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병석 칼럼] 나도 택시를 타고 싶다
요즘 ‘타다’를 자주 탄다. 벤처기업 VCNC가 작년 10월부터 서비스하고 있는, 기사 딸린 렌터카다. 무엇보다 편리하고 편안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앱으로 호출하면 서울 시내에선 대개 5분 안에 차가 온다. 타다 기사는 손님을 골라 태우지 않는다. 시급제로 일하기 때문에 그럴 이유가 없다.

타다 전용의 11인승 승합차가 도착하면 문이 자동으로 열린다. 차에 오르면 깨끗한 좌석과 은은한 아로마향이 맞는다. 목적지는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 차량 호출 때 이미 입력해서다. 기사는 “어서 오십시오”란 말 외엔 묻지 않는 말을 하지 않는다. 라디오 채널은 클래식 방송에 고정이다. 조용히 흐르는 음악을 들으며 목적지로 향하면 내가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요금은 스마트폰 앱에 사전 등록한 신용카드로 자동 결제된다. 택시보다 다소 비싸지만 아깝지 않다. 택시에선 별로 경험해보지 못한 ‘손님 대접’을 받았다고 느껴서다.

타다가 입소문을 타면서 이용자가 급증하고 있다. 서울에서 400여 대를 운영 중이지만 회원수는 33만 명을 넘었다. 호출 건수는 넉 달 만에 200배 늘었다고 한다. 타다의 인기가 치솟자 택시업계가 시비를 걸고 있다. 이 서비스를 운영하는 회사 대표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을 위반해 유사 택시 영업을 하고 있다는 게 빌미다. 국토교통부가 타다 서비스는 현행 법 위반이 아니라고 유권해석을 내렸는데도 막무가내다.

택시업계는 정부·여당이 구성한 사회적 대타협기구에서도 타다의 운행 중단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 기구를 통해 이미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도 중단시켰다. 무기는 28만여 명의 택시기사 표(票)다. 똘똘 뭉친 이 표 앞에서 정치권은 이용자 편익이나 공유경제 따위는 뒷전이다.

택시 업계가 새로운 차량 서비스만 나오면 결사반대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택시의 경쟁력이 워낙 취약해 경쟁하면 진다는 사실을 스스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택시는 1995년 민선 지방자치단체 출범 이후 개인택시 면허 남발과 외환위기로 인한 실직자 급증이 맞물리면서 가파르게 늘었다.

1990년 전국에 15만5000여 대였던 택시는 2015년 24만8000여 대로 59% 증가했다. 반면 지하철 등 대중교통 수단이 확대되면서 택시의 연간 승객수는 같은 기간 45억 명에서 35억2000명으로 22% 줄었다. 대당 1일 이용객은 이 기간 중 79명에서 39명으로 반토막 났다.

수요보다 많은 공급은 택시업계의 수지를 악화시켰다. 동시에 운전자 임금과 근로여건도 나빠졌다. 승객에 대한 서비스가 좋아질 리 없었다. 서비스 악화는 승객을 더 떨어뜨렸다. 이게 공급과잉을 부채질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차량 공유 등 새 서비스가 나올 때마다 막으면서 지금의 악순환을 반복하는 게 최선일까. 풀기 어려운 문제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면 해법이 보인다. 택시는 운송 서비스업이다. 서비스업은 서비스의 질(質)로 경쟁해 소비자 선택을 받아야 한다. 제조업이 제품 품질로 승부하는 것처럼…. 승객들이 택시에 원하는 것도 바로 그 서비스다. 가격은 두 번째다.

택시산업의 악순환 고리를 끊으려면 서비스부터 개선해야 한다. 택시 업계 스스로 기사 친절도 평가시스템 등을 도입해보면 어떨까. 서비스를 개선하면 승객이 늘고, 공급과잉이 풀릴 수 있다. 그럼 업계 수지가 나아지고, 운전자의 임금과 근로여건도 좋아진다. 이게 다시 서비스 향상으로 연결되면 선순환 고리가 생긴다.

서울 시내에만 택시는 타다보다 200배 가까이 더 많이 돌아다닌다. 나도 그런 택시를 타고 싶다. 단 승차거부 없고, 차 안에서 담배 냄새 나지 않고, 시끄러운 라디오 방송 안 나오고, 좁은 골목길까지도 친절하게 태워주는, 한마디로 손님 대접해주는 택시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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