 QR코드를 DAS(digital assorting system)라는 기기에 찍으면 이 제품이 담겨야 할 바구니 색깔의 불이 켜지기 때문에 허둥거리는 법이 없었다. 약 500명이 투입돼 오후 10시 전후 시작한 분류와 패키징 작업은 새벽 1시 이전에 모두 끝났다.

4~5시간 내 40가구…최적 동선으로 배송

밤 12시 무렵 마켓컬리 본사 사무실에는 20명의 ‘라우팅(경로설정) 전문가’가 각자 두 대의 모니터를 마주하고 있었다. 한쪽에는 지도가, 한쪽에는 배송기사 명단과 지역별 주문표가 떠 있었다. 이들은 주문 데이터를 수집해 최적의 동선을 짠다. ‘마포구 담당 A차량은 오늘 공덕자이 101동에서 시작해 삼성래미안 3차를 거쳐 아현동 C빌라에서 마무리하면 된다’는 식의 정보를 기사들에게 보낸다. 기사는 냉장탑차에 물건을 실을 때도 이 동선 정보를 활용해 먼저 갈 곳의 물품을 문 앞에, 이후에 가는 곳은 안쪽에 배치한다. 모든 배송이 4~5시간 만에 끝나는 비결이다.

새벽 1시30분께 문정동 담당 차량에 올라 스마트폰에 뜬 배송지를 누르자 내비게이션이 구동됐다. 텅 빈 서울 도심을 달리는 마켓컬리 차량은 하루 600대. 이날 동승한 차량은 38개의 신선식품 박스를 싣고 송파구 곳곳을 달렸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편하게 배송한 건도 있었고, 생수와 박스 여러 개를 들고 5층까지 걸어올라간 경우도 있었다. 배송을 다 마친 시간은 오전 5시30분이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