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60시간 철도 이동'…세계 이목 끌고 北·中 밀월 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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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북미 정상회담
열차 이동방식 '파격'
톈진·난닝 등 거치며 中내륙 관통…단둥서 40분간 中 영접 받아
열차 이동방식 '파격'
톈진·난닝 등 거치며 中내륙 관통…단둥서 40분간 中 영접 받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하노이 담판’을 위해 ‘60시간 철도 이동’을 택했다. 중국 동북부에서 베트남 국경까지 총 4500㎞를 달려 26일 하노이에 도착할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킴으로써 정상국가의 지도자임을 과시하는 동시에 자신의 경제개혁 노선과 관련해 중국의 발전상을 확인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가는 길에 베이징에 들르지 않은 김정은이 미·북 정상회담을 마친 후 평양으로 복귀하면서 5차 북·중 정상회담을 할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 대륙 관통’ 택한 김정은
노동신문 등 북한 관영매체들은 24일 김정은이 전일 열차를 타고 평양역을 떠나 하노이로 향했다고 보도했다. 비행기로 네 시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를 2박3일 행로로 결정한 것이다. 그의 조부인 김일성만 해도 비행기와 열차를 번갈아 이용해 당시 호찌민 베트남 국가주석을 만나러 갔다. 이번에 김정은은 ‘열차 완주’ 방식으로 중국 대륙을 관통하는 길을 택함으로써 김일성을 뛰어넘는 파격을 연출하려는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평양에서 출발한 김정은 전용열차는 베이징에 들르지 않고 이날 오후 1시께(현지시간) 톈진을 통과한 후 남쪽으로 향했다. 김정은은 지난 23일 밤 북·중 접경도시 단둥에서 40분간 쑹타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 영접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용열차 노선은 우한, 창사, 광저우, 난닝을 지나 중국과 베트남 접경지역인 핑샹으로 가는 게 가장 유력하다. 중국의 발전상을 볼 수 있는 대도시인 광저우는 귀환길에 보기 위해 남겨두고 창사에서 핑샹으로 바로 가는 길을 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어느 길로 가더라도 중국 내 노선 길이만 4000㎞ 안팎에 달하며 소요 시간만 40시간가량이다.
김정은 일행은 베트남 랑선성 동당역에서 하노이까지는 승용차로 갈 것으로 예상된다. 소요 시간은 2시간가량이다. 베트남 정부는 오는 3월 2일까지 동당역의 일반열차 운행을 통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점을 감안하면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한 뒤 응우옌푸쫑 베트남 국가주석을 만난 후 평양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철도 장정을 택한 이유로 ‘김일성 뛰어넘기’ 외에도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가장 단순한 것으로는 전용열차의 편의성이 꼽힌다. 김정은 전용열차는 장갑차 수준의 방탄 능력을 갖춘 데다 ‘움직이는 집무실’로 통한다.
열차 이동이라는 초유의 방식으로 세계의 이목을 끌려고 한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평양에서 하노이까지 이동하는 사흘 내내 세계의 시선을 한몸에 받는 홍보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자신의 눈으로 직접 중국의 도·농 경제 발전상과 베트남의 ‘도이머이(혁신)’ 현장을 관찰하려는 차원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中, 철도로 北에 ‘일대일로’ 구상 부각
중국과의 협의 아래 진행됐을 것이란 점에서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구상과도 관련이 있다는 추측 역시 있다. 중국으로선 김정은이 평양에서 중국 대륙을 거쳐 하노이까지 횡단하는 모습을 통해 동북아에서 동남아까지 철도 여행이 가능하다는 걸 간접 홍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의 열차 이용 시점은 중국의 춘제(설) 연휴 시기와 겹친다. 1년 중 철도가 가장 붐비는 시기다.
이런 상황에 중국 정부가 자국민들의 불편과 불만을 감수하면서 김정은 전용열차를 통과시킨다는 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에 일대일로 구상을 더욱 부각시키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과 김정은 회담은 2차 미·북 정상회담이 끝난 후 베이징에서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시 주석이 김정은에게 지난해 1차 미·북 회담보다 더욱 구체적으로 조언할 듯하다”고 말했다.
수행단에 경제통들 포함
북한은 이번에도 외교와 군사, 경제 등 다방면의 핵심 인사들이 수행원으로 출동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영철·이수용·김평해·오수용 노동당 부위원장, 이용호 외무상, 노광철 인민무력상, 김여정 당 제1부부장, 최선희 외무성 부상을 수행원으로 명시했다. 다만 부인 이설주는 싱가포르 1차 회담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동행하지 않았다.
