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2월 24일 오후 2시35분

국내 최대 의약품 도매업체 지오영이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몸값이 1조원에 달하는 대어로 자금력을 갖춘 유통 대기업과 대형 사모펀드(PEF)들이 군침을 흘리고 있다.

2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앵커에쿼티파트너스는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해 지오영 매각 작업에 나섰다. 앵커에쿼티파트너스가 2013년 지오영을 인수한 지 6년여 만이다. 매각 대상은 앵커에쿼티파트너스와 공동투자자들이 보유한 지오영 지분 47%(보통주 기준)다. 매각 측은 1조원 안팎의 가격을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독] '1兆 몸값' 지오영(앵커 지분), M&A시장 매물로
지오영은 대웅제약 영업본부장 출신인 이희구 지오영 회장과 인천병원 약제과장 출신인 조선혜 회장이 2002년 세운 회사다. 2013년 의약품 도매업, 제약업, 약국업 등 모든 제약산업을 통틀어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넘어섰다. 2017년 매출은 2조3232억원이었다. 국내 최대 제약사인 유한양행 매출(2017년 1조3207억원)을 크게 웃도는 규모다.

매물로 나온 지오영, 유통 대기업·사모펀드서 군침

지오영은 2009년 골드만삭스 계열 사모펀드(PEF) 운용사 골드만삭스PIA로부터 400억원을 투자받으면서 급성장했다. 당시는 국내 의약품 유통시장에 1000여 개의 중소업체가 지역별로 난립하던 때였다.

지오영은 이 투자금을 바탕으로 의약품 도매업체로는 최초로 광역 물류시설을 구축하고 지역 업체들을 공격적으로 사들여 전국적인 영업망과 유통망을 갖췄다. SK네트웍스의 자회사 케어베스트를 비롯해 성창약품, 동부약품, 남산약품, 연합약품 등이 인수합병(M&A)을 통해 지오영의 전국 물류망에 편입됐다. 전국 16개 물류센터를 바탕으로 경쟁 도매업체들이 1주일에 1~2회 주문받은 의약품을 배송하던 시기에 1일 3배송 체제를 갖췄다. 실시간으로 재고 현황을 파악하고 배송차량 도착시간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해 약국들의 재고 관리 부담을 줄였다.

2014년에는 삼성의료원 경희대병원 영남대병원 등 대형 병원에 의료기기와 진료재료 공급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국형 병원경영지원회사(MSO) 케어캠프를 인수했다. 이를 통해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병원 유통망을 확대했다.

지오영은 전국 2만여 개 약국의 70%인 1만4000여 곳과 50여 개 대형 병원에 의약품을 유통하고 있다.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 시장까지 영역을 넓혀 종합 헬스케어서비스업체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앵커에쿼티파트너스는 2013년 골드만삭스PIA 등으로부터 지오영 지분 46%를 인수했다. 앵커에쿼티파트너스를 이끄는 안상균 대표는 2009년 골드만삭스PIA가 지오영에 처음 투자할 당시 골드만삭스PIA 대표였다. 앵커에쿼티파트너스를 창업해 독립한 뒤 지오영을 다시 인수한 것이다. 의약품 도매업의 성장성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다.

정영효/전예진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