이번 2차 회담에 새로 포함된 인물은 김평해와 오수용이다. 김평해는 노동당 간부부장으로 내각 관련 행정 인사 업무를 담당하고, 오수용은 경제부장으로 경제 업무를 총괄한다. 이들은 베트남 경제발전의 청사진과 베트남의 대외 관계 등에 대해 상세히 학습·분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중국 대륙 관통’ 택한 김정은
노동신문 등 북한 관영매체들은 24일 김정은이 전일 열차를 타고 평양역을 떠나 하노이로 향했다고 보도했다. 비행기로 네 시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를 2박3일 행로로 결정한 것이다. 그의 조부인 김일성만 해도 비행기와 열차를 번갈아 이용해 당시 호찌민 베트남 국가주석을 만나러 갔다. 이번에 김정은은 ‘열차 완주’ 방식으로 중국 대륙을 관통하는 길을 택함으로써 김일성을 뛰어넘는 파격을 연출하려는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평양에서 출발한 김정은 전용열차는 베이징에 들르지 않고 이날 오후 1시께(현지시간) 톈진을 통과한 후 남쪽으로 향했다. 김정은은 지난 23일 밤 북·중 접경도시 단둥에서 40분간 쑹타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 영접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용열차 노선은 우한, 창사, 광저우, 난닝을 지나 중국과 베트남 접경지역인 핑샹으로 가는 게 가장 유력하다. 중국의 발전상을 볼 수 있는 대도시인 광저우는 귀환길에 보기 위해 남겨두고 창사에서 핑샹으로 바로 가는 길을 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어느 길로 가더라도 중국 내 노선 길이만 4000㎞ 안팎에 달하며 소요 시간만 40시간가량이다.
김정은 일행은 베트남 랑선성 동당역에서 하노이까지는 승용차로 갈 것으로 예상된다. 소요 시간은 2시간가량이다. 베트남 정부는 오는 3월 2일까지 동당역의 일반열차 운행을 통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점을 감안하면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한 뒤 응우옌푸쫑 베트남 국가주석을 만난 후 평양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철도 장정을 택한 이유로 ‘김일성 뛰어넘기’ 외에도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가장 단순한 것으로는 전용열차의 편의성이 꼽힌다. 김정은 전용열차는 장갑차 수준의 방탄 능력을 갖춘 데다 ‘움직이는 집무실’로 통한다.
열차 이동이라는 초유의 방식으로 세계의 이목을 끌려고 한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평양에서 하노이까지 이동하는 사흘 내내 세계의 시선을 한몸에 받는 홍보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자신의 눈으로 직접 중국의 도·농 경제 발전상과 베트남의 ‘도이머이(혁신)’ 현장을 관찰하려는 차원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中, 철도로 北에 ‘일대일로’ 구상 부각
중국과의 협의 아래 진행됐을 것이란 점에서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구상과도 관련이 있다는 추측 역시 있다. 중국으로선 김정은이 평양에서 중국 대륙을 거쳐 하노이까지 횡단하는 모습을 통해 동북아에서 동남아까지 철도 여행이 가능하다는 걸 간접 홍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의 열차 이용 시점은 중국의 춘제(설) 연휴 시기와 겹친다. 1년 중 철도가 가장 붐비는 시기다.
이런 상황에 중국 정부가 자국민들의 불편과 불만을 감수하면서 김정은 전용열차를 통과시킨다는 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에 일대일로 구상을 더욱 부각시키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과 김정은 회담은 2차 미·북 정상회담이 끝난 후 베이징에서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시 주석이 김정은에게 지난해 1차 미·북 회담보다 더욱 구체적으로 조언할 듯하다”고 말했다.
수행단에 경제통들 포함
북한은 이번에도 외교와 군사, 경제 등 다방면의 핵심 인사들이 수행원으로 출동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영철·이수용·김평해·오수용 노동당 부위원장, 이용호 외무상, 노광철 인민무력상, 김여정 당 제1부부장, 최선희 외무성 부상을 수행원으로 명시했다. 다만 부인 이설주는 싱가포르 1차 회담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동행하지 않았다.
이번 2차 회담에 새로 포함된 인물은 김평해와 오수용이다. 김평해는 노동당 간부부장으로 내각 관련 행정 인사 업무를 담당하고, 오수용은 경제부장으로 경제 업무를 총괄한다. 이들은 베트남 경제발전의 청사진과 베트남의 대외 관계 등에 대해 상세히 학습·분